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모방했다" 소리듣는 아웃도어 브랜드, 알고보니
140년 전통 영국 스포츠 브랜드
비슷한 로고로 ‘악어의 대결’까지
전 세계에는 수백 개가 넘는 패션브랜드가 존재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브랜드만의 철학·로고·이름 등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킵니다. 또 업계 선발주자일수록 역사 및 소비자와 함께한 시간 등을 따질 때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략 수립 실패, 부도 등 다양한 이유로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를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140년 전통 영국 스포츠 브랜드vs독일 스포츠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푸마가 ‘PUMA’ 글자 위로 뛰어오르는 로고로 유명합니다. 푸마는 독일인 루돌프 다슬러(Rudolph Dassler)가 설립했습니다. 루돌프 다슬러는 1924년 형제인 아돌프 다슬러와 신발공장을 함께 하다가 1948년 사업을 분리했습니다. 이때 루돌프는 푸마, 아돌프는 아디다스를 시작한 것이죠. 푸마는 당시 탈부착 가능한 스터드(stud)를 단 축구화로 축구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죠. 1950년 후반부터는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대회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푸마와 비슷한 흑표범을 로고로 사용해 혼돈을 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대표 스포츠 브랜드 ‘슬래진저(Slazenger)’입니다. 슬래진저는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젊은 연령층 사이에서는 푸마 ‘짝퉁’이라고 오해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슬래진저는 푸마보다 67년이나 앞선 1881년에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용품 브랜드기도 하죠. 랄프 슬래진저와 알버트 슬래진저가 테니스공을 만들면서 시작했습니다. 1902년부터 지금까지 윔블던 챔피언십 공식 테니스볼 공급업체기도 합니다.
1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제품의 질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지만 한국에서 유독 저가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슬래진저의 글로벌 라이센스 전략 때문입니다. 푸마를 포함한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른 스포츠 브랜드는 제품을 직영 공장이나 OEM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그러나 2004년 스포츠 다이렉트 인터내셔널이 슬래진저를 인수하면서 영국 내 브랜드 재산권만 인수했습니다. 영국을 뺀 나머지 국가에서는 누구나 슬래진저를 생산해 팔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1만~2만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명품 브랜드로 판매할 때도 있었습니다. 1980~90년대까지는 삼성물산이 라이센스를 갖고 있던 때였죠. 당시에는 가격도 비싼 편이었고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레드페이스vs노스페이스
2000년대 중반~2010년 초반 학생들 사이에서 ‘제2의 교복’으로 부르던 점퍼가 있습니다. 바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입니다. 노스페이스는 미국 등산용품 및 아웃도어 브랜드로 옷과 텐트가 유명합니다. 국내에서는 한때 중·고등학생들의 겨울 필수품이었습니다. 눕시 다운재킷은 2009년 겨울에만 6만여장이 팔렸다고 합니다. 노스페이스가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젊은 층 사이에서 억울하게 후발주자로 인식된 브랜드도 있습니다. 국내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레드페이스 입니다.
레드페이스는 1966년 당시 ‘RF상사’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한국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입니다. 1968년 출범한 노스페이스보다 2년 먼저 시작한 셈입니다. 당시 ‘RF’라는 상표로 1970~80년대 패션 시장을 주도했고 전문 등반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꼭 갖고 싶은 브랜드였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3년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드페이스는 당시 한 달 월급보다 비싼 등산화와 제품으로 유명해 신발을 껴안고 잠을 자는 사람이 있었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부도를 겪었습니다. 이후 2000년 재영유통과 합병해 지금의 레드페이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1997년 노스페이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중심이 노스페이스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레드페이스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등산용품 전문기업인데도 2년 늦게 탄생한 노스페이스를 모방한 것으로 종종 오해를 받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세기의 ‘악어의 대결’ 펼친 두 브랜드
로고가 비슷해 시장 선발주자는 물론이고 브랜드 자체가 헷갈리는 회사도 있습니다. 의류브랜드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입니다.
라코스테는 프랑스 의류 브랜드로 1933년 프랑스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트(Rene Lacoste)가 설립했습니다. ‘악어’는 선수 시절 그의 별명이었습니다. 그의 친구가 악어 마크를 블레이저에 새겨줬고 르네는 그걸 입고 출전하면서 악어가 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죠. 르네는 1927년 프랑스 니트회사 사장과 합작해 의류 회사 라코스테를 창립했습니다. 운동에 적합한 셔츠를 제작했고 악어 자수를 부착했죠. 이 악어 자수는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크로커다일은 1947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 세계 50여개국에 진출해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중장년 패션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크로커다일 로고는 라코스테 로고와 달리 왼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김새와 방향이 다르지만 두 브랜드는 악어 로고 때문에 1993년 중국에서 '악어의 대결'이라고 하는 상표권 분쟁을 벌였습니다.
국내에서도 둘 사이의 상표권 분쟁이 있었습니다. 라코스테가 '두 상표 모두 티셔츠 왼쪽 가슴에 있는 점' '국내 수요자에게 이미 라코스테 상표가 알려져 있던 점' 등을 들어 상표등록취소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국내 소비자에게 라코스테 악어 로고가 널리 알려져 있어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라코스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