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품은 자연에 앉힌 집 양평 오유당吾唯堂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터에 앉힌 주택이다. 마당에는 오래된 느티나무와 잘 생긴 바위가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2단으로 된 정원에는 100년도 넘어 보이는 은행나무가 세월이 만든 자연의 고아한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위종합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보전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963.00㎡(593.81평)
건축면적 116.40㎡(35.21평)
건폐율 5.93%
연면적 188.42㎡(57.00평)
         1층 112.89㎡(34.15평)
         2층 75.53㎡(22.85평)
용적률 9.60%
설계기간 2019년 5월~6월
공사기간 2019년 7월~12월
설계·시공 위종합건축사사무소(신민철)
            010-5120-7776
            https://blog.naver.com/wearchi84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판넬
            벽 - 적벽돌, 큐블럭
            데크 - 뉴테크우드 합성목재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천정지
            벽 -  여명벽지 + 대리석
            바닥 - 노바마루 + 대리석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단열재 지붕 - T200 징크판넬
        외단열 - T150 PE보드
        최하층바닥 - T200 압출보온판
        층간바닥 - T30 비드법보온판 2종1호
창호   커튼월 + 시스템창호(이건창호)
현관   시스템도어
주방가구   비튼 디자인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가스보일러

건강을 이유로 전원으로 가는 이들은 절박한 마음에 서두르곤 한다. 유병옥·박순옥 부부도 그랬다. 남편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지다 보니 생각할 겨를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암은 아니었지만 남편에게 갑자기 찾아온 질병 췌장에 물혹이 생겨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어요.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삶의 환경을 도심에서 전원으로 바꿔보기로 했어요.”

부부는 급한 마음에 자세하게 따져볼 겨를 없이 전세로 양평 서종면에 자리한 전원주택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전셋집은 북향이어서 춥고 습했다. 건강을 위해 전원생활을 택했는데 오히려 몸이 더 안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얻은 것도 있었다. 전원생활에 대한 만족감이었다.

“사실 남편의 건강 때문에 전원을 택하긴 했지만 걱정이 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어요.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죠. 저희에게 너무 잘 맞았고, 도심을 완전히 떠나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서울 아파트를 정리하고 전원에 집을 짓고 정착하기로 했어요.”

푸른색 대문 프레임으로 내외부 경계를 가르고 집 전경을 담는다.
발코니 투명난간은 큐블럭과 이중 레이어를 갖고, 현관 중문을 통하여 뒷마당까지 시선의 확장으로 집과 자연을 일체화한다.
1층 평면도

땅, 집, 사람과의 인연

부부는 전세로 살면서 양평 일대를 누비며 전원주택 부지를 알아보았다. 서둘러 집을 짓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부지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의 부지를 만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10년 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던 땅이었다. 지역 주민들 말로는 많은 사람들이 땅을 보러 왔었지만 비싸서 모두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것. 부부가 땅을 만났을 때는 지주에게 급한 사정이 생겨 땅 값이 대폭 내려간 상태였다고 한다.

“남향인데다가 오래된 나무며 바위며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조건을 갖춘 부지였어요. 첫눈에 끌렸고 가격만 맞으면 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횡재한 느낌이었어요. 운 좋게 원하는 부지를 얻자 그 다음 과정도 술술 풀렸어요. 땅을 구입하고 나자 지인이 인근에 괜찮은 집이 있다며 구경을 가자고 하더군요. 그 집과 똑같이 짓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어요.”

부부는 남양주 주택 상선원(본지 21년 1월호 참조)을 보고는 ‘바로 이런 집이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설계·시공을 맡은 건축사를 소개받아 찾아갔고, 전원에 오게 된 이유와 현재 북향인 전셋집에 살면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의 사정을 토로했다. 그 당시 건축사는 상선원을 끝으로 더 이상 시공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사정에 동정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고, 또 건축주 부부의 남편과는 동향인데다가 동갑이었다. 둘은 금세 가까워졌다. 건축사는 부부의 요구에 따라 설계, 시공, 조경까지 턴키로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큐블럭은 시간 변화에 따른 햇빛의 다양한 모습을 투영한다.
거실의 장식벽은 외부 파벽돌이 연장되어 내외부를 확장시킨다.
거실 대형 창을 통하여 본래 있던 느티나무와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큐블럭은 낮에는 태양빛을 안쪽으로, 밤에는 조명을 밖으로 걸러 공간을 풍성하게 한다.
거실의 창을 통하여 주방창과 부엌의 움직임이 동조된다.

