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장재석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기에!

손동환 2021. 5.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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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모든 사람들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기 능력의 전부를 세상에 보여주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갈고 닦은 능력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승부를 겨루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더 그렇다. 승리라는 결과를 위해 체력과 기술을 단련해도, 단련한 체력과 기술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재력 안에 갇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장재석(울산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였다. 2019~2020 시즌까지는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FA(자유계약)를 계기로, 잠재력을 펼칠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장재석은 인터뷰 중 “아직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장재석이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 말은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는 뜻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본 인터뷰는 2021년 3월 23일 오전 10시 20분에 진행됐다)
 

원대한 포부, 부족했던 실력
장재석은 중앙대 시절 높이와 탄력, 기동력을 겸비한 빅맨으로 평가받았다. 선천적인 조건만으로 많은 프로 스카우터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재석 같은 조건을 갖춘 이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재석을 향한 주변의 기대는 컸다. 장재석의 프로 진출이 다가올수록, 장재석을 향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장재석 역시 주변의 기대감을 알고 있었다.
장재석은 2012년 10월에 열린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L에 입성했다. 서울 SK의 부름을 받았지만, 지명권 양도로 부산 kt에 입성했다. kt의 10년을 이끌 빅맨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장재석은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결국 2013~2014 시즌 도중 고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로 트레이드됐다.
2015~2016 시즌 조 잭슨-김동욱(서울 삼성)-허일영-이승현(이상 고양 오리온)-애런 헤인즈(전주 KCC)-최진수(울산 현대모비스) 등 호화 멤버와 함께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재석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원대한 포부를 지닌 장재석이었지만, 장재석의 기량은 포부에 비해 많이 미흡했다.

1라운드 1순위로 프로에 입성했습니다.
프로는 당연히 힘든 무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김)주성이형(원주 DB 코치)과 (오)세근이형(안양 KGC인삼공사)-(이)승준이형 등 좋은 빅맨이 많았잖아요. 제가 그 형들보다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실력을 키워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다른 리그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진지하게 알아봤었죠.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제 실력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런데 4학년 때 맹활약했어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도 모르고, 프로에서의 목표를 높게 잡았어요. 목표로 했던 평균 기록이 15점 8리바운드였으니까요. 세근이형이 신인 때 그런 기록을 남겨서, 저도 그렇게 목표를 잡았던 거죠. 그런데 프로 7년 동안 한 번도 그런 기록을 못 남겼어요. 세근이형 반도 못 따라갔죠.(웃음)
지금은 고인이 된 크리스 윌리엄스(전 울산 모비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BQ(농구지능지수)가 좋았던 경기를 한 번도 못 보여준 것 같아요. 은퇴할 때까지 그런 경기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가 2013~2014 시즌 중반 고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로 트레이드됐습니다.
kt는 저를 1순위로 뽑아주신 팀입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저에게 너무 고마운 팀이기도 하고요. 저 스스로도 kt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트레이드 소식을 들어야 했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프로가 이렇구나’라는 걸 느꼈고요. 돌이켜보면, 트레이드가 저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제 성장의 시작점이라고도 생각해요.
2015~2016 시즌에는 우승 트로피를 만졌습니다.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한 사람만 잘 해서 얻는 결과가 아니더라고요. 외국 선수들이 안 다쳐야 하고, 모든 스탭들의 지원이 더해져야 해요.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아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해요.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죠. 우승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2016~2017 시즌 끝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로 가지 못해, 공백기가 더 크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요.
처음 6개월 동안은 훅슛만 연습했어요. 20개 연속 성공하는 걸 한 세트로 5세트를 소화했죠.
이유가 있었어요. 슛 연습을 하지 않다가 볼을 잡으면, 슈팅 능력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미드-레인지 점퍼 연습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하고 싶어도 참았죠. 아니면 아예 왼손으로 슛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그런데 오랜 시간 쉬고 나서 슛 연습을 했는데, 폼은 잘 안 바뀌더라고요. 그나마 안정됐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정말 조금 밖에 안 달라졌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엉덩이 근육이 없는 편이에요.(웃음) 엉덩이를 키우기 위해 아는 박사님께 트레이닝을 받았죠. 그런데 엉덩이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이 말을 들은 기자는 장재석에게 “하체 근육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장재석은 “허벅지 근육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재활센터에서 허벅지 근육을 검사할 때, 주변 사람들이 다 몰려와서 구경할 정도였다. 사이벡스라는 운동 기구로 근력을 측정했는데, 격투기 선수였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 그래서 별명이 ‘국민 하체’였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대신 6개월을 쉬고 난 후에는 하루도 안 빠지고 스킬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스킬 팩토리에 있는 (박)찬성이형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죠. 소집해제할 때까지 스킬 트레이닝을 한 게 농구 감각 형성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 노력이 2019~2020 시즌의 활약을 만든 것 같습니다.
