
“은퇴식을 열어준 KIA 타이거즈 구단에 너무 감사합니다. 참 행복한 기억만 있습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언터처블 에이스 윤석민이 지난달 30일 은퇴식을 가졌다.
전성기 시절 그는 부드러운 투구 폼에서 나오는 150km의 강속구와 140km대 고속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숱한 타자들을 요리했다. 또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면 언제나 마운드에 올랐다.
통산 77승 75패 18홀드 86세이브 평균자책점 3.29. 그가 14년간의 프로생활을 하며 남긴 족적이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활약을 펼쳤다.
국가대표 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에 합류한 그는 불펜에서 대한민국의 우승에 일조했다. 2009년 WBC에서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활약했다. 2010년에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단에 이름을 올려 국위선양했다.
그는 2011년 가장 밝게 빛났다. 그해 선발투수가 따낼 수 있는 타이틀(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을 모두 거머쥐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에 이어 2번째 투수 4관왕의 고지에 오른 투수가 됐다. 정규시즌 MVP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윤석민은 2013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 태평양을 건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불운과 부진 속에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 결국 그는 꿈의 무대를 뒤로하고 다시 한 번 KIA유니폼을 입었다.
이때부터 그는 팀의 9회를 책임졌다. 팀의 허약한 불펜 사정상 그는 1이닝이 아닌 2이닝 3이닝 세이브도 수차례 했다.
그의 어깨는 조금씩 망가져갔고 결국 탈이 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의 터널에 발을 들였다. 간간히 마운드에 얼굴을 비췄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윤석민은 이때를 두고 “내가 투수코치였어도 윤석민을 안 썼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투도 불가능 하고 한 번 잘 던진 이후에는 관리를 해줘야 했다. 팀의 포커스가 너무 나에게 맞춰지면 팀도 선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이 정이 있어 한 번 더 기회를 줄 순 있지만 내가 코치였다면 나는 나를 안 썼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년간의 재활의 터널을 걷던 그는 마침내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윤석민은 “은퇴 발표를 할 때가 제일 힘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오늘같이 야구장에서 나오면 내가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나이인데 어깨 관리 좀 잘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100승과 100세이브 모두 하고 그만두고 싶었다”며 “그러나 그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투구가 1군 수준이 되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굳이 고르자면 100승이 조금 더 욕심났다”고 말했다.
그가 선발투수로만 오롯이 뛰었다면 100승은 높은 허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윤석민은 팬 서비스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나는 팬서비스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며 “팬들을 무시하거나 팬들의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팬서비스에 대해 배우지 못해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있다 보니 시합을 하는 데만 집중했다. 시합에 방해가 되지 않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은퇴를 하고보니 너무 죄송했다”며 반성했다.
윤석민은 불운 속에 2007년 리그 최다 패 투수의 오명을 쓰고서도 “남들은 나보고 운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KIA 타이거즈 같은 명문 팀에서 1선발로 뛰고 있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라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팀도 그의 헌신에 응답하며 은퇴식을 준비했다. 은퇴식에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3179명의 팬들이 찾아와 에이스의 마지막을 응원했다.
그는 경기에 앞서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그의 손을 떠난 지 한참이 돼서야 공은 홈플레이트에 도달했다. 재활 기간이 얼마나 고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경기 중간 중간 윤석민 관련 이벤트가 진행됐고, 전광판에 후배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의 영상편지가 송출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이화원 대표이사, 조계현 단장, 맷 윌리엄스 감독의 축하가 있었다.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곽정철 KIA 투수코치는 “방송계를 휩쓸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말을 남겼다. 나지완은 “예전엔 윤석민이 나가면 이긴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형이지만 야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과거를 추억했다.
윤석민은 고별사에서 “오늘 은퇴식을 열어준 KIA 타이거즈 구단에 너무 감사하다”며 “너무 행복한 기억만 있는 것 같다. 안 좋은 기억은 오늘 다 지웠다. 좋은 기억들만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팬들에 대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찾아와주신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이름을 외쳐주시고 환호해주시는 이런 것들이 많이 상상이 됐고 그리웠다. 마지막까지 축하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덕분에 너무 행복한 선수생활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며 고별사를 마무리했다.
고별사를 끝으로 윤석민은 선수생활은 막을 내렸다.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등장해 팀의 암흑기를 온몸으로 지탱했던 에이스의 퇴장이었다.
<글.무등일보 이재혁 기자/사진.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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