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CEO로 당당히 컴백한 원더걸스 유빈

20대 때 가장 잘한 일은 드럼을 배운 것과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간 것, 오래된 친구를 만나 주로 하는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나 현재에 대한 막연함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 유빈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시간이 언제나 즐겁다고 했다.

프린지 디테일 데님 재킷 리바이스 프리미엄, 펜슬 드레스 오프화이트.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유빈은 자신이 욕심이 많다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드럼을 치고, 솔로로 데뷔해 노래를 부르고, 직접 회사를 차리는 일은 불가능했을 거라고. 원더걸스로 활동한 10년 동안 걸크러시 래퍼였던 그녀가 살랑살랑한 리듬의 시티팝을 들고 솔로로 컴백했을 때, 기분 좋게 예상을 빗나간 변신에 사람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빈은 그저 왕년의 잘나갔던 아이돌 멤버가 아니라 다음이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란 걸 말이다. 솔로로 데뷔하며 원더걸스의 음악이 빨강이라면 자신의 음악은 파랑이라 비유했던 그녀. 이번 새 앨범은 어떤 색일까? “음… 파스텔 블루? 아니다, 이게 딱일 것 같아요. 팝핑스타가 들어간 배라(배스킨라빈스)의 ‘슈팅스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즐거움이 있는 민트 컬러 아이스크림이라니. 그녀가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빈말이 아니라’ 우리는 유빈의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백리스 스웨트 셔츠 워크 오브 셰임, 타이다이 쇼츠 MSGM by 한스타일닷컴.

시티팝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에요. 유빈 씨의 ‘숙녀’를 듣기 좋은 때죠. 본인 노래는 종종 들어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 들어요. 문득문득 생각날 때가 있거든요. 얼마 전엔 ‘Game Over’랑 ‘숙녀’를 들었어요.

한동안 LP 모으는 재미에 빠졌던데, 음악은 뭘로 들어요?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뭐예요?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땐 턴테이블로 듣는 편이에요. 일할 땐 컴퓨터나 헤드폰으로 듣고요. 요즘엔 도자 캣의 ‘Say So’에 꽂혀 있어요.

집순이라면서요.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거실의 긴 나무테이블 앞에 있는 리클라이너요. 거기 앉아서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가사도 써요. 일도 하고 누워서 쉬기도 하고요.

유빈 씨 작사 실력은 알 만한 사람들은 알죠. 가사는 어떤 방식으로 써요? 최근에 메모한 내용, 슬쩍 알려줄 수 있어요? 평소 떠오르는 문장이나 단어들을 기록했다가 때마다 꺼내 봐요. 그중에서 작업할 곡과 가장 가까운 것들을 선별한 뒤 픽하는 거죠. 최근에는 이건 영업 비밀인데… 하하. ‘My favorite place’, 여기까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좋아하는 책 <명상록>도 있나요? 아, 아니요. 요즘은 웹툰으로 힐링하고 있어서요, 하하.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더 복서> <유미의 세포들>을 구독하고 있어요.

잘 때 핸드폰은 머리맡에 두는 편이에요? 네, 요즘엔 눈 뜨자마자 누운 채로 스트레칭 쭈욱 한다음, 웹툰 봐요, 하하.

유튜브로는 뭘 봐요? 진돗개 ‘왕자’가 나오는 올리버쌤 영상이랑 <개는 훌륭하다> 클립 영상들이요. 주로 반려견 영상들을 봐요.

시바견과 사는 걸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막연하게 유빈 씨는 고양이와 살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콩빈’이랑 살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뭐예요? 시바견 성격이 고양이랑 비슷해요. 애교가 있다기보다는 시크한 편이죠. 가까이 가고 싶지만 눈으로만 볼 때가 많아요. ‘콩빈’이를 키우면서 희생이랄까, 배려심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실외 배변하는 친구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가야 해요. 비가 와도, 눈이 와도요. 약속이 있으면 최대한 반려견 동반되는 곳으로 가려 하고요. 애정을 주고 사랑을 나누는 걸 배우고 있어요.

그래픽 실크 드레스 마쥬, 파이톤 오버니 부츠 스튜어트 와이츠먼.
그래픽 실크 드레스 마쥬, 파이톤 오버니 부츠 스튜어트 와이츠먼.

인터뷰를 보면 20대 때 고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멋진 사람’이 뭔지는 모르지만, 막연히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더라고요. 요즘엔 어때요? 전엔 주변 의식을 많이 했어요. 그룹에 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 혹시나 바보처럼 보일까 봐 말도 적게 하고, 꾸미지 않고 외출할 때면 꽁꽁 싸매고 다녔죠. 멋진 척도 많이 했고요. 이젠 자연스럽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은 모자라 보여도, 나 자신이 올곧고 건강하다면 그 자체가 멋진 거라고 봐요.

자신을 관리하고 꾸미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을까요? 전엔 몸이 좀 상하더라도 빨리 효과를 보는 다이어트 방법을 선호했는데, 이젠 못하겠어요. 세상엔 맛있고, 재밌고, 예쁜 게 너무 많잖아요. 요즘엔 맛있는 걸 먹고 즐겁게 움직이는 건강한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운동을 자주 하려고 하고요. 가끔 실패하는 날도 있지만요.

컴백 앞두고 요즘 더 식단에 신경 쓸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봐요. 지금 뭐 먹고 싶어요? 아, 너무해요… 짬뽕밥? 하하.

