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전북' 잡은 양주 박성배 감독 "FA컵과 궁합 맞아..더 즐기고 싶다"

이재상 기자 2021. 5. 2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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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주시민축구단, 대이변 일으키며 8강행
박성배 양주시민축구단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박성배(46) 양주시민축구단(K3) 감독은 친정팀 전북 현대를 FA컵 16강서 잡은 뒤 만감이 교차했다고 돌아봤다. 선수 시절 프로 데뷔 클럽이 전북이었기에,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3부리그 클럽 양주는 지난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국내 최강 팀 전북을 꺾는 큰 이변을 일으켰다.

전후반과 연장까지 상대의 공격을 봉쇄 0-0으로 연장까지 마친 양주는 승부차기 끝에 10PK9로 이겼다. 11번째 키커로 나선 전북 골키퍼 이범영의 슈팅이 양주 골키퍼 박청효에게 막히면서 반란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 감독은 2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선수 시절 포함해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전후반과 연장 30분에 승부차기 키커 11명까지 가는 혈투였다. 그는 "전북전을 마치고 파악해보니 장기 부상자가 3명이 나왔다. 걱정이 크다. 팔 골절, 근육 파열 등 크고작은 부상이 발생했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짠하다"고 전했다.

박성배 감독은 199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을 통해 전북에서 처음 프로 생활을 했다. 1998년부터 5시즌 간 전북 유니폼을 입고 142경기에 나와 41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이 지금처럼 강팀이 아닌 시절이었지만 그는 팀의 간판 골잡이로 활약했다. '흑상어'란 별명을 얻으며 전북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FA컵서 전북을 만나게 된 순간부터 승리한 이후에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고 돌아봤다.

박 감독은 "친정 팀을 떠나 김상식 전북 감독도 친한 후배고, (전북이) 어려운 상황이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승부의 세계가 냉정하지만 우리는 즐겨야 하는 입장이었다. 망신 당하지 말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용인시청 축구단서 플레잉코치를 하며 처음 지도자 생활을 했던 박 감독은 이후 FC오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코치, 수원 삼성 수석코치, 안산 그리너스 수석코치 등을 지냈다.

박성배 양주시민축구단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지도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 구단이 아닌 K3의 양주시민축구단의 지휘봉을 잡았다.

박 감독은 "이제는 코치가 아닌 감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며 "무대는 중요하지 않았다. K3리그지만 선수들과 함께 내 색깔을 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1월19일 부임해서 의욕적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공수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고 콤팩트한 축구를 하고자 하는데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그래도 빠른 템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땀 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FA컵 이야기가 나오자 내심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돌풍을 일으킨 양주의 FA컵 8강 상대는 아직 미정이다.

그는 "선수 시절에도 FA컵과 인연이 있었다. 우승(2000년)과 준우승(1999년)을 모두 경험했다. 2019년 수원에서 코치로도 FA컵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대진운도 굉장히 좋았다"고 웃었다. 소위 FA컵과 궁합이 맞는다는 박 감독이다.

박성배 감독은 "다른 대어를 잡아보자고 욕심 부리는 것은 아니다. 그저 8강부터는 선수들이 더 즐겼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그래도 FA컵에 강하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있다. 기분 좋은 징크스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양주시민축구단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라운드에 단 한 명의 팬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관중이 있어야 우리가 존재한다. 운동장에서 더 헌신적인 모습, 서로 신뢰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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