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현지 주민들이 전하는 현재 상황

조회수 2021. 2.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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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까지 군부 통치를 겪었던 주민들은 다시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군부의 성명 발표 이후 은행과 ATM기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월요일이었던 1일 아침, 미얀마에는 군부가 국가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직 로이터통신 기자였던 아예 민 탄트는 현지시간 오전 7시에 트위터에 "쿠데타 상황에 대해 라이브로 전하게 될 것 같다"고 썼다.

"사람들은 깨어나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조용한 편이다. 오전 6시부터 친구와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인터넷이 끊기고 있으며 내 휴대전화도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군부의 국정 장악 소식은 군부가 소유한 방송국을 통해 성명의 형태로 발표됐다.

군부는 군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으며, 1년간의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말했다.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원들 몇몇이 구금됐다.

군부의 쿠데타는 작년 11월의 선거에서 수치의 정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후 발생했다. 군부는 당시 선거에 심각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수치는 지지자들에게 "쿠데타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버마로도 알려진 미얀마는 2011년까지 군부 통치를 받았고,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 개혁으로 군부 통치가 종료됐다.

미얀마의 주요 도시인 양곤의 한 거주자는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서려던 중에 친구로부터 수치의 구금 소식을 들었다고 BBC에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25세 여성은 즉각 SNS에 접속했다.

그는 군부 통치기의 유년기를 떠올리며 "하룻밤 새에 세상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걸 알게 된 느낌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의 기억은 이제 과거의 것이고 다시는 겪을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다"며 "정말 충격을 받은 건 내가 사는 지역의 장관들이 모두 구금됐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왜냐면 아웅산 수치 뿐만 아니라 정말 모두를 잡아들였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 파 파 한이 체포되는 모습은 그의 남편에 의해 페이스북으로 생방송됐다.

영화감독 민틴 꼬 꼬 기를 비롯한 정치 활동가들도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의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적어도 42명의 관계자와 16명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체포됐다고 BBC에 말했다.

협회는 체포된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으며, 구금된 이들 중 일부는 당일 석방됐다고 말했다.

'군대 차량이 시내를 배회한다'

익명의 현지 활동가는 "아침 일찍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식에 잠에서 깼고 친구 중 몇몇은 구금됐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인터넷 연결이 더는 되지 않는다. 나가서 휴대전화도 쓸 수가 없다. 이게 현재 상황이다. 군대 차량이 시내를 배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인 케이프 다이아몬드는 수도 네피도에서는 오전 4시부터 오전 11시15분까지 통신 신호가 없어 "전화도 와이파이도 안됐다"고 트위터에 썼다.


미얀마의 인터넷 대란

BBC 리얼리티 체크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

인터넷 제한은 현지시간 1일 오전 3시부터 시작됐다. 오전 8시가 되자 인터넷 연결속도가 정상 수준의 50%로 떨어졌다.

인터넷 모니터링 서비스 넷블록스에 따르면 국영 미얀마 우체통신국(MPT)과 국제 인터넷망 운용사 텔레노어의 네트워크에 제한이 가해졌다 한다.

넷블록스는 "중앙에서 내려진 명령에 따른 인터넷 장애가 시간이 지나면서 망 업체들이 협조하면서 더 심화됐다"고 말했다.

오후쯤 인터넷 연결 상태는 다시 75% 수준으로 돌아왔다.

미얀마 정부는 과거에도 인터넷을 제한한 전례가 있다. 특히 군부가 현지 단체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라킨주와 친주에서 그런 전례가 많다.

2013년 통과된 미얀마의 통신법 77조는 정부가 국가비상상태 때 통신망을 단절시킬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영 방송국을 비롯한 내, 외신 TV 채널들의 방송이 중단됐다.

양곤의 가정과 기업에서는 NLD의 당기가 철거됐다.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ATM기 앞에 줄을 섰다. 은행은 인터넷 문제로 영업을 중단했고, 2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 버마어 서비스의 네인 찬 아에는 양곤의 분위기를 "공포, 분노, 좌절"로 묘사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쌀과 같은 생필품을 사재기한 후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포 분위기

최근 미얀마의 경제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여기에 쿠데타의 발생으로 사람들은 보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다.

양곤의 매매업자인 마 난은 "상품 가격이 오를까 걱정된다. 그리고 딸이 아직 학교를 마치지 않은 상태라 그것도 걱정이다. 게다가 지금은 팬데믹 상황이다"라고 BBC에 말했다.

양곤의 주부인 탄 탄 니웃 또한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사람들이 저항할까" 두렵다며 "아웅산 수치와 그의 동료들이 조속히 석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만일 이번 쿠데타로 90년대와 2000년대의 군부 통치 시절로 돌아가게 되면 사람들의 두려움은 현실이 될 수 있다.

1988년의 극심한 탄압으로 군부 통치는 20년 넘게 이어졌다

군부는 1988년 쿠데타를 일으켰고 소련식의 일당독재 체제에 반발해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어난 봉기를 탄압하면서 수천 명이 숨졌다.

수치는 당시 군부 통치와 인권침해에 맞서 싸웠고 수치의 1990년 선거 승리를 군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20년간 투쟁해왔다.

당시 미얀마 사람들의 삶은 부패와 불안한 물가, 일상의 억압, 일부 지역에서의 만성적인 영양실조 등으로 점철됐다.

많은 이들이 쿠데타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양곤의 한 시민은 "우린 지금 스스로에게 더 나쁜 상황도 극복했으니 지금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 우리 스스로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고 BBC에 말했다.

'시장은 열려있다'

군부 지지자들은 양곤에서 쿠데타를 축하하며 차량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몇몇 군부 지지자들은 쿠데타를 축하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음악을 틀며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6년 가까이 미얀마에서 살고 있는 미국 국적의 그리핀 호치키스는 "군부를 지지하는 민간인들이 시끄럽게 음악을 틀고 ‘축하’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화가 난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데타 이후의 상황이 더 극단적이지 않다는 데에 놀랐다.

호치키스는 양곤을 방문했을 때 "시청 인근의 군대 차량을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정상을 벗어난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치키스는 같은날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적긴 했지만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버마인 부인과 함께 양곤에서 살고 있는 마이클 길리전은 "사람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군대 차량들이 도시를 장악한 모습을 예상했는데 아직까지 전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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