‘립스틱이 유빈발을 받는다’고 할 정도로 화려한 립스틱 컬러를 찰떡같이 소화하잖아요. 요즘 꽂혀 있는 컬러는 뭐예요? 립스틱 컬러에 맞춰 스타일링을 하는 날도 있나요? 한동안 벽돌색에 꽂혀 있었어요. 어떤 룩에도 잘 어울리거든요. 요즘엔 상큼한 코럴이나 오렌지 컬러를 바르고 싶어서 데님을 자주 입는 편이에요.

20대 때 잘한 일로 드럼 배운 걸 꼽았더라고요. 또 뭐가 있을까요? 30대 때는 뭘 배우고 싶어요? 20대 때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드럼은 저한테 정말 특별해요. 가수 유빈의 삶을 드럼을 배우기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2>에 나간 것도 못 잊죠. 정말 많이 배웠고, 성장했으니까요. 30대엔 요리도 배우고 싶고, 그림도 배우고 싶어요.

리얼리티 방송 <하우해브유빈>에서 스타일리스트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어요. 말수가 없어서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말에 정말 답답해하면서 “욕심 진짜 많은데…”라고 했잖아요. 욕심이 많으니까 운동도 하고, 드럼도 배우고, 작사 작곡도 하고, 솔로도 해보고, 연기도 하고, 회사까지 차렸겠죠. 관심 있고 궁금한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작년에 드라마에 깜짝 출연했잖아요. 평소 성격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싸가지 없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쾌감을 느꼈다면서요. 또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저, <킹덤>에 나오는 좀비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신난다니까요!

본인과 닮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면서요.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로 꼽아볼 수 있어요? 아직은 저랑 닮은 캐릭터를 못 찾았어요. 사실 저 이랬다저랬다 하거든요, 하하.

만화광이잖아요. 지향하는 인물을 만화 캐릭터로 꼽는다면요? <알라딘>의 ‘쟈스민’ 공주? 맞아요! 진취적이고 하고 싶은 건 꼭 하잖아요.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대사도 있어요? ‘지니’의 대사요. “거짓으로 얻은 게 많을수록 진짜로 얻는 것은 작아져.”

끌로에 셰비니 프린트 티셔츠 오프닝 세레모니, 레더 팬츠 준지, 양말 스투시.

회사 이야기 좀 해볼까요? 르(rrr)엔터테인먼트. Real Recognize Real,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란 의미더라고요. 어감도 좋고, 의미도 멋지다 생각했어요. 우와, 고맙습니다. 나만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회사를 꿈꿨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실현하는 ‘진짜들의 놀이터’를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들의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의미로 ‘아티플렉’이라고 지을까 하다가 모 베이커리 카페가 생각나서 탈락됐고요. ‘We help each other’란 의미로 휘오(WHEO)도 생각했는데, 역시나 모 브랜드의 에어컨 모델명이 생각나서 바이바이 했어요.

곧 나올 앨범엔 유빈의 ‘진짜’가 얼마나 들어갔나요? 이번 앨범은 그냥 김유빈이에요. 저를 가장 잘나타낼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즐거운 게 좋고, 편한 게 좋고, 어려운 건 싫어하는 심플한 모습. 약간은 우유부단한 면도요. 들으시면 ‘이게 진짜 유빈의 색이구나’ 느끼실 거예요.

혹시 2012년에 한 <뷰티쁠> 인터뷰 기억해요? 해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을 때라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어요. “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저런 음악을 저런 스타일로 할 수도 있구나 싶기도 하구요. 뭔가를 서로 빼앗고 질투하는 관계가 아닌, 함께 도와주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시스터후드를 보여주는 답변이었어요. 네! 빈말이 아니라, 멋있는 여성 가수들이 정말 많잖아요. 할 수만 있다면 만나서 대화해보고 싶어요.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그녀들은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영감이 되니까요. 신곡이 나올 때마다 두근거려요.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설레죠.

민트 그린 데님 재킷, 팬츠 모두 MSGM by 한스타일닷컴

요즘 유빈 씨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시스터를 한 명만 꼽는다면요? 아, 너무 어려운데… 요즘 가장 즐겨 듣는 노래는 박문치 님의 곡들이에요. 그분의 감성이 너무 좋아요.

CEO가 되고 전과 달라진 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밥값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거나…. 활동 경비를 열심히 아끼고 있어요. 식비도 그렇고요. 이상하게 가장 싼 메뉴를 고르게 되더라고요. 아, 물론 다른 분들은 드시고 싶은 거 드시라고 합니다, 하하. 그리고 바쁠 땐웬만하면 저 혼자 다니면서 스케줄을 소화해요. 혜림이 픽업도 직접 하고요.

솔로로 데뷔하고 농담처럼 십 몇 년차 신인이라고 말했지만, 다시 출발선에 선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죠.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뭐예요? 두렵기도 하지만 전 도전하는 게 즐거워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하나씩 실행해볼 때, 힘들고 피곤하지만 행복을 느끼거든요. 성취감을 좋아하나 봐요.

연습벌레로 유명하잖아요. 언젠가 이런 노래, 이런 퍼포먼스로 팬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다, 계획이다 있을까요? 저 생각보다 되게 게을러요. 했다가 실패한 것도 얼마나 많은데요. 단지 하고 싶은 게생기면 일단 해보는 편이에요. 그게 작심삼일이 될지 꾸준한 습관이 될지는 해봐야 알죠. 팬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때그때 제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함께 하고 싶어요.

벌써 올해의 1/3이 지나갔네요. 올해 안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이번 연말에는 르 엔터 식구들이랑 파티하고 싶어요. 근데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회식 같아서 싫어할까요? 전 진짜 하고 싶은데… 하하.

마지막으로 인생 곡선을 그려볼까요. 유빈 씨의 현재는 지금 플러스, 마이너스 어느 지점일까요? 음… +10? 이제 막 다시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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