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기다렸다.. 수십억 매미 떼, 미국 덮친다

곧 매미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한국에선 매미 소리가 여름의 상징일만큼 매미는 매년 만나는 곤충이지만 일부 나라에선 보다 긴 주기로 등장한다. 곧 미국 동부에선 17년간 땅 속에 있던 매미 떼 수십억 마리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브루드10' 또는 'X종 매미'라 불리는 이 매미 떼는 긴 잠을 끝내고 땅에 올라와 먹이를 찾고, 실컷 울다가, 짝짓기로 생을 마감한다.

미국 마운트 조셉 대학 진 크리츠키 박사는 이 같은 '주기 매미(Periodical Cicadas)'의 등장을 '자연계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부른다.

주기 매미란?

주기 매미의 생애 17년 중 성충 기간은 길어야 4주에 불과하다

이 매미는 약 3cm 길이 날개와 돌출된 눈, 어두운 색깔의 몸통과 반투명 날개를 가졌다. 장수 곤충이지만 정작 성충인 기간은 2~4주밖에 안 된다. 따라서 17년이라는 생애 대부분을 '유충'으로 보낸다.

올해 나타나는 매미 떼는 2004년 산란된 것으로 그해 7~8월 부화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놀라우면서 섬뜩하기도 하다. 크리츠키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새로 부화된 유충들은 땅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1월 무렵엔 지하 20~30cm까지 들어가 그곳에서 뿌리의 영양분을 빨아 먹으며 17년간 살아남았습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매미들은 땅속에 있는 기간 내내 겨울잠을 잔 게 아니라 정말, 정말, 정말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매미들은 생식 연령이 될 때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기 때문에 10년 넘게 숨어서 자란다.

1년도, 10년도 아니고 왜 하필 17년일까?

이 매미들은 땅 속에서 아주 아주 천천히 자란다

이 매미는 왜 17년이라는 생애주기를 가졌을까? 확실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가장 과학적인 추론은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주기 매미는 잘 날지는 못하지만 압도적인 개체수를 자랑한다.

'수십억 마리 떼'를 앞세운 인해전술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 변덕스런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된 전략이라는 이론도 있다.

매미들이 꽁꽁 얼어붙은 땅 밑에 숨어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란 추측이다.

10억 마리가 시간을 칼 같이 맞추는 이유

일찍 깨어난 일부 개체들이 포착됐다

손님 10억 명이 집에 찾아온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도 한꺼번에.

매미는 바깥 온도로 시간을 가늠한다. 따라서 기막힐 정도로 조정된 일정으로 움직인다.

땅의 기온이 17~18도로 따뜻해지면 매미들은 눈에 보이는 아무 수직 구조물에나 올라타 표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매미가 이 일정에 맞춰 나오는 건 아니다. 13년마다 땅으로 올라오는 주기 매미도 있고 1년마다 올라오는 매미도 있다.

올해는 17년마다 올라오는 매미 3종이 동시에 모여 각기 짝짓기를 하게 된다.

매미 울음, 항공기 소음 수준

매미가 우는 건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

수컷 매미들은 발음 기관인 복부에 있는 진동막을 통해 크고 짹짹거리는 소리를 낸다.

얼마나 큰 소리로 오랫동안 우는지에 따라 짝짓기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몇 시간 내내 온 힘을 다해 울어대 듣는 이는 짜증이 나겠지만 암컷 매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봤자 매미 소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츠키 박사는 이 매미 소리가 항공기 소음 레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96dB(데시벨)로 측정됩니다. 이게 얼마냐 큰 소리냐면요, 비행기 소음을 예로 들어 보죠. 런던 히드로 공항 상공을 비행하는 제트기 소리는 80dB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매미 떼에 둘러싸여 20분간 있다가 차로 돌아가면 록 콘서트에 다녀온 것마냥 귀가 얼얼할 겁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브루드10' 매미의 학명은 '마법 매미'를 뜻하는 'Magicicada Cassinii'다.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