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구조 벗어나기, 25평 공동주택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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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상의 단점은 이 집에 테라스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감수하고 살 수 있는 정도였어요"

지난 9월 두 돌을 맞이한 26개월 아들과 남편, 그리고 저까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집은 거실 옆에 현관이 붙어있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조의 20년 넘은 아파트예요.

대체 거실 바로 옆에 왜 현관이 붙어 있는 걸까, 현관을 열고 들어와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왜 화장실이어야 할까. 주방은 왜 식탁을 놓을 자리도, 냉장고 놓을 자리도 부족하게 작은 걸까. 이 집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구조의 집이었어요.

하지만 구조상의 단점은 이 집에 테라스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감수하고 살 수 있는 정도였어요. 남편이 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공간(진짜 마당이면 더 좋고)이 있는 집을 간절히 원했거든요.
저희는 2014년 결혼 후, 지금의 집까지 총 3번의 이사를 했어요. (그러니 이번이 네 번째 집인 거죠)

매번 각기 다른 사정에 의해 이사를 결정했지만 여러 번의 이사를 감행하면서 다양한 동네와 다양한 집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 저희 부부가 집에 갖고 있는 니즈가 명확해졌어요.

위에 말한 것처럼 남편은 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어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말하면 그런 공간이 있는 집들이 많은 '동네'를 원했죠. 단, 서울 안에서요. 남편 직장이 광화문이거든요.

그런데 시내 근처에 목가적인 분위기가 나고, 마당처럼 쓸 공간이 있는 집은 현재 우리의 경제력으로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주택을 포기하고 차선을 찾은 게 '공동주택'이었고, 그게 지금의 집이에요.

동네를 중요시 하고 집을 고른 만큼 집 앞뒤로 펼쳐진 아늑한 풍경과 어울리는 실내를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사계절 자연풍경이 바뀔테니 집 안이 단조로워도 안과 밖이 조화를 만들어 공간을 풍성하게 해줄 것 같았거든요.
예전에는 셀프 리모델링 관련 책도 열심히 읽고, 도배와 장판 모두 방산시장에서 직접 진행했는데 그 사이 태어난 아이를 키우다보니 모든 인테리어 공정을 일일이 나눠서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집 인테리어는 턴키로 진행했어요. 대신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기 위해 SNS와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죠. 이번에 함께 작업한 스튜디오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포트폴리오에 반해 곧바로 맡겼어요.
Before ; 거실
After ; 거실
출처: 오늘의집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작은 현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쪽 가득 신발장을 채웠어요. 특히나 거실과 접한 신발장은 중문 벽을 뚫고 거실까지 들어가 있어서 현관에서 보면 신발장이고, 거실에서 보면 뭔가를 올려둘 수 있는 선반 역할을 해요. 신발장이 신발 수납과 물건 진열대,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이죠.

거실쪽에서 보면 여기에는 공유기, 액자 등이 올라가 있어요.
출처: <소파><조명>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저는 중학생 때부터 방의 가구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매일 침대를 이리저리, 책상도 이쪽에 뒀다가 다음날엔 저쪽에 두곤 했죠. 결혼한 뒤에도 작은 가구들은 수시로 이리저리 옮겼어요.

모듈형 소파는 이런 제 취미가 반영된 결정이에요. 아직까지 소파 위치를 바꾼 적은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쉽게 소파 배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안심이 돼요.
출처: <수납장><원형테이블>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현관 옆 벽이나 안방 발코니 문 등 되도록 창을 많이 만들고자 했어요. 25평의 작은 집이다 보니 개방감을 주고 싶었거든요.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땐 낮은 천장 때문에 답답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나마 개방감과 연결성을 살리면 조금이나마 낫지 않을까 싶어 창을 많이 만드는 디자인을 시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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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모여 TV가 아닌 서로를 더 많이 바라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TV가 없는 거실을 만들었어요. 물론 책도 많이 읽고 싶었고요.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왔는데 하루종일 TV만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앞서 3곳의 집에선 TV가 있으니 저도 모르게 수시로 리모컨을 잡게 됐거든요)

