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사업 방법(?) "이윤 없어도 돈 벌 수 있어"

김훈 전 엘리샤코이 대표는 2004년 화장품 회사를 창업했다. 그가 5년 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창업자금으로 쓴 돈은 단돈 400만원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미약하지 않았다. 2018년, 에너지 개발 기업인 동원은 김 대표의 엘리샤코이를 40억 원 가치에 인수했다.


직장에서 IT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김 대표는 어떻게 40억 가치의 화장품 회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가 16년 간 사업을 하며 배우고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400만 원으로 시작한 화장품 회사를 40억 원 가치에 파셨다고요.


처음에 창업할 때는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했어요. 화장품 쇼핑몰을 3년 정도 운영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그때가 2004년도, 전문몰들이 대부분이었고 오픈마켓이 막 활성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대형 몰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보다, 특색 있는 개인 사업자들이 많았어요. 


사업을 하다보니, 개인몰들이 다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속성 있는 매출을 계속 보장을 받으려면 확실한 내꺼가 있어야겠다' 생각해서 브랜드를 만들게 됐죠.



사회생활을 처음부터 창업으로 하셨던 건가요?


원래는 IT 프로그램 개발자였어요. 회사에서 개발자로 5년 정도를 일하다가 큰돈을 벌고 싶어서 창업을 했어요. 창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을 하게 된 이유는, 당시에 웰빙 키워드가 막 뜨고 있었어요. 웰빙이라는 단어와 함께 천연화장품이라는 키워드도 같이 떠오르고 있었어요. 


일반 수입 화장품은 단가 구조가 안 나오고 국내 화장품도 가격이 너무 무너져 있으니까 천연화장품이 틈새 시장이라고 판단했죠.



IT 프로그래머에서 화장품 사업이라니... 막막했을 것 같아요.


막막했죠. 제가 30살에 창업을 했거든요. 대학교 전공은 디자인을 했다가 적성에 안 맞아서 힘들게 IT 공부를 해서 취업을 했어요. 그렇게 5년 정도 일하면서 되게 행복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직장생활에 현타가 와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거죠. 


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뒤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이 됐어요. IT 업계는 새로운 기술도 빨리 나오기 떄문에 1-2년만 쉬어도 도태되거든요. 사업이 망했을 때 다시 IT 일을 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됐어요.

 

천연화장품으로 아이템을 정한 후 가장 처음 했던 액션은 뭐였나요.


일단 천연 화장품 브랜드를 검색했어요. 당시에는 화장품은 고사하고, 부가세 개념도 몰랐어요. 어떤 화장품 수입상이 "어떤 것은 공급가가 60% 부가세 포함입니다", "어떤 것은 60%의 부가세 별도입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부가세 포함, 별도가 뭐예요?" 냐고 물어봤어요. 엄청 황당해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없이 전화를 했고, "내가 쇼핑몰을 하려고 하는데 공급 단가를 알고 싶다" 이렇게 시작했죠.


공급 단가를 알고 난 후에는요?


경쟁사들을 분석했어요. 어떤 아이템이 있고, 얼마에 팔고 있고, 어떻게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등을 보면서 20-30장 정도 되는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어요. 내가 어떤 아이템을 입점시킬 거고,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 있고, 사은품은 뭘 주는지, 디자인의 특색은 어떤지 등을 쭉 분석하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어요. 


초기에 사업계획서를 워낙 꼼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거의 예상대로 진행됐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재고를 되도록 안 가지고 있었어요. 마진이 작더라도 업체 배송을 80%로 하고, 20%만 재고를 가져가는 시스템을 선택했죠.



온라인 판매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마케팅이잖아요.


당시에는 지금보다 광고 효율이 잘 나왔어요. 온라인 시장이 막 뜨기 시작할 때였고 경쟁자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다시 똑같은 상황에서 한다고 하면 그때만큼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마케팅을 하셨나요?


당시에는 CPC(Cost per Click) 광고를 하면 효율이 잘 나왔어요. CPC 광고를 돌리면서 세세한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중요한 게 구매 전환율이잖아요. 


구매 전환율을 1%에서 2%로, 1%만 높여도 월 매출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상세 페이지에 엄청 공을 들였어요. '고객이 3분의 1쯤 봤을 때 이런 생각을 하겠다', '중간쯤 봤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다' 이런 디테일을 계속해서 체크했어요.  

