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의 정치카페>문자폭탄은 '暴民정치'..文정권, 강성 팬덤을 도구로 권력유지 노려


■ ‘문자폭탄 정치’의 본질
권력 엘리트와 극렬 지지자 결합해 반대편 배제·탄압하는 ‘폭민의 지배’구현… 文 “양념” 이후 현대판 神託으로
배타적·공격적 소수 강성 親文이 비정상적 파워로 집권당-청와대-정치‘과잉대표’… ‘유사전체주의’化 변질
문재인 대통령의 열광적 지지층인 강성 친문(친문재인)의 행태가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문제가 됐던 ‘문자폭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민주당은 문자폭탄을 옹호하는 ‘친 문폭’ 진영과 이를 비판하는 ‘반 문폭’ 진영으로 나뉘었다.
문자폭탄 정치는 ‘폭민(暴民)정치’의 현대적 구현이다. 문자폭탄에 의존해 권력을 유지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집권세력은 해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적 특질로 경고했던 ‘폭민의 지배(Mob rule)’를 구현하는 중이다.
◇현대판 ‘신탁(神託)’
열성적인 여당 지지층이 한국 정치에 존재했던 과거 권력 팬덤과 구분되는 점 중 하나는 극도로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며 사교(邪敎)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군중심리로 광장을 지배하는 집권세력, 그 중심을 차지한 권력 엘리트, 그리고 이들에게 이성을 헌납한 폭민, 이것이 친문이 지배하는 세계다.
여권 내 강성 친문 그룹의 인식은 이들이 얼마나 문자폭탄을 권력 수호의 수단으로 의지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김용민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당연히 권장돼야 할 일”이라고 했고, 윤건영 의원은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문자를 받아서 위축된다고 보내지 말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화법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정청래 의원은 “간접 민주주의의 보완재 역할”이라고 옹호했다. 김용민은 친문 권리당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전당대회에서 1위 득표로 민주당 최고위원에 올랐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은 문 대통령의 몇 안 되는 복심(腹心)으로 평가된다. 박주민은 여권 내 친문 진영의 2세대 선두주자이며, 정청래는 뒤늦게 친문으로 전향한 인사다.
권력 엘리트와 폭민은 이렇게 문자폭탄을 매개로 끈끈하게 결합해 있다. 집권세력의 집요한 적의(敵意)와 계획된 증오를 표출한다는 점에서 문자폭탄은 극단화한 정치 표현주의의 한 형태다. 이들의 최상부에 문 대통령이 자리한다. 그는 집권 2년 차 기자회견 때 댓글과 문자폭탄의 문제점을 묻는 언론에 “유권자의 의사 표시다.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한 일이 있다. 앞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엔 문자폭탄을 “음식의 양념 같은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후 문자폭탄은 폭민을 통해 권력 내부의 메시지를 구현하는 현대판 ‘신탁’이 됐다.
◇문자폭탄과 폭민정치
문자폭탄정치는 반대자를 폭압적으로 배제하고 탄압한다는 점에서 폭민정치와 통한다. 폭민정치의 기원은 고대 폴리스 정치를 연구한 플라톤의 ‘국가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다. 이들이 ‘타락한 민주정’에 부여한 명칭이 바로 폭민정치다. 플라톤은 폭민에 의한 지배를 중우정치라고도 불렀다.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폭민의 지배’를 전체주의적 특질로 규정했다. 그는 히틀러의 나치즘과 스탈린의 사회주의를 연구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대중이 어떻게 폭민이 되는지를 설명했다. 첫째, 통치자는 테러를 정치 운용의 기본으로 삼는다. 둘째, ‘르상티망’을 권력 유지의 동력으로 삼는다. 셋째, 계급주의와 인종주의를 동원한다. 넷째, 영원한 지배를 꿈꾼다. 그가 말했다. “폭민의 의식구조에서 악과 범죄의 매력은 새로운 게 아니다. 폭민이 ‘비열할지는 모르나 매우 영리한 폭력 행위’를 늘 환영했다는 건 사실이다.”