TV를 없앤 대신 거실 천장에 빔프로젝터를 달았어요. 남편 직업 상 가끔 중요한 뉴스 모니터링도 필요하고, 밤에 아기를 재우고 둘이서 영화도 종종 보거든요. TV 없이 반년을 살아본 소감을 말하자면, 대만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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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북선반>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빔프로젝터 로딩시간이 길고 번거로워서 잘 안 키게 되니 TV 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대신 라디오와 음악과 친해졌어요. 무엇보다 거실 벽에 TV가 걸려 있었다면 이런 예쁜 사진들은 나오지 않았을 거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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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 좁은 걸 고려해 다이닝 공간도 거실에 마련했어요. 테라스로 나가는 거실 창호 앞에 식탁이 있죠. 식탁 위에는 작은 조명을 달았어요.
Before ; 베란다
인테리어 총예산이 처음 예상했던 수준 보다 많이 초과했는데 바로 테라스 철거비와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책정됐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층의 집들만 테라스를 쓸 수 있어요. 원래는 화단인데 언젠가부터 테라스로 변형해 활용하고 있는 거에요.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점에 크게 환호했지만 상태는 메롱이었어요.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던 상황이라 낡은 나무데크는 조만간 나무가 부서지면서 발이 빠질 것 같았고, 가느다란 철로 엮은 난간은 기대면 그대로 넘어갈 것 같았죠.
After ; 베란다
테라스를 마당처럼 꾸미고 싶어한 남편은 나무데크를 걷어내고 잔디를 심으려고 했지만 인조잔디는 멋이 없고, 천연잔디는 너무 비싼데다가 관리도 힘들어 포기했어요. 나무데크 밑에 깔려있는 흙 상태가 양호한 편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결국 잔디마당 대신 모던한 테라스로 방향을 바꿨어요. 흙 위에 시멘트를 깔고 그 위에 붉은 타일을 깔았어요. 난간은 철망 사이로 안이 훤히 보이던 기존 난간 대신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막힌 난간으로 바꿨어요.

또 윗층으로부터의 사생활 보호와 햇빛 차단을 위해 어닝(차양막)도 달았어요. 벽에는 앉아서 놀 수 있는 타일 벤치도 만들었고요. 이렇게 해놓고 보니 작은 까페가 집에 생겼더라고요.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저희 가족은 종종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손님을 맞이하면서 지내요. 테라스에 둔 캠핑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난간 너머 하늘과 가을색이 물들어가는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답니다. 봄 가을엔 테라스에서 소풍을, 여름엔 미니풀장, 겨울에 눈이 쌓이면 아기랑 발자국 놀이하며 눈사람도 만들수 있을 것 같아요.
Before ; 주방
After ;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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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좁은 주방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 인테리어 실장님과 열심히 머리를 맞댄 끝에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다이닝 공간은 거실로 빼서 해결했지만 덩치 큰 냉장고를 둘 자리를 확보하는 숙제가 남았었죠. 결국 ㄴ자로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고 그 끝에 전기렌지를 넣은 후 기존 가스렌지 자리에 냉장고를 넣는 방식으로 해결했어요. 이렇게 하고 보니 거실을 보며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 탄생했어요. 대신 냄비에서 국물이나 기름이 튈 수 있어 전기렌지 주변에 두꺼운 유리막을 둘렀고, 그 위에 설치된 후드가 디자인적으로도 예뻐서 아주 멋스러운 마무리가 됐답니다.
출처: <자석칼걸이>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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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을 답답해 보이게 하는 가장 큰 문제인 상부장은 처음부터 제거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제가 갖고 있는 그릇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결국 이 문제는 주방 창문 아래쪽과 싱크대 맞은편에 추가 하부장을 만드는 걸로 해결했어요. 덕분에 상부장이 없음에도 넉넉한 수납공간을 가진 주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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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주방의 가장 큰 자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예쁜 목련나무에요. 원래 개폐형 창문이었는데 남편이 아예 통유리 창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어요. 외부 뷰를 주방으로 갖고 오자는 거였죠. 너무나 좋은 의견이라 업체에서도 적극 찬성했고, 결국 사계절의 변화를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멋진 자연액자를 갖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예쁘다고 칭찬 해주시면서도 "근데 환기는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주시는데, 통유리창 바로 옆 다용도실에 환기 가능한 개폐형 창문이 있어서 다용도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안쪽 창문을 열면 바람이 아주 잘 들어서 환기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요.
Before ; 침실
After ; 안방
출처: <붙박이장>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방 하나를 옷방으로 썼는데 아이가 자라는 걸 감안해서 이번 집은 작은 방 하나를 아이 놀이방으로 꾸미기로 했어요. 그리고 나머지 작은 방은 남편과 저의 공동 작업실 (남편은 서재, 저는 마켓 작업실)로 꾸몄어요.

