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불법촬영 범죄는 하루에 몇 건 일어날까요. 경찰청이 집계한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기준, 5764건입니다. 경찰이 파악하는 것만 해도 하루 평균 16건인 셈입니다. 2014년부터 6년 연속 5천 건이 넘었습니다.
온라인에 '몰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기사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운전석 아래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 수강생들을 수년간 불법 촬영한 남성이 구속됐고, 어제는 여자 화장실에서 111번 불법 촬영을 한 대학생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팀은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사 링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13610)
■ 사무실 속 몰카 15대, 5분 동안 찾아봤다


취재진이 준비한 초소형카메라는 총 15대입니다. 불법촬영 장비 탐지업체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실제 밀착카메라팀이 생활하는 사무실에 초소형카메라를 둔 뒤, 5분의 시간을 줬습니다. 이 사무실에서 근무했거나 하는 팀원 2명, 그리고 이 건물에 처음 와보는 외부인 2명이 참여했습니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이용현 씨에게 T자형 3구 콘센트 속 렌즈를 보여주자 "알고 봐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하림 씨는 빗과 치약 통 속 렌즈를 건네는 기자에게 "이게 어떻게 들어가요?"라며 되물었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찾았는데 전혀 모르겠다"는 겁니다.

■ USB·볼펜·치약·벽시계…곳곳에 렌즈
중요한 건 이 몰카들이 실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것들이란 사실입니다. 탐지업체 서연시큐리티의 손해영 대표는 최근 회사뿐 아니라 학교, 가정집, 국가 기관,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탐지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볼펜이나 안경은 이미 10년 전 얘기라고 하는군요. 손 대표는 또 최근엔 메모리 카드가 필요 없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손 대표는 최근 발생한 사례 하나도 소개했습니다. "개인 집에 의뢰를 받고 갔는데, 침대 위와 소파 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누군가 매립을 시킨 거예요. 아무 흔적이 없는 거죠. 휴대폰을 이용해서 CCTV처럼 실시간 앱을 다운받아서 도청이자 몰래카메라로 작동을 하는 거예요. 저희가 전등을 뜯어서 작업했어요. 보이지 않으니까."
■ 믿었던 동료의 범죄, 회사 떠난 피해자
바늘 구멍 같은 렌즈에서 시작되는 불법촬영은 피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취재진은 불법촬영 피해자 한 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A씨가 다니던 회사 여자 화장실에서 휴대폰 공기계가 발견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이어지는 회사의 대응부터 A씨는 당황스러웠다고 말합니다.

이어진 경찰 조사. 수사 결과 가해자의 휴대폰에선 38회에 걸쳐 A씨를 불법 촬영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놔두기 위해 17번,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촬영한 영상은 날짜별로 정리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가 받은 충격은 정신과 신체 모두로 찾아왔습니다.
"약간 치매랑 비슷한데요. 숫자를 잘 못 셌고, 간단한 일도 잘 못 하고. 말도 더듬고 그랬어요. 스트레스가 오니까 마비도 오고, 한 번은 응급실도 가고요. 악몽을 너무 많이 꾸고요."
사건 두 달 반 만에 결국 회사도 그만뒀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 중 56.5%(5268건)가 벌금형이었습니다. 이어 집행유예 30.3%(2822건), 징역 763건(8.2%) 순입니다. 징역 763건을 살펴보니 이 중 53.5%는 1년 미만이었고, 3년 이상은 6.6%에 그쳤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한국을 특정한 디지털 성범죄 실태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국에서 불법촬영 범죄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겁니다.


온라인에선 '모텔에서 발견하면 도망가야 하는 그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 유화 액자 몰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알아서 발견하고 알아서 도망가야 한다는 말에 씁쓸함이 남습니다. 몰카가 찍히고 행여나 유포라도 된다면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결과가 막대해 결국 이런 행동 요령까지 공유되는 것이겠지요.
휴먼라이츠워치는 우리나라 정부에게 이렇게 제언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계획을 만들라는 겁니다. 또 피해자들에겐 촬영물 삭제 지원과 법률 지원, 심리 사회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고 손해배상 등 민사상 구제제도를 도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불법 촬영물 삭제를 위해 플랫폼에 신속하고 분명하게 요청할 수 있는 간소한 절차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My Life is Not Your P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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