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걸음 지나 빈 점포.. 종로 상권에 무슨 일이?

출처: 종로의 한 공실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시내 최고 번화가 중 한곳인 

종로 상권이 공실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강남·여의도 등과 함께 

주요 업무지구 중 하나인 

종로는 직장인 수요뿐만 아니라 

청계천·인사동·종묘·경복궁 등 관광지와도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종로는 밤낮 할 것 없이 

유동인구가 풍부하지만 

곳곳에는 공실 점포가 크게 늘었습니다. 



조금 전 공실 점포를 봤는데 

몇발자국 안 가서 또 공실 점포와 마주하는 게

 현재 종로 상권의 현실입니다. 



인도로인 종로뿐만 아니라

 청계천 쪽까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점포가 

텅 빈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로 상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출처: 종로의 한 공실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사람도 상권도 다양한 구성

종로는 광화문사거리부터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까지

 약 4.2㎞에 이르는 도로입니다.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걸리고 

차를 타면 교통체증이 없을 경우 

15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최근 이곳을 찾았을 때 

광화문역사거리부터 신설동역까지 

1시간가량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습니다.


이 구간에는 서울 주요 업무지구 중 하나인 만큼 

대기업 사옥이 밀집해 있어

 아침·저녁으로 직장인 인구가 몰립니다. 



종각역을 지나면 

먹자골목, 영어학원, 공구상가, 

약국, 재래시장, 유적지 등도 있어 



종로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방문지로 꼽힙니다.


종로 바로 옆에 있는 청계천 역시

 종로와 골목길로 촘촘히 연결돼 

오가는 유동인구를 공유합니다.


그만큼 종로를 이루는 구성은 

서울에서도 보기 드물게 다양합니다. 



강남이 세련된 이미지의 업무지구이자 관광지라면

 종로는 직장인, 관광객, 대학생, 상인 등

 남녀노소 다양하고 

이들을 흡수하는 상권 구성 역시 가지각색입니다.


광화문사거리 인근은 

대기업 사옥과 비교적 신축건물 등이 있어 

상권 역시 깔끔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상권의 주 수요층은 인근 직장인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종각역을 지나면 분위기는 바뀝니다. 



인사동 자락에는 ‘피맛골’로 불리는 노포가 줄지어 있고 

종로3가역-동묘앞역까지는 

광장시장과 동대문시장, 약국거리 등이 있어 

인근 직장인 수요뿐 아니라 

관광객이나 노년층 인구도 즐비합니다.

출처: 종로의 한 공실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빈 점포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오가던 길을 걸어가며 보니

 다양한 구성의 상권이라는 느낌이 더 와 닿았습니다. 



몇걸음에 한번씩 외국말이 들렸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길을 오갔습니다.


종로에는 다양한 구성만큼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실점포’입니다. 




광화문사거리부터 종각역까지 

약 500m 구간은 눈에 띄는 공실점포가 없었지만

 종각역부터 종로3가역까지 약 800m 구간은 

몇걸음 걸을 때마다 

‘임대’라고 쓰인 공실점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공실 점포의 대부분은 

메인도로인 종로 도로가에 몰려 있었습니다. 



어느 건물은 건물 전체가 

임차인을 구하는 곳도 있었고 

상권의 핵심 입지로 꼽히는 

1층 점포도 빈곳이 많았습니다.


직장인 A씨는 

“언젠가부터 빈 점포가 하나 둘씩 늘더니 

이제는 고개만 돌려도 볼 수 있을 만큼 많아졌다”며

 “장사는 전 보다 안되고 임대료는 올라 

못 버티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 여파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습니다.


관광객 B씨는 

“사람이 바글바글 한 종로를 상상했는데 

생각보단 덜 한 것 같다”며

 “종로는 서울 최대 번화가이자 중심가이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 소비도 많을 텐데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공실이 많은 건 좀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비싼 임대료

서울 최대 번화가인 종로 상권의 공실 공포는 

역시 치솟은 임대료 탓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상인 C씨는 

“불과 지난해 상반기까지 만해도 

손님이 들끓던 유니클로도 

치솟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 하고 나갔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맞물려 매출 하락 탓도 있지만 

누적된 비싼 임대료가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종로 일대 상권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종로3가역 인근 골목에 있는

 전용면적 99㎡ 1층 점포(무권리)는 보증금 3000만원, 

월 300만원입니다. 



대로변의 1층 115㎡(무권리)는 

보증금 7000만원에 

월 500만원 이상의 시세가 형성됐습니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인사동길 입구에 위치한 165㎡ 2층 점포는 

보증금 8000만원, 권리금 8500만원, 

월세는 350만원에 매물이 나왔습니다.


종로 일대 상권은 대체로 건물이 허름하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입지가 탁월해 월세가 비쌉니다.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몇년 새 임대료가 많이 오르긴 했다”며

 “서울 최대 중심가인 데다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다보니

 임대료 하락을 건물가치 하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점포가 비어도 시세가 쉽게 안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F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고 

서울에서도 상징적인 곳이어서 

그만큼의 내재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짙다”며

 “개발 이슈 등과 맞물려 추가 가치 상승 기대감도 공존해

 빈 점포가 늘어도 가격 하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