그런데 이렇게 꾸미고 보니 부득이하게 옷방과 침실을 합쳐야 하더라고요. 문제는 이 아파트가 거실은 넓고 안방은 좁은 옛날 아파트라는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만큼 공간을 오밀조밀 활용해보기로 했어요. 안방 한쪽 벽을 붙박이장으로 짜고, 그 안에 옷을 밀어 넣다(?)시피 했지만 이렇게 하고도 넘치는 옷들은 지인들에게 주거나 과감히 버리는 걸로 정리했어요.

그리고 붙박이장 끝에는 스타일러를 넣었어요. 안방에 옷먼지가 많이 날리게 된만큼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하기로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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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침대깔판><매트리스>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옷 수납을 해결하고 보니 침대가 고민이었어요. 라지킹 사이즈를 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넣었고, 대신 매트리스를 바닥에 그냥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고 해서 아래에 편백나무 깔판을 맞춰서 깔았어요. 화장대도 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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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 옆에 작은 수납장 하나 두는 것으로 안방은 끝!
After ; 아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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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슬라이딩책장> 등 제품정보 모아보기(▲이미지클릭)
아이가 아직 책을 읽을 줄은 모르지만 종이 넘기면서 노는 걸 좋아해요. 또 저희 부부도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예쁜 슬라이딩 책장을 선물해줬어요. 결과는 아주 만족이에요. 책을 더 많이 꺼내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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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 책상도 놔줬어요. 장난감 박스로 쓰고 있는 이케아 스투바는 수납공간이 정말 커서 급히 장난감을 치울 때 매우 용이하답니다.
당장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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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아주 강하게 추구해요. 소확행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저희 기준에서는 살고 싶은 동네, 살고 싶은 집에서 '지금을' 사는 것 역시 소확행에 해당해요.

“거기 집값 잘 안오르는데 왜 가니? ㅇㅇ동이 지금은 별로지만 10년 후면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를 동네야. 차라리 거길 알아봐”, “갭투자로 집 사서 전세부터 돌리면서 돈 모아” 등의 조언을 저희도 많이 들었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저희 부부는 투자 대신 실거주를 택했어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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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행복하니 하는 일도 즐겁고, 그 긍정 에너지가 또 다른 여러 시너지로 이어지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집은 ‘당장의 행복’입니다. 처음엔 제가 정말 잘못한 걸까 스스로에게 의심도 들었는데, 이제는 알아요. 그저 그분들과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죠.

테라스 앞 식탁에 세 식구가 둘러앉아 오손도손 밥 먹을 때, 아기 재우러 셋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담소를 나눌 때, 남편과 둘이 맥주 마시며 그날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 때가 제 일상 속 행복의 순간들이에요. 이런 행복의 순간을 매일 경험할 수 있는데 어떻게 집과 제 일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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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마다 다르기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저희는 집 크기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을 많이 쓴 편에 속해요. 하지만 위에 얘기한 것처럼 지금의 행복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부분이라 아깝지 않아요. 혹시 저희 부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지금 당장 내 집을 꾸미는 일에 나서시길 강권하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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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아늑한 공간에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엔도르핀이 솟는다며 남편은 요즘 퇴근시간만 손꼽아 기다려요. 이런 행복을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겠지만, 만약 계산한다면 분명 저희가 쓴 인테리어 비용보다 몇배 아니 몇십배는 더 큰 이익일테니 제법 의미 있는 투자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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