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다쓴 일기장이 3000원에 올라오자..
열심히 쓴 일기장 판매합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일기장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가격은 권당 3000원. 신기한 건 새것이 아닌 다 쓴 일기장이었다. 판매자는 "다 쓴 일기장입니다. 꿀잼 보장하고요"라며 물건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나중에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파실 수 있을 거예요"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진짜 한 번 사서 읽어보고 싶다",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외에 별별 물건이 매물로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한 번 쯤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기 때문이다. 어떤 기상천외한 매물이 거래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비둘기알 팔고 반려동물 애인 구하고
반려동물용품 카테고리에 '비둘기알 가져가실 분'이라는 제목의 판매 글이 올라왔다. 비둘기알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사진도 함께였다. 에어컨 실외기 수리를 해야하는데 알을 발견한 판매자는 '불쌍하지만 보내야 할 것 같다"면서 "혹시 부화기로 데려가서 부화시키실 분 "이 있는지 물었다. 실제로 비둘기알이 거래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여친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제목만 보면 사랑에 목마른 남성이 올린 것 같지만 글을 읽어보니 내용에 반전이 있다. "우리 강아지(성별 남자) 여친 구합니다. 7년 됐는데 아직 늘 혼자만 있었답니다. 사회성 부족으로 안타까워서 올려봅니다"라는 한 반려견 집사의 걱정이 담긴 글이었다.
당근마켓은 반려동물이 집을 나갔을 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동네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는 중고거래가 아닌 동네 정보 카테고리에 글이 올라온다. 최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는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임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 사진과 함께 발견 장소를 밝혔다. 그리고 얼마 후 글 제목이 '찾았습니다'라고 바뀌었다. 고양이 주인이 해당 글을 보고 잃어버렸던 반려묘를 찾은 것이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잃어버린 틀니, 차 열쇠 등을 찾아주는 사례도 많다.
"벌레 잡아요" 자신의 특기를 이용한 구직도
물건이 아닌 자신의 특기를 파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으로 '벌레 잡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1만~2만원 정도에 벌레를 잡아주는 재능 판매자다. 한 판매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메뚜기 튀김을 가장 좋아했고 여치와 메뚜기, 방아깨비와 매미를 잡으며 자랐습니다"라며 자신의 능력을 어필했다. 자신을 '버그 마스터'라 소개한 다른 판매자는 '사람인지라 놓칠 수 있다. 놓칠 시 돈 안 받는다', '벌레 잡으러 가는 길에 벌레가 사라졌을 경우 돈 받는다' 등 주의 사항도 함께 올렸다.
미술 재능을 살려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도 있다. 당근마켓 검색창에 '그림 그려'까지만 입력해서 검색해도 10여개의 글이 나온다. 심심해서 혹은 연습 겸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나선 당근마켓 화가들이다. 가격은 대부분 무료지만 그림을 받은 사람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기프티콘을 주기도 한다. 직장인 이씨는 최근 앱을 보다가 무료 그림을 그려준다는 사람에게 사진을 보냈었다. 그는 "심심해서 그려준다길래 호기심이 생겨 사진을 보냈다. 정말 화가급은 아니지만 귀엽게 그려줬다.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판매 금지 물품 판매하고 악용하는 사람들도
이처럼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매물이 있는 반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물건도 있다. 10월16일 당근마켓에는 모두에게 충격을 준 글이 올라왔다. 신생아를 판다는 글이었다.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과 함께 아이의 사진이 올라왔다. 희망 가격은 20만원이었다.
이를 발견한 다른 이용자가 당근마켓 측에 신고했고 관계자는 글을 강제 비공개 처리 후 판매자를 영구 탈퇴 조치했다. 판매 글을 올린 사람은 20대 미혼모였다. 원치 않던 임신 후 혼자 아이를 출산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나머지 해당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에 당근마켓 측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악용하는 사례는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터줏대감 격인 중고나라에서도 있었다. 대리 구매를 줄여 부르는 '댈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술이나 담배 등 미성년자가 구매할 수 없는 물품을 대신 사다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대부분 술 아니면 담배다. 이 자체로도 불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요구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원하는 물건의 가격을 할인해 준다면서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업계관계자는 대리 구매의 경우 일일이 신고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고 시장이 커지면서 게시글도 늘어나고 그만큼 관리가 어렵다. 또 대리 구매 같은 경우 실제 구매자는 성인이기 때문에 해당 청소년을 처벌하기 힘들다. 청소년이 어둠의 경로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꼼꼼한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회 안전망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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