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번은 휘둘러야 부러지는 배트 [정지윤의 사진톡톡]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2021. 5. 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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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컵스의 하비에르 바에즈가 배트가 부러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에 비유하자면 야구에서 투수의 무기는 빠른 공이고, 타자에게는 야구 방망이(배트)가 그것이다. 군인이 총검을 들고 전장에 나서듯, 타자는 배트를 들고 투수와 맞선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듯이 훌륭한 타자는 배트 탓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경기에서 타자들의 무기인 배트에 대한 제한 규정이 있을까? 재질(원목),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7cm 이하), 방망이 길이(106.7cm 이하) 제한은 있지만 무게 제한은 없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트레이 만치니가 지난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배트가 부러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 내셔널스의 유격수 트레아 터너가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배트가 부서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밀워키 브루어스의 루크 메일이 지난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경기에서 배트가 부러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메츠의 우익수 마이클 콘포르토의 배트가 타격중 부서지고 있다. USA TODAY Sports


사실 배트는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장비다. 얼핏 보기에는 다 똑같이 생겼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모두 세밀하게 조금씩 다르다. 타격은 얇은 방망이 하나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쳐서 원하는 곳으로 보내야 하는 기술이다. 그만큼 정교한 스윙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은 배트가 1g만 무거워지거나 손잡이가 1㎜만 얇아져도 금세 그 차이를 감지한다. 매일 만지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3루수 조쉬 로자스가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7회 배트가 부서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USA TODAY Sports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유격수 김하성의 배트가 타격중 부서지고 있다. USA TODAY Sports


배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 프로용 배트는 맞춤 생산된다. 선수의 체격이나 스윙 스타일에 따라 무게와 길이, 구조가 달라진다. 무게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길이 33~34인치에 무게 850~910g 정도의 배트를 가장 많이 쓴다. 이보다 길면 몸쪽 공 대처가 어려워지고, 이보다 무거우면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피닉스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포수 야디에 몰리나의 배트가 타격중 부러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앤서니 산탄데르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9회에서 배트가 부서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렇게 길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배트. 당연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통 한 자루에 15만~30만 원 정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온 수입 배트는 더 비싸다. 1990년대까지는 선수들이 대부분 자비로 배트를 사야 했다. 새로 산 배트 하나가 경기 중에 부러지기라도 하면 속이 다 쓰렸을 정도다. 2000년대 이후로는 각 구단들이 배트 교환 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쿠폰 금액을 초과하는 배트를 사려면 선수가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뉴욕 양키스의 클린트 프레이저가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 제이스와의 더블헤더 첫 경기 7회에서 배트가 부러지는 타격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 메츠의 피트 알론소가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9회 경기중 공에 빗맞아 금이 간 배트를 완전히 부러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질의 배트라도 오래 쓰다 보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국내 프로야구 사진취재를 하다 보면 한 경기당 최소 한 번 정도는 배트가 부러지는 장면을 보게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도 예외가 아니다. 시속 150킬로에 달하는 공을 치다보면 내구성이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송고된 외신사진에서 ‘부러진 배트’를 검색해 보았더니 대략 40장이 넘는 사진이 나왔다. 야구 경기에서 배트가 부러지는 것은 흔하다는 뜻일 것이다. 타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마치 나무꾼이 쪼갠 장작이 날아가듯 멋지게 부러지는 그 모습이 경쾌하기만 하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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