(장재석은 2019~2020 시즌 정규리그 42경기에 나갔고, 평균 18분 51초 동안 8.0점 4.7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제외하면,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근무 기간 2년 동안 매일 몸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운동량이 프로 선수들의 운동량에는 한참을 못 미치더라고요. 프로 선수의 몸은 안 됐던 거죠.
사실 제대 직전 휴가 때도 그런 걸 느꼈습니다. 2019년 5월인가 이상백배 대표팀을 맡으셨던 김현국 감독님(현 경희대 감독)한테 전화를 드려서, 연습 경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학생 선수한테도 안 되더라고요.(웃음) 뛰는 것부터 안 되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한 달 뒤에 소집해제를 했습니다. 바로 팀에 합류했죠. 추일승 감독님께서 제 경기 체력을 올리기 위해 연습 경기를 풀 타임으로 뛰게 하셨어요. 어떻게든 제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하셨어요. 게다가 당시에 센터가 저 밖에 없기도 했고요(웃음). 어쨌든 경기를 뛰니, 경기 체력은 그나마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물론, 2019~2020 시즌의 몸 상태는 지금에 비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님께서 저에게 공격 역할을 많이 부여하셨어요. 또, 제가 가드 외국 선수랑 뛰다 보니, 포스트업을 많이 할 수 있었고 받아먹는 동작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제 기록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최대어가 된 빅맨, 그의 선택은?
장재석은 2019~2020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가 됐다.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을 지닌 장재석이었지만, 장재석은 직전 시즌 보수 총액 3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자기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총액 30위 밖이었던 장재석은 FA 보상 규정에 묶이지 않았다. 게다가 KBL이 FA 선수의 원 소속 우선 협상 기간을 폐지했다.
그래서 장재석은 마음 먹은 곳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대성(고양 오리온)과 함께 FA 최대어라는고 불린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2020년 5월 내내 장재석의 행선지를 궁금하게 여겼다. 장재석은 그렇게 이슈를 몰고 다녔다.
장재석을 향한 러브 콜이 많았다. 장재석은 고민 끝에 결단했다. 장재석의 선택은 울산 현대모비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농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2020년 5월 FA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분이 어떠셨나요?
프로 입성 후 농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어요. 이대로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아무 것도 보여드린 게 없었지만(웃음),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 것도 보여드린 게 없는데도, 제가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분 좋았죠. 그렇지만 최대어라는 평가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최대어라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가고 싶은 팀에 갈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다만, ‘이제야 내 가치를 알아보는구나’라고 생각한 건 전혀 아니었어요.(웃음)
최대어라고는 하지만, 첫 FA였습니다. 협상 및 계약 과정은 생소했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생소했습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최대어라고 해도, 저는 아무 곳에서도 연락을 받지 않을까봐 걱정했어요.
또, 협상 전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기간이 더 편할 거라고도 생각했고요. 저에게 오라고 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에 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감정 소모가 심했어요. 잠도 잘 못 잘 정도로 생각이 많았고요. 제 농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막상 지나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다음에 FA가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모든 FA 경험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장재석 선수의 선택은 현대모비스였습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에서는 다른 구단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장재석 선수도 아쉬움을 안고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를 선택할 때에도, ‘농구를 더 잘할 수 있는 곳’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찬성이형과 세근이형이 있는 중앙대를 선택했어요. 제가 만약에 중앙대로 간다면, 제가 농구를 더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연세대와 고려대도 좋은 학교고, 저도 연세대와 고려대에 간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저 스스로 그 때의 선택이 옳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워요. 하지만 세근이형한테 많이 배웠으니까, 그걸로 만족했어요.
이번 선택 역시 ‘농구를 더 잘할 수 있는 곳’으로 기준을 선정했습니다. 돈이 아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건 제가 농구를 더 잘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농구를 더 잘하게 되면, 돈은 따라오는 거니까요.
고민이 많기는 했지만, 저는 원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가족과 아내도 힘을 실어줬고요. 그래서 제가 현대모비스라는 명문 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잘 됐다고 생각해요.
‘유재학 감독님 때문에 현대모비스를 선택했다’는 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정말 유재학 감독님 때문에 선택한 거에요. 유재학 감독님한테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그 생각을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돈은 나중에라도 벌 수 있지만, 농구는 나이 들면 할 수 없어요. 유재학 감독님한테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이번에 유재학 감독님한테 가지 못한다면, 평생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평생 후회할 것 같았죠.
