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 거부해온 '아미시 공동체', 코로나 백신 맞을까?

심성옥 2021. 5. 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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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삶 고수하는 아미시 교도

전기,자동차 없이 현대 문명과 단절된 생활

미국 코로나19 집단면역 걸림돌로 부상   

아미시(Amish) 공동체는 전기 등의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자급 자족을 원칙으로 살아간다. 손수 지은 검소한 옷을 입고 자동차 대신 버기(Buggy)라 부르는 말이 끄는 마차로 이동하는 아미시들의 독특한 생활 양식은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져 왔다.     

이렇게 고립된 생활을 하는 아미시가 미국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아미시 공동체 마을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미시 마을이 있는 지역의 주정부는 이들 공동체에 감염병 정보와 코로나 백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그럼에도 아미시 공동체가 집단 거주하는 인디애나주와 오하이오주의 백신 접종률은 현재 주 평균 접종률보다 현저히 낮은 경향을 보이며 미국 연방 정부의 집단 면역 도달 계획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아미시 공동체의 교통수단인 마차 ©픽사베이 

17세기 말 스위스에서 시작된 침례교 종파이자 메노나이트교 분파인 ‘아미시(Amish)’는 18세기 경부터 종교의 자유와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미국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인디애나주 북동쪽 지역(엘크하트, 쉽시와나, 미들베리 등) 은 미국의 아미시 교도 32%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비영리 이민아동 권익보호기관인 영셍터의 2020년 연구 보고에 의하면 미국 전역엔 약 344,670명의 아미시 교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미시는 미 연방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채 살아간다. 이를테면 연방소득세, 지방세, 소비세 등을 납부하지만 사회보장 세금은 납부하지 않고 연방정부는 아미시에게 실직수당 혹은 빈곤계층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 각 주별 아미쉬 분포 ©영센터 웹페이지

아미시 마을의 기간 시설 (infrastructure) 부족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이 없으므로 컴퓨터로 백신 접종 예약을 할 수도 없고 각 가정마다 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주 이동 수단인 마차로 백신 접종소까지 장거리를 이동하기도 힘들다. 드라이브 스루 접종소 역시 마차가 통과하기엔 무리다.  

하지만 아미시 공동체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진짜 이유는 오랜 세월 강하게 굳어진 백신 불신과 거부 경향 때문이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펜실베이니아 어린이 병원을 방문한 18세 이하 환자의 자료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미국 소아 연구협회 공식학회지, '소아학' 게재 연구) 아미시 공동체의 백신 거부 분위기가 얼마나 강한지  엿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진단 및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아미시 및 메노나이트 가정 출신 어린이의 92%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가정 출신 어린이 환자의 백신 미접종률은 17%에 불과했다.  

◆아미시 공동체 ©픽사베이

지난 4월 16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는 아미시 마을에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감기” 정도로 취급된다. 또한 백신은 제약회사의 돈벌이 수단이라는 음모론과 미국은 이미 코로나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 있다는 가짜 뉴스도 퍼져있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을 원하는 일부 아미시 마을 다른 주민들은 공립 백신 접종소를 피해 사립 병원에서 비밀리에 접종을 마친다. 만약 백신 접종소에서 다른 아미시 주민을 마주치는 일이 발생하면 서로의 접종 사실을 비밀로 하자는 은밀한 눈빛까지 교환한다.  

주정부 및 카운티 기관들은 아미시 교도들에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아미시 마을 내에 이동 백신 접종소를 설치해 이동에 따른 불편을 줄이는 것 등이다. 

또한 집단 규범을 따르지 않는 개인을 처벌하고 응징하는 아미시의 관습을 고려해 아미시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낮은 백신 접종률로 문제가 되는 곳은 아미시 마을 뿐만이 아니다. 격리된 삶을 사는 농촌 오지와 정보 접근이 느린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백신 거부 심리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집단 면역에 도달하려는 미 정부의 최대 고민 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 심성옥 글로벌 리포터 serena.shim@gmail.com

■ 필자 소개

현 미국 인디애나 주 소재 볼 주립 대학교 교수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교육 심리학 박사

미국 심리학회 (APA) 산하 교육심리협회 서기

Educational Psychology 교육 전문 저널 부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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