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위키드' 메시지와 재미가 가득한 유쾌한 어른 동화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2021. 3. 26. 14:43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사악한’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인 위키드(Wicked)는 우리에게 흔히 뮤지컬 제목으로 유명하다. 21세기 메가 히트작으로 불리는 작품인 만큼 극 등장인물 초록마녀는 위키드라는 단어의 상징이 됐다. 그래서 뮤지컬 ‘위키드’를 대표하는 포스터엔 항상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초록마녀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은 초록마녀를 악인으로 생각한다. 초록색 피부에서 오는 이질감은 이러한 생각에 더욱 확신을 준다. 하지만 뮤지컬 ‘위키드’에서 진짜 사악한 정체는 초록마녀가 아닌 마법사다. 뮤지컬은 1부에서 서쪽마녀(초록마녀) 엘파바와 동쪽마녀 글린다의 학창 시절 우정을 그리고, 2부에서 절친에서 선과 악의 대명사가 되어 대립하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남모를 사연으로 대서사를 펼쳐낸다. 웅장한 스케일 속에 명료한 메시지들이 살아숨쉬며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사악한 서쪽 마녀의 생애’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 속 서쪽마녀 엘파바는 왜 나쁜마녀가 됐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위키드’는 판타지 가득한 마녀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지만 공연 자체가 마냥 동화적이거나 가볍진 않다. 실제 공연은 좀 더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진실의 이면’을 전면에 내세운다. “모두가 좋아하면 그게 진실이지”라는 마법사의 대사처럼.

엘파바가 나쁜마녀가 된 이유는 그가 진짜 나쁜짓을 해서라기 보다는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초록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는 똑똑하고 불같은 성격에 비상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외모 때문에 남들에게 오해와 차별을 받는다. 그러던 중 밝고 인기가 많은 글린다를 만나게 되면서 섞이지 않을 것 같던 둘 사이에 진정한 우정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세상은 이 둘에게 선과 악의 프레임을 씌운다. 다름의 차이를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룬 ‘위키드’는 단순한 판타지를 뛰어넘는다. 우정과 성장, 다름에 대한 이해,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생각에 대한 비판적 의식, 약자에 대한 배려, 불의에 맞서는 용기 등 동화적인 스토리에 투영한 다양한 시사점으로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엘파바가 악인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받은 차별의 외로움에서 비롯됐고, 그의 마법에서 비롯된 불행들도 남모를 선의로 이뤄진 의도되지 않은 비극적인 결말이다. 그 과정에서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사람들’의 단편적 사고 방식은 인간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작품의 완성도는 말이 필요 없다.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오즈의 환상적인 세계를 재현한 거대한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은 현란한 디테일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54번의 매끄러운 장면전환,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 벌의 아름다운 의상 등의 화려한 무대와 ‘Defying Gravity’(디파잉 그래비티), ‘Popular’(파퓰러) 등 트리플 플래티넘을 기록한 넘버들은 무대를 웅장하게 채운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손승연은 초록 피부의 엘파바로 변신했다. ‘보디가드’ 이후 이제 막 두 번째 작품을 하는 신예지만 가수 활동 때부터 입증된 가창력과 일취월장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매료한다. ‘Defying Gravity’ 등 대표 넘버를 폭발적인 성량으로 선보인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조심스러운 객석에서도 환호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낸다. 글린다 역의 정선아는 말할 것도 없다. 초연 때부터 쭉 글린다로 ‘위키드’와 함께해온 그는 특유의 쾌활함과 농익은 연기력으로 객석을 끊임없이 들었다 놨다 한다. 이젠 글린다 그 자체가 된 모습이다.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오는 5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서울 공연을 마친 후 같은 달 부산 드림씨어터로 여정을 이어간다. 엘파바 역에는 옥주현과 손승연, 글린다 역에는 정선아와 나하나가 번갈아 연기한다. 이 외에 피에로 역에는 서경수 진태화, 마법사 역에 남경주 이상준 등이 출연한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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