유재학 감독님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을까요?
현대모비스라는 팀이 워낙 좋은 팀이잖아요. 팀 자체에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포지션에 (함)지훈이형도 있고요. 그렇지만 선택의 가장 큰 비중은 유재학 감독님이었어요.

새로운 시작
장재석은 프로 데뷔 후 3개의 팀을 경험했다. 전창진 감독과 추일승 감독 등 KBL을 대표하는 명장 밑에서 농구를 배웠다.
그러나 자의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건 처음이다. 그토록 동경했던 유재학 감독과 처음으로 합을 맞추게 됐다. 설렘의 요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의무도 있었다. 본인의 선택에 응당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장재석의 의무였고, 장재석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땀을 흘렸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말이다.

일반적인 비시즌이었다면, 휴가 기간부터 몸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장재석 선수는 FA 협상으로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2019~2020 시즌이 일찍 끝났습니다. 이전만큼 많이 운동했던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더 빨리 몸을 만들 수 있었죠.
다만,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못 가는 기간(2주) 동안에는 운동을 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아이들다 다시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됐고, 그 기간에는 예전처럼 운동을 했습니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휴가를 보낸 것 같아요.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처음 비시즌 훈련을 했습니다. 현대모비스에게서 느낀 인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정선민 선배님(현 부산 MBC 해설위원)께서 FA가 된 저에게 ‘FA라고 해서, 이전보다 오버해서 몸을 만들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하셨죠.
정선민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저 스스로 ‘여유’라는 단어를 되새겼습니다. 제가 만약 신인이었으면 긴장하고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겠지만. 지난 여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긴장을 안했던 것 같아요.
오리온에서는 오전 운동 끝나고도 집에서 아이를 봤어요. 하지만 현대모비스 연습체육관은 농구에 집중할 수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농구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웃음) 농구만 생각하다 보니, 쉬는 시간에 가끔 드라마를 보기도 했었죠.
현대모비스 비시즌 훈련이 남다르다는 말이 많습니다. 직접 체험해보니 어떻던가요?
휴가 복귀한 직후부터 5대5 전술 훈련 위주로 했을 뿐, 다른 팀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어쨌든 농구는 5대5 경기니까, 5대5 훈련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비시즌 중에 ‘나비 훈련(참고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4Vnmjwyq2uE)’이라는 걸 해요. 제가 사회복무요원 생활로 인해 수비 스텝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느꼈는데, 제 수비 스텝이 나비 훈련 때문에 복귀 직후 시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몸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죠. 그런데 이걸 처음부터 말씀드리면, (코칭스태프께서) 계속 시킬 것 같으셔서...(웃음)
서킷 트레이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 여러 가지 훈련이 다 쉽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됐죠. 보람찬 비시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재학 감독님께서 조언해주신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처음 오자마자, 감독님께서 ‘슈팅 타점을 높여라. 방향 전환을 할 때 자세를 낮춰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그런 조언은 빅맨이라면 다 들어봤을 겁니다. ‘자세를 낮추고, 골밑에서 침착하라’는 말을 듣지 않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중고등학교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그게 제가 그 동안 잊고 산 점이기도 했어요. 감독님께서 저에게 그런 점을 세심하게 상기시켜주신 거죠.
또, 저는 골밑에서 힘으로만 하려고 했어요. 힘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제가 힘을 너무 오래 준다고 생각을 하셨고,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골밑슛을 놓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가드처럼 힘을 빼고, 스텝으로 몸을 옮겨라. 그리고 볼 페이크로 골밑 슛을 쏠 수 있어야 한다. 힘으로만 하면, 힘이 다 빠져버린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들어보지 못했던 조언이었거든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유레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웃음)
그 외에도 정말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씀들을 핸드폰에 다 적어놨어요. 제가 안 풀릴 때는 핸드폰을 보며 감독님의 말씀을 상기시키려고 해요.
혹시 현대모비스에 온 걸 후회한 적도 있었나요?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제가 선택할 것을 좋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혹시나 현대모비스 식당 밥이 맛없었다면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어요.(웃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라,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운동이 힘들다는 것 때문에 후회하는 운동 선수들은 없을 거예요. 금전적인 면에서는 저에게 아쉽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겠지만, 그건 제가 농구를 더 잘해서 지금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 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현대모비스를 선택한 걸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바로 증명하기는 어렵겠지만, 2~3년 안에는 꼭 증명하고 싶어요.
