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천재" 황 씨가 부른 '월가 마진콜 사태', 어쩌다..

황시영 기자 2021. 3.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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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아케고스의 마진콜 불이행 유명 금융기관들 손실액 6.8조원 '공격투자' 빌 황, 한때 기피대상 SEC, 업체들 긴급소집 '상황점검'

 

빌 황 아케고스 캐피탈 창업자/사진=풀러신학재단 홈페이지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황성국)이 이끄는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디폴트 사태가 미국 월가와 세계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손실액만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미디어주, 중국 기술주 폭락
사건은 지난주 금요일인 26일(현지시간) 시작됐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이날 크레디트스위스(CS),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는 아케고스 포지션 청산차원에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미디어주 비아콤CBS과 디스커버리, 중국 기술주 바이두, 텐센트뮤직 등에 대한 300억달러(약 33조9000억원) 규모 블록딜을 진행했다.

이들 증권사들이 파생상품인 스와프 계약을 맺은 아케고스 측에서 담보인 증거금 부족이 발생, 보유하고 있던 주식 상당수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블록딜이 발생한 것이다.

스와프 계약은 증권사가 주식 등 매수 대금을 제공하고 매매에 따른 손익은 아케고스 같은 펀드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계약 대상인 주식 가격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펀드에 추가 증거금을 요구(마진콜)하고, 증거금 부족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주식을 매도하게 된다. 블록딜은 대량의 주식을 다른 대형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거래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비아콤CBS가 지난주 초 3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 마진콜 및 주가 폭락 사태의 발단이었다. 아케고스가 레버리지를 이용해 대량 매수했던 비아콤CBS 주가가 유상증자 발표 후 하락하면서 마진콜을 유발했고, 중국 기술주까지 하락폭이 커지면서 동시다발적인 마진콜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비아콤CBS 주가는 사상 최대폭인 27% 폭락했고, 디스커버리 주가도 2008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27%)으로 추락했다. 중국 온라인교육업체인 GSX는 41.6%,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는 13.2% 등 큰 폭으로 하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 건물/사진=AFP
대형 증권사 손실 6조8000억원 넘을 듯
이번 아케고스 사태로 인한 세계 은행들의 손실 규모는 6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손실액은 일본 노무라 증권의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날 로이터통신은 시장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손실 규모가 10억~4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CS는 아케고스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에 '매우 상당한 손실'을 반영할 수 있다고만 밝혔다.

지난 26일 뉴욕증시 개장 전 블록딜을 마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아직 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앞선 두 업체보다 빨리 대응해 손실 규모는 작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29일에는 웰스파고가 개장 전 5건의 블록딜을 통해 21억400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비아컴CBS 1800만주(주당 48달러)와 바이두 280만주(주당 198달러)가 매각됐는데, 지난 26일 블록딜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아케고스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7번가에 있는 888빌딩. 이 건물에 아케고스 캐피털이 위치해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로이터통신
"돈버는 천재" 빌 황은 어떤 인물?
아케고스 캐피탈은 전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 출신 빌 황이 설립한 패밀리오피스로, 높은 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프 거래를 통해 특정 기업에 크고 집중적인 포지션을 설정하는 전략을 썼다는 전언이다.

빌 황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이후 세계 최대 헤지펀드였던 타이거 펀드의 줄리언 로버트슨 CEO(최고경영자)의 눈에 띄었고 2001년 헤지펀드 타이거아시아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2년 중국 은행과 내부거래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며, 이후 한동안 월가 대형은행의 위험관리 부서에서 일종의 블랙리스트(제재명단)에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케고스를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한 지 10년차인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그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서 빼고 고객으로 받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FT)는 수수료에 굶주린 투자은행들은 빌 황이 던져주는 막대한 거래 수수료에 눈이 멀어 그의 판돈을 키워 주는 데에 혈안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인용된 한 애널리스트의 투자노트에 따르면 빌 황은 "공격적으로 돈버는 천재"였다. 다만 펀드매니저들은 '스마트 가이'로 불렸던 빌 황이 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다른 미디어 회사들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비아콤CBS, 디스커버리에 그가 대규모 투자를 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증권사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있는 스위스 금융당국, 노무라가 있는 일본 금융당국 등도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긴급하게 불러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당국은 각 증권사와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증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인 신용 위협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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