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영상이라고? 전통문화 황홀경, 5분이면 한국에 매료
한국의 첫 관문 장식한 'LED 미디어월'
조선왕실 보자기·나전칠기·전통춤 구현
초고밀도 스크린 그림같은 해상도 재현
맞은 편엔 키네틱 아트 '나비와 고양이'
324개 휴대전화 활용한 미디어 아트로
1992개 LED 막대로 가야금 소리 표현

저마다의 차이야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진행되는 입국의 과정은 기계적이고, 엄격한 형식이 거의 전부라 입국장이 해당 국가를 처음 만나는 공간임을 인식하는 건 어딘지 낯설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동편 입국장이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미디어 설치작품들로 새단장을 했다. 나전칠기, 무용, 한글 등을 첨단 LED 화면에 구현하고 책가도, 조각보, 문살 등을 표현한 키네틱 아트(작품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작품)가 입국자들을 맞는다.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 재입국한 내외국인 모두에게 입국장은 첫 관문이죠.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이곳에 설치한 이유입니다.(국립고궁박물관 심보영 주무관)

미디어 월 맞은편에 설치된 키네틱 아트 중에는 ‘나비와 고양이’란 제목의 모바일 책가도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에서 일부 지원한 휴대전화 등 324대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책과 문방구 등으로 가득한 책장에서 고양이가 나비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공공장소에 키네틱 아트가 설치된 건 인천국제공항이 처음이라고 한다. 1992개의 LED 막대로 가야금의 소리를 빛의 흐름과 퍼짐으로 표현한 작품 또한 인상적이다.
67억원의 예산을 들여 첨단기술과 전통문화를 접목한 양질의 미디어 작품으로 새단장을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사업을 주도한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문화재재단이 사업 시작단계부터 고민했던 바이고, 지금도 여전하다. 한국과 접촉하는 첫 물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선택한 장소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미디어 작품으로 유인하는 데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설치된 입국장을 빠져나가는 데는 성인 걸음으로 5분 정도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입국자들은 대체로 입국심사를 서둘러 받길 원하기 때문에 비행기 출입구와 입국심사장 사이에 설치된 미디어 작품들을 감상해 보려는 여유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애초 입국장 여러 곳을 새로 꾸미기 위해 확보한 예산을 제1터미널 동편 입국장에 집중 투입하고, 설치 작품의 질을 크게 높인 것은 이런 고민의 결과다. 한국문화재재단 우혜정 부팀장은 “장소를 확인한 자문위원들이 한 군데만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고 전했다. 심보영 주무관은 “설치 작품 하나하나가 그냥 스쳐지나가기엔 아까운 콘텐츠”라고 말했다.
공개된 지 이제 두 달이 조금 넘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입국자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 새로운 모습의 입국장에 대한 반응을 제대로 확인하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공개 이후 설치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입국자들을 좀 더 정성 들여 맞겠다는,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우리의 시도와 바람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리란 기대를 해 봄직도 하다. 제1터미널 동편 입국장 외에도 서편 입국장, 제2터미널의 입국장도 새단장을 기다리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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