농구와 현대모비스가 아닌 다른 쪽에서 후회하는 건 있어요. 지금 집값이 올라가고 있는데, 집을 미리 사놓지 못했다는 거예요.(웃음) 제가 2017년에 결혼했는데, 그 때 대출 받은 걸로 집을 살 걸 그랬나봐요.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서... 그건 정말 아쉬워요.(웃음)

Nobody Can Stop Me!
현대모비스는 2019~2020 시즌 중반부터 리빌딩을 단행했다. 먼저 2019년 11월 11일에는 트레이드로 우승의 주역이었던 라건아(전주 KCC)와 이대성(고양 오리온)을 보냈고, 슈팅 능력과 2대2 능력을 지닌 김국찬을 데리고 왔다.
2019~2020 시즌 종료 후, KBL 레전드였던 양동근이 은퇴했다. 그리고 장재석을 포함한 4명의 FA 선수들이 현대모비스로 합류했다. 2020년 11월 11일에는 트레이드로 이종현(고양 오리온)을 보내고, 높이와 스피드, 슈팅 능력까지 갖춘 최진수를 영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전과 다른 팀이 됐다. 그래서인지 2020~2021 시즌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기대를 모은 숀 롱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최대어로 영입된 장재석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어느 순간 상승세를 탔다. 2위(29승 19패)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재석의 힘도 분명 컸다.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속공 가담과 적극적인 페인트 존 공격 등으로 외국 선수들의 공수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장재석의 힘이 분명 컸다. 장재석의 기세를 멈출 이 또한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존재감이 썩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몸 푸는 것도 이전 팀의 방식과는 달랐고, 제가 투입되는 시기도 적응해야 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제가 어떤 선수인지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고, 저 역시 감독님 스타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시즌 초반은 적응 기간이었다고 생각했던 거죠. 다들 잘 적응하는 것 같다고도 말씀하셨고요.(웃음)
아무래도 외국 선수의 부진이 장재석 선수의 초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숀 롱도 초반에는 지금 같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고, 자키넌 간트 역시 국내 선수와 매치업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선수가 저를 막았고, 제가 외국 선수의 수비를 뚫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외국 선수가 저보다 체격 조건도 좋고, 운동 능력도 좋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팀 전력이 올라왔습니다. 본인 경기력도 좋아졌고요. 그 원동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팀에 녹아들자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무엇보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 더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팀에 더 녹아들었고요.
무엇보다 숀 롱이 적응하고 맥클린이 들어오면서, 저와 관련된 상황들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특히, 맥클린이 외국 선수와 매치업되면서, 제가 국내 선수와 매치업될 수 있었어요. 맥클린 쪽으로 공격이 안 되다 보니, 제가 공격을 해야 했거든요. 저 스스로도 국내 선수에게는 자신 있었고, 이기기 위한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아요.
또, 훅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더 많아졌어요. 훅슛 때문에 수비가 붙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동료들의 힘이 컸어요. (이)현민이형은 저에게 자리를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고, 저에게 좋은 패스도 많이 줬어요. (함)지훈이형은 포스트업 요령 같은 걸 세심하게 알려줬고요. 다른 동료들도 저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줬어요. 그렇게 제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전보다 나아졌을 뿐이지,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전보다 펌프 페이크(공격수가 공을 위아래로 움직여 수비수를 속이는 동작)를 하는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그것 역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요.
아니요. 펌프 페이크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펌프 페이크 자체만 놓고 보면, 골밑에서 필요한 동작이거든요.
제가 펌프 페이크를 너무 많이 한 게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펌프 페이크를 많이 했던 이유부터 말씀드린다면, 골밑 동작에 자신이 없어서였어요. 골밑에서의 기술과 감각이 없었고, 빨리 올려놓는 동작 또한 자신 없었어요. 그래서 펌프 페이크를 많이 하고, 안 되면 밖으로 빼주려는 동작이 많았죠.
하지만 득점 요령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펌프 페이크 횟수나 빈도가 줄어든 것 같아요. 성준모 코치님과 아이라 클라크 코치님께서도 ‘페이크 없이 바로 올라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두 분 다 ‘Nobody can stop me’라는 말을 주문처럼 해주셨어요.(웃음) 그런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현민과 최진수 등 오리온에 같이 있던 선수들이 가세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 같습니다.
