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마녀사냥에 지치지만.. 멈추기보단 함께 극복해야" [진화하는 여성주의자 공격]
"아이들 삶서 학교생활 비중 줄어
공교육으로만 혐오 해소 역부족
여성주의 공격과 함께 크는 '백래시'
여성 공동체 등 연대의 길 모색해야"
지난 회(3월27일자 <“‘밥줄’까지 위협… 메시지 아닌 메신저 공격해”>) 에 이어 ‘진화하는 여성주의자 공격’을 주제로 전문가 대담을 이어간다. 교육 현장에서 자행되는 여성혐오 기반 폭력과 해결책을 논의해보고 평등으로의 길을 위협하는 ‘백래시(Back lash·사회 변화에 반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나 행동 양식)’에 관한 의견도 들어봤다.

A: 당연히 그렇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담임 교사가 교실 안에 상주해 조금 덜하지만 아닌 경우에는 비난하거나 공격적 행동을 하거나 따돌리는 경우들이 있다.
김: 학교에서는 머리만 짧아도 여성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그 외에 더 눈에 띄는 행동이나 발언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신 자신과 지향성이 비슷하거나 대화가 통하는 학교 밖 또래 집단을 찾아 활발하게 교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공교육으로 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A: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의 삶에서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교육이 아이들 삶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더더욱 제한적이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밖 집단과 어울리며 혐오를 강화하는 아이들은 늘고 있다. 교실 안 공동체에서 외모 평가를 하지 말자는 데 공감하고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능력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던 아이들도 학교 밖 집단과 어울리며 그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여성혐오적 용어를 쓰고 친구들과 성차별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혐오를 강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공교육만으로 해결하는 건 어려울 듯하고 다른 분야에서도 책임을 다해줘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혐오에 반대하고 평등을 옹호하는 문화가 정착해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 같다.

김: 저는 교육 분야에 있지 않지만 여성주의자 학생들을 만나 학교 내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고립감에 대해 이야기 들을 기회가 많았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지 물으면 이들은 특히 학교 외부에서 객관적 세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폭력 해결도 하고, 생활 지도도 하고, 인성 교육도 하고 너무 많은 역할을 맡겨놨기 때문에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A: 현재는 교사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어떤 사건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구성원끼리 해결할지 외부 조사 등을 받을지 결정된다. 문제는 김 후보 말씀대로 학교가 너무 많은 역할을 맡아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자꾸 조용히 처리하는 쉬운 길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쉬운 선택지가 있다면 굳이 외부인을 불러들여 조사받고 엄중히 처리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지 않을 것 아닌가. 교사들을 규격화할 수 없고 모두가 같은 수준의 성인지감수성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달라지는 판단을 보완하기 위한 게 지침이다. 그러니까 지침부터 개선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나 혐오 폭력 등을 조용히 넘어가기보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게끔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이 첫 단계부터 제대로 안 되니 피해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고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학교를 떠나게 된다.
-여성주의에 대한 공격 강화와 ‘백래시’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서: 법적 대응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 백래시는 권력을 가진 집단이 열위에 있는 집단의 변화가 퇴보하도록 유도하는 반격이다. 근데 수사기관이든 사법기관이든 기존 법리에서만 백래시 양상을 바라본다면 문제라고 잘 인식되지 않는다. 그들도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김: 10대 시절부터 일베와 여성혐오 인터넷 문화를 접한 유저들이 이제 사회로 나와 각계각층에 자리 잡고 있지 않나. 그러면서 백래시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여성들을 공격하고 신상을 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10여 년 전 일베가 문제 되기 시작했던 때에 문제를 뿌리 뽑지 않고 방치해온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미디어가 주도하는 백래시도 있을까.

김: 세상이 그렇게 바라는 것 아닐까. 여성들의 화력이 약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나는 내가 지치고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또 ‘연대도 일이다’라는 생각도 필요하다. 스스로 고립되지 말고 동지를 찾고 부지런히 참여해야 한다.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팀 스포츠 등을 하며 팀워크를 다질 기회가 없다 보니 파편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 깰 때가 되었다.
A: 연대도 일이라는 말이 너무 와 닿는다. 사람들이 퇴근 후 피곤한데도 부동산 공부하고 임장 다니고 하듯이 여성주의는 제 미래에 너무 중요한 투자니까 공부하고 업무처럼 시간을 할애하는 거다. 사실 저는 2016년부터 매 인터뷰 때마다 지쳤다고 말한 것 같다. 근데 그냥 지친 채로 계속한다. 저보다 힘든 상황의 사람들도 버티고 있을 것이기에 같이 버텨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김: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집단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기회를 찾는 방식을 모색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자고 젊은 여성들이 뜻을 모은 것도 그런 차원이었다.
서: 기존에도 여성은 확실한 연대 없이 고립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하니 정서적인 기반이 더욱 무너진 측면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여성들이 나만의 언어로 말하는 것에 좀 더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으니 무력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A: 저는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을 통한 만남도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이번에 ‘소셜브릭’이라는 여성교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모든 모임을 온라인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 덕에 지방에 있는 선생님들도 많이 참여하신다. 지방에서는 뜻이 있어도 모임을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오랜 시간 여성에게 대다수 공동체는 끔찍한 곳이었다. 가족, 친척, 마을, 종교집단 등 사회 조직에서 언제나 소모당해왔기 때문이다. 착취하고 소모하려는 기득권자 없이 여성들만 있는 공동체에서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박지원·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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