세월을 품은 자연에 앉힌 집

부지는 오래된 느티나무와 잘생긴 바위, 그리고 100년도 넘은 은행나무가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으로 세월이 만든 자연의 고아한 정취가 풍긴다. 원래 1,963.00㎡(593.81평)의 넓은 대지에는 구옥 3채가 있던 곳으로 이 마을에서 가장 부잣집이 살았다고 한다. 부부가 땅을 구입할 때는 구옥 한 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처음엔 구옥을 리모델링할 것을 구상했다. 하지만 구조적인 부분과 단열, 창호의 기밀성 문제가 심각해 부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집을 다시 짓기로 했다. 디자인 과정은 간단했다. 대지에서 구옥을 덜어낸 뒤에 원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자연을 그대로 살려 집을 얹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주택은 자연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모습으로 앉혀졌다.

실내에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공간마다 창을 크게 설치했다. 거실 앞 1단 부분은 대지와 건물의 단 차이를 최소화하여 거실에서 마당까지 하나의 공간이 될 수 있게 확장하고, 거실에서 마당 넘어 느티나무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시원한 조망을 살렸다. 그리고 2층 안방 앞 발코니를 통해 커다란 바위 위의 2단 정원으로도 편하게 출입할 수 있게 했다.

식탁은 가족이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장 따뜻한 공간이 된다.
부엌은 자연 소재를 사용하여 장시간 가사의 피곤함을 덜어준다.
식당은 거실과 부엌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2층 연결 계단은 가볍게 보이는 디테일로 공중에 부유를 시켰다.
음악 감상실은 코지하게 만들어 쉘터가 될 수 있게 하였다.
2층 평면도

집은 그물망을 덮어 놓은 듯 보일 듯 말 듯 시스루스타일의 외벽(큐블럭)이 인상적이다. 용의 비늘처럼 보이기도 한다. 큐블럭은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를 준다. 마치 집이 움직이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조각조각 실내로 들어오는 빛은 스테인 글라스 조명 같기도 하다.

전원생활과 행복에 고민

부부는 원하는 땅에 자신들이 바라던 대로 집을 짓고 나자 비로소 전원생활을 제대로 즐기게 됐다고 한다. 전세로 살 때에는 정원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원 가꾸는 재미에 빠져 여념이 없다고 한다.

“자연에 살아보니 쉼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정원에 나가 잡초를 뽑다보면 어느 새 하루가 지나가기도 하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일을 하다보면 그냥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정원에 뭘 더 심을까하는 욕심에 꽃가게나 화훼시장을 가는 습관도 생겼어요.”

2층 복도는 박공지붕을 이용한 삼각형 창으로 수직의 확장을 준다.
안방 헤드 보드는 스칸디아 모스를 이용하여 자연을 머리맡에 둔다.
안방 앞 테라스는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는 힐링 공간이다.
2층 테라스는 같은 높이의 마당으로 연결되는 확장 공간이다.
작은방은 뒤편 높은 마당과 앞쪽 낮은 마당의 공간 흐름을 담는다.
원대부터 자리를 지키던 바위와 은행나무를 인공의 집과 조화시킨다.
낮은 마당, 높은 마당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여 친환경 적이다.
식당은 중정을 연결하게 하여 심리적 안온함과 시야를 확장 시킨다.
옥상 정원은 이 마을을 통째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높은 마당을 통하여 옥상정원에 이르는 계단은 첩첩이 겹쳐진다.

[건축가의 설계 노트]
행복한 집짓기_Neuron Architecture

사람은 특별한 공간과 환경에 직면하면 뇌에서 행복을 느낄 때 나오는 신경전달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건축에서는 신경건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단순히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쉘터shelter 개념의 집에서 이제는 행복한 삶을 꿈꾸는 공간 개념의 집으로 바뀐 것이다.

공간이 ‘행복한가’‘아닌가’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것은 뇌과학자의 성과물이다. 그들은 어떠한 공간에 있으면 사람의 뇌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라토닌과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많이 분비가 되는지를 계량화시켰다.

건축은 적어도 20년, 100년 이상 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공간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시간 흐름에 따라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공간도 바뀌어간다. 즉 건물과 공간과 환경은 계속 변화하는 것이지 멈춰진 박제된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생로병사의 인과율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공간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같은 공간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행복을 사람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봐야 예쁘다,/오래 봐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시인의 <풀꽃>

위 시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비로소 건축사란 직업을 선택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