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다시 열렸지만..에버기븐호 사고 책임 공방 가열되나
[경향신문]

좌초됐던 에버기븐호가 인양되며 이집트 수에즈 운하 통행이 일주일 만에 재개됐다. 사고 책임자와 천문학적 수준의 보상금 지불 주체를 가려내기 위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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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브 마미시 수에즈운하 담당 대통령 고문은 29일(현지시간) “이번 일의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며 “선박 좌초로 인해 이집트 정부가 떠안은 피해 금액과 예인 비용은 모두 선주에게 청구할 것”이라고 이집트 MBC 방송에 말했다. 에버그린호의 선주는 일본 해운사 쇼에이 기센이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고로 이집트 정부가 하루 1400만달러(약 15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에즈 운하의 통행세는 1만50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단위)급 화물선 한척 당 70만~90만달러(약 8억~10억원)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집트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수에즈 운하 통행세로 자국 국내총생산(GDP) 2%에 달하는 금액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집계했다.
사고 원인이 강한 모래 폭풍으로 인한 것인지, 선장이나 선원의 실수인지는 이번 책임 공방의 핵심 쟁점이다. 사고 직후 에버그린호의 선원들은 수에즈 운하 통과 당시 강한 모래 폭풍이 몰아쳐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고 배도 심하게 흔들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집트 당국은 지난 27일 좌초 원인이 “기계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라며 선주와 선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집트운하관리청(SCA)은 “기상 상황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적, 기술적 실책도 조사 범주에 포함하겠다”고 밝히고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집트 당국은 사고 당시 배에 타고 있었던 이집트 항해사와 선장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는 SCA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 당국이 항해사와 선장 간 소통 문제가 있었는지, 선장과 항해사의 항해 경력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물류 배송 지연에 따른 막대한 규모의 피해를 누가 물어줄지도 관심거리다. 이번 사고로 400척 이상의 선박에 실린 원유, 농산물, 반도체 등의 배송이 미뤄졌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배송이 지연된 물품의 금액을 최대 100억달러(약 11조원)로 추산했다. 보상은 손해를 입은 물류업체와 화물선 소유주들이 보험사에 보상금을 청구하고, 보험사들은 에버그린호의 선주인 쇼에이 기센에, 쇼에이 기센은 자신들이 가입해놓은 보험사에 보상 청구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 자체 피해의 보상 문제도 쟁점이다. 보상을 둘러싼 당사자간 치열한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번 사고로 수억유로의 무역 손실금이 발생했으며, 보험사가 손실 회피를 위해 가입하는 재보험사들도 이번 보상 건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프리카 대륙 희망봉으로 우회한 선박들은 에버기븐호 선주 등에 추가 비용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운하 통행은 재개됐지만 이번 사태로 마비된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려면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플린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일주일 동안 이 정도 규모의 수송이 중단된 건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황이 복구되기까지 적어도 60일이 걸린다”고 CNBC에 말했다. SCA는 대기 중인 선박을 통과시키는 데에만 3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폭 59m, 길이 400m, 22만t 크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는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로부터 6km 떨어진 지점에서 좌초됐다. 전세계 물류의 약 12%가 지나는 수에즈 운하의 통행을 재개하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구난 업체를 통해 14척 이상의 예인선과 준설·구난 전문가들을 투입해 인양 작업을 진행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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