집권세력의 문자폭탄 정치는 여러 점에서 폭민정치를 닮았다. 나치와 스탈린주의자들의 테러 수단이 총칼이었다면 강성 친문이 구사하는 테러 수단은 문자폭탄이다. 민주주의가 법의 지배이고, 독재가 무법의 지배라면, 폭민정치는 폭민과 테러의 지배다. 집권세력은 문자폭탄을 이용해 여론 조작과 선전·선동을 일삼았고, 이데올로기적 교의를 강요했으며, ‘토착왜구’ 같은 종족주의적 공격과 신형 계급투쟁 논리로 집권 4년 내내 적폐몰이를 했다. 그 목적은 권력의 오류 불가능성을 주입해 영구집권을 꿈꾸는 것이었다. 이 같은 폭민정치는 ‘유사 전체주의’의 길을 안내한다.
◇권력의 배신
김경수 경남지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문자폭탄은 ‘노무현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반성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대통령과 정권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표현된 것이죠. 저는 이것을 일종의 과도기 현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과도기는 없었다. 누군가 끊임없이 집단테러를 가했고, 정치적 반대자에게 공공연한 협박과 증오의 말을 쏟아냈다. 누군가 폭민화한 집단을 동원해 정당과 행정부를 장악하고, 의회와 사법부를 지배했으며,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문자폭탄은 법치를 대신해 일상화한 정치 테러가 됐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권력의 배신’이란 책에서 극렬 당원의 비정상적 파워를 국가 경영의 관점으로 진단했다. 문제 해결 능력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집권당 내 소수 극렬 지지자들의 비정상적인 파워가 커지면서 일반 유권자는 들러리가 됐고, 정당의 경선은 이념과 충성심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됐다고 그는 경고했다. ‘공공의 지배’ 하에 있어야 할 정치 영역이 조직화한 ‘폭민의 지배’ 아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포터 교수의 진단은 아리스토텔레스-플라톤-아렌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극렬 친문 숫자는 조응천 의원 식으로 좁게 보면 2000명, 정청래 의원의 계산법으로 넓게 잡으면 권리당원 70만 명 중 20만 명가량이다. 이들이 문자폭탄을 무기로 공천권과 당권은 물론 대선 주자 결정까지 주무르면서 여당을 장악하고 청와대를 움직이고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포터 교수가 말한 ‘권력의 배신’이다.
◇일그러진 영웅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문자폭탄을 “자신과는 다른 의사 표시를 억압하는 폭력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다른 견해를 허용하지 않는 만큼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일부 극성 친문이 문자폭탄이라는 폭력적 기제를 통해 여당과 청와대를 장악하는 극단적 과잉대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열은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똘마니들을 부추겨 공포 분위기로 교실을 지배하는 초등학교 반장 엄석대를 통해 권력의 횡포를 그렸다. 폭민을 부추기고 문자폭탄 테러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강성 친문이 엄석대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문자폭탄은 현대판 神託 : 친문 권력 엘리트와 폭민은 문자폭탄을 매개로 끈끈하게 결합돼 있음. 文이 문자폭탄을 “양념”이라고 한 후로 문자폭탄은 폭민을 통해 권력 내부의 메시지를 구현하는 현대판 ‘신탁’이 됨.
문자폭탄과 폭민정치 : 문자폭탄 정치는 반대자를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탄압한다는 측면에서 폭민정치와 통함. 또 ‘폭민의 지배’가 전체주의적 특질이라는 점에서 친문의 문자폭탄 정치는 유사 전체주의의 길을 안내함.
권력의 배신 : 강성 친문은 문자폭탄을 무기로 공천권과 당권, 대선 주자 결정까지 주무르면서 여당과 청와대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함. 이는 소수 극렬 지지자들에 의한 극단적인 ‘과잉대표’ 현상이며 ‘권력의 배신’임.
■ 용어 설명
‘폭민정치’는 플라톤이 고대 그리스의 타락한 민주정을 비판하면서 붙인 명칭. ‘중우정치’와 같은 뜻으로 쓰임. 현대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폭민의 지배’를 전체주의의 특질로 규정.
‘르상티망(ressentiment)’은 상대방에 대한 비합리적인 앙심과 원한, 복수심을 뜻하는 철학 용어. 독재자들이 권력의 유지·수호를 위해 끊임없이 반대자를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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