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면 하단에 붙은 DMZ 토지 판매 광고

출처: ⓒ트럼프 트위터 캡처
G20 정상회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4개월 넘게 진전이 없던 북미 관계가 단 하루 만에 극적으로 반전됐습니다.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9일 오전 7시 51분에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남과 북의 국경지대인 DMZ에서 그를 만나 그와 악수하며 인사라도 나누면 좋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을 남기고 G20 정상 회담 참석차 오사카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트윗을 보았나’라고 물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업데이트된 지 다섯 시간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30일 오후 1시 9분께 정전 선언 이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나는 ‘세기의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인 만큼 전 세계의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을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남북미 정상의 ‘세기의 만남’
“역사적인 촬영 기회.” (AP)

“엄청난 진전.” (CNN)

“66년 전 정전협정 이후 첫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 (워싱턴포스트)

“중단된 핵 대화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전례 없이 언론 친화적으로 친선을 보여주다.” (뉴욕타임스)

“북한 땅을 밟은 것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 (러시아 타스통신)

이번 만남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쇼맨’으로 칭한 언론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해외 언론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기의 만남’ 이후 대한민국 언론, 특히 지면 보도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평화’ 강조한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7월 1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해 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 등 주요 신문의 1면을 보면 이번 만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조중동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실관계 위주로 건조하게 이번 사건을 다뤘습니다. 사진도 다른 세 매체에 비해 현저히 작은 크기로 사용했습니다. 향후 교과서에 실릴 만큼 역사적인 사건인 반면 1면 메인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는 하단 광고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물론, 편집권은 언론사의 재량입니다.) 


이에 비해 경향신문은 1면 페이지의 70~80% 가량을 세 사람의 사진으로 채우고 ‘분단의 땅에서 평화의 문 다시 열다’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한국일보는 1면 전면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으로, 한겨레는 가로 형태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나온 사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언론의 사진·제목에 따라 다른 독자의 반응

중앙일보는 ‘트럼프 북한 땅 밟았다’는 제목으로 이 만남을 다뤘습니다. 1면 기사 사진으로는 트럼 프 대통령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먼 거리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한국일보는 ‘북한 땅 밟다. 적대를 넘다’는 타이틀로 북미 정상 두 사람이 함께 판문점을 넘는 사진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두 언론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소식을 다뤘지만, 늬앙스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말 그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사실 자체를 타이틀로 뽑아낸 반면 한국일보는 ‘적대를 넘다’는 표현으로 이 사건이 한반도 평화에 큰 발걸음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의 경우에도 차이가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을 조명한 반면 한국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나라로 넘어온 모습을 담았습니다. 

조선일보 1면 하단에 나온 DMZ 토지 판매 광고

7월 1일 조선일보는 ‘북한 땅 밟은 트럼프 “김정은, 백악관 오라”’라는 제목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동시에 1면 팔면봉 꼭지에서 ‘깜짝 이벤트만큼 비핵화도 깜짝 놀랄 성과 나올까’라며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을 다소 결과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조선일보 1면 하단에 있는 광고였습니다. 이날 조선일보는 세 정상의 만남을 다룬 기사와 같은 페이지 민통선(DMZ) 토지 매각을 마감한다는 광고를 실었습니다. 남북평화 모드가 이어지면 기대 심리가 작동해 군사분계선 근처의 토지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낼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론’을 펼치는 신문에 실린 광고라 낯설기도 합니다. 


오히려 조선일보의 1면 기사보다 하단 광고에서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단순한 광고지만, 서로를 향한 적대감보다는 평화에 대한 기대가 함의돼 있습니다. 매체 논조가 광고보다 경직된 모습을 보여준 조선일보의 1면이었습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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