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흐리고, 때때로 미트볼이 내립니다
애니 '하늘에서 음식이..'와 미트볼

번역 과정에서 원문이 가지고 있는 미묘함이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맞닥뜨린다. 애니메이션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년)이 좋은 예다. 원제는 ‘흐리고 때때로 미트볼이 내립니다(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로, 실제 일기예보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응용했다. ‘흐리고 때때로 소나기가 내립니다(Cloudy with a Chance of Showers)’와 같이 쓴다.
번역 제목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영화 속 가상의 섬 ‘꿀꺽퐁당’은 대서양에 있는 정어리 산지다. 통조림 가공 등으로 섬 전체가 먹고 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가 정어리를 역겨운 식재료라 낙인 찍어 버리고 만다. 아무도 먹지 않게 돼 판로가 막혀 버린 정어리는 고스란히 꿀꺽퐁당섬 주민들 입으로 돌아간다. 이제 싫어도 정어리만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신세에 처한 것이다.
맛있어도 매일 먹기 힘든데 하물며 기름기 많고 비린 정어리라니 얼마나 고욕일까? 그리하여 섬의 아마추어 과학자 플린트 록우드가 행동에 나선다. 물의 분자구조를 바꿔 음식으로 만드는 ‘플린트 록우드 수퍼 돌연변이 다이내믹 음식 복제장치(FLSMDFR)’를 개발한 것이다. 플린트는 어릴 때부터 발명하는 족족 실패를 거듭해왔지만, 섬의 발전소에서 고압의 전력을 받아 하늘로 올라간 FLSMDFR이 성공적으로 작동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햄버거를 필두로 입력만 하면 원하는 음식이 정말 비처럼 섬에 내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번제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도 적절한 것 아닐까? 대략 들어맞기는 하지만 원제처럼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암시해주지는 못한다. 플린트 덕분에 꿀꺽퐁당섬 주민은 정어리로 배 채우는 팔자를 면하지만 사정이 나아지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다. 하루 세 번 다른 음식을 내려 달라고 신청하는 한편, 정어리 말고는 자원이 없는 섬을 음식 관광지로 개발한 것. 그런 가운데 갈수록 부하가 크게 걸린 FLSMDFR은 음식을 점점 더 크게 만들고, 섬이 관광객을 받기 시작한 바로 그날 큰 사고가 터진다. 하늘에서 거대한 스파게티와 미트볼의 회오리가 불어닥친 것이다. 맞는다, 이처럼 원제만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핵심 사건의 암시를 제대로 전달해준다.
미트볼을 잘못 만들었군. 하늘에서 사람보다 더 큰 미트볼이 쏟아져 내리는 걸 보며 나는 탄식했다. FLSMDFR에 부하가 걸려 미트볼이 커질 수는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불의의 상황에서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도록 미트볼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땅에 떨어지는 순간 부스러져 사람이 다치지 않을 텐데, 꽉꽉 뭉쳐서 만들었는지 그대로 쿵쿵 처박히는 미트볼이라니. 설상가상으로 이런 미트볼은 퍽퍽해서 맛도 없다.

그렇다면 인정사정없이 커져도 인명 피해는 주지 않을 만큼 부드러우면서 맛도 있는 미트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맛을 위해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3대1로 섞는다. 한 가지 고기만 쓰는 것보다 맛의 표정이 훨씬 다채로워지는데, 이때 비계가 넉넉한 부위를 써야 부드러움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편 부드러움의 진짜 비결은 우유에 불린 식빵이다. 전분과 액체를 섞어 곤죽처럼 만든 ‘파나드(panade)’의 일종으로, 고기의 단백질을 감싸 익으면서 수분이 빠져 나오거나 쪼그라드는 걸 막아줘 부드러움을 지켜준다.
부드러운 미트볼의 레시피를 소개해보자. 식빵 2쪽을 우유 125mL에 잘 으깨 불린 뒤 쇠고기(340g)와 돼지고기(110g), 달걀 1개, 마늘 1쪽, 소금 ¾작은술, 후추, 간 파르미자노 치즈에 더해 가볍게 고루 섞는다. 지름 약 4cm짜리 미트볼을 15개 안팎 빚을 수 있다. 지름 25cm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중간 불에 올려 달군 뒤 미트볼을 더해 고루 노릇하게 지진다. 미트볼이 담긴 팬에 800g들이 통조림 토마토(국물은 쓰지 않는다)와 마늘 서너 쪽을 더해 20분 정도 약 불에서 푹 끓인다. 소스를 스파게티에 올리고 간 파르미자노를 듬뿍 뿌린 뒤 잘 버무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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