두 명 다 큰 힘이 됩니다. 현민이형은 저에게 좋은 패스를 해주고, (최)진수형은 수비와 리바운드 가세로 저를 많이 도와줍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저희를 ‘현대모비스 오리온스’라는 말도 하세요. 그런데 저희 3명이 오리온에서 같이 뛴 건 2013~2014 때 정도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먼저 진수형은 2013~2014 시즌 끝나고 군대로 갔고, 현민이형은 2015~2016 종료 후 KCC로 갔어요. 물론, 3명 다 2015~2016 시즌 후반부터 로스터에 포함됐지만, 진수형이랑 뛸 때는 보통 현민이형 대신 가드형 외국 선수랑 뛰었어요. 현민이형이랑 뛰면, 진수형 대신 장신 외국 선수랑 뛰었고요. 그렇게 따져보면, 저희 3명이 오리온에서는 함께 했던 시간은 짧았던 것 같아요.

장재석의 과제 : 선택의 옳음을 증명하라!
프로 스포츠를 운영하는 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구단에 소속된 프로 선수의 궁극적인 마침표 또한 ‘우승’이다. 정상이라는 목표가 없다면, 프로 구단과 프로 선수 모두 동기 부여를 하는 게 어렵다.
장재석 역시 마찬가지다. 유재학 감독에게 농구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현대모비스를 선택했지만, 현대모비스에서의 최종 목표는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본연의 가치를 잊지 않은 것.
그래서 장재석은 ‘우승’이라는 단어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우승’을 원하는 이유가 또 있다. 우승 없는 배움은 가치를 잃을 수 있고, ‘우승’은 현대모비스라는 팀을 선택한 게 옳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020~2021 시즌 전만 해도, 현대모비스를 2위로 올려놓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잘 나가는 원동력은 어떤 거라고 보시나요?
먼저 숀 롱이 워낙 잘해줬습니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국내 선수가 워낙 많아요. 그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터져줬던 거죠.
지훈이형과 현민이형, 진수형과 (김)민구, (전)준범이까지 다 승부처에서 자기 몫을 한 경기가 있었어요. 저도 껴있을 수도 있고요.(웃음) 우리가 비록 일방적으로 이긴 경기는 없지만, 여러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돌아가며 힘을 낸 게 크다고 봐요.
앞서 말씀하신 대로, 장재석 선수의 힘도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저 이기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했을 뿐입니다.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농구를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농구를 잘 해야 하는 나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아요. 지난 KCC전(2021년 3월 20일 : 74-84 패)과 kt전(2021년 3월 21일 : 72-71 승)이 그랬어요. 그래서 그 경기만 계속 돌려봤어요. 그걸 보면서 ‘내가 5년만 어렸으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죠.(웃음)
남은 정규리그 경기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오프라는 더 큰 무대를 치러야 합니다. 팀 차원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감독님께서 늘 ‘중요한 순간에는 리바운드 하나와 루즈 볼 하나 등 기본적인 것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감독님의 말씀을 잘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가 지난 kt전에도 3점을 2개 밖에 못 넣었지만, 리바운드를 51개나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웃음)
물론, 여러 가지 과제가 있어요. 우선 최근에 외곽슛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3점을 쉽게 넣을 찬스를 잘 만들어야 해요. 수비에 집중해서 속공도 쉽게 해야 하고요.
또, 플레이오프 때 이기려면, 미친 선수가 꼭 나와야 해요. 저는 우리 팀에서 미친 선수가 반드시 나올 거라고 믿어요. 저희 약점을 보완하고 미친 선수가 나온다면, 저희 팀은 정규리그보다 더 쉽게 플레이오프를 치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장재석 선수는 어떤 걸 해야 하나요?
시합에 더 집중해야 해요. 그러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해요. 턴오버 없이, 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걸 해야 될까요?
속공 가담과 리바운드 싸움, 2대2 후 빨리 골밑으로 빠지는 것과 상대의 2대2를 막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궂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기술이 필요한 항목이죠. 열심히 하면서 정확하게 해야 되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제 포지션에서 기본적으로 잘 해내야 하고, 앞으로 더 잘해내야 할 요소이기도 하고요.
남은 시즌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제가 이 팀을 선택한 게 옳았다는 걸 증명하려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라고 보면 될까요?
플레이오프에 간 선수 중 우승을 원하지 않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너무 이른 시기에 김칫국을 마시는 느낌이라 조심스러울 뿐이죠.
어쨌든 플레이오프에 가면 우승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승은 플레이오프를 나가는 모든 선수들에게 당연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19’가 어느 정도 풀려서, 팬들께서 경기장을 찾아주고 계십니다. 그게 큰 힘이 됩니다. 팬들의 응원하는 목소리가 판교에 있는 저희 집까지 들리는데, 제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농구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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