전문몰을 운영하다가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판매하고 있었던 화장품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졌어요. 경쟁 쇼핑몰들도 저와 같은 상품을 팔고 있었거든요. 오늘 1만 9천 원이었던 상품이 자고 일어나면 1만 8천 9백 원이 되고, 그러면 1만 8천 7백 원으로 내려야 하고. 이런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어요. 


남의 브랜드를 가지고 가격 경쟁을 하는 사업을 해서는 답이 안 나오겠다 싶었어요. 2-3년 이후에도 꾸준히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거든요. '우리 자체 브랜드를 한번 키워보자' 그래서 9개월 정도 준비하고 브랜드 런칭을 했죠.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뭐였나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품질이었어요. 중소 브랜드가 대기업 브랜드들과 경쟁했을 때 이길 수 있는 게 품질밖에 없거든요. 마케팅으로는 게임이 안 되잖아요. 일단 품질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승부를 봐야지, 원가부터 아끼려고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당시 시중에 20여 개 정도의 비비크림이 나와있었어요. 한참 비비크림 열풍이 있을 때였거든요. 저희 브랜드에서 만든 비비크림은 사실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일본 바이어한테 연락이 오면서 국내 브랜드로는 거의 처음으로 일본에 진출을 했죠.



일본 진출은 성공적이었나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일단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빠른 민족인지 정말 몰랐어요. 일본에 비비크림 붐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두 달 만에 엄청난 브랜드들이 일본으로 진출을 하기 시작했어요. 가격을 다 흐려놨죠. 당시에 제가 욕심을 부렸던 게, 일본에서 선두를 뺏기면 안 되겠다 싶어서 무리하게 생산을 했어요. 그 물량이 일본에 다 나갈 줄 알았는데 주문이 끊긴 거예요. 이후에 물량을 소화하는 데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었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 다른 국가들을 알아봤었어요. 화장품 유통기한이 있다 보니까 시간이 얼마 급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때 홍콩, 대만 등 다른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어요. 사업은 위기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요.



가치있는 비즈니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업 운영을 중단했을 때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지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온라인 몰로 월 매출 1억, 순수입 1-2천씩 꼬박꼬박 버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만약 이 사람이 사업 운영을 중단했을 때 모든 수입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다면 가치있는 비즈니스라고 볼 수 없죠.


가치라는 건 쉽게 말해 '우리만의 독특한 서비스', '나 아니면 대체가 안 되는 어떤 것' 이에요. 대체가 안되는 것을 만드는 게 가치가 있는 사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가치를 만든다고 해서 바로 돈이 되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돈을 많이 쓸 수도 있죠. 그래서 대표이사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가 자산을 만들려면 어떤 가치가 있어야 해요. 가치를 뭘로 할 건지는 아이템마다 다르겠죠. 화장품 같은 경우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될 수도 있고, 해외시장에 대한 판로가 될 수도 있겠죠. 


종잣돈을 만드는 것처럼 가치도 처음 만들기가 가장 어려워요. 대신 한번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도 매출은 더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죠.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해져요.



가치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정량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건 검색어 수죠. 브랜드에 대한 검색어 수. 예를 들어 1년 전 월 1천이었던 검색어 수가 1년 후 월 1만이라고 하면 정량적인 부분을 봤을 때는 1년 전보다 10배 정도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대략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물론 더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겠죠.

직장인이 퇴사 후 창업을 한다면 어떤 걸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요.


목표를 먼저 잡아야죠. 당연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해요. 창업을 해서 버는 수입은 직장 생활할 때의 연봉 대비 무조건 두 배는 잡아야 합니다. 직장 다닐 때 연봉의 두 배가 되지 않으면 결국 손해에요. 경력 단절에 대한 이슈, 기회비용에 대한 손실 등도 수입에 반영을 시켜야 하죠. 


단순히 "월급 생활했을 때는 월 300을 받았는데 창업을 했더니 월 400이네, 훨씬 낫네" 이게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2배는 돼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모든 아이템이 성수기가 있고 비수기가 있거든요. 사업은 항상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요.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별개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생각을 해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