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쓰는 가수입니다" 김명환 회장, 늦깎이 트롯 가수의 '선한 영향력'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사랑했던 그 사람이 서울로 떠나간 밤 궂은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대전역 길목."
여느 기업의 근엄한 회장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 만남부터 딱딱한 인사가 아닌, 맛깔스러운 노랫가락으로 흥겨움을 한껏 발산한 그, 어엿한 트롯 가수로 변신한 덕신하우징 김명환 회장이다.
곡에 대해 물으니 지난 1월 발매한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눈물의 대전역'이란다. 국내 데크플레이트 시장 점유율 26%를 자랑하는 업계 1위 기업의 수장이지만, 가요계에선 지난해 데뷔한 신인 가수답게 곡 홍보에 여념 없는 모습에 친근함이 느껴진다.
겉모습 또한 '완벽한 트롯 가수'다. 근무복을 맞춰 입은 직원들과 달리, 색색의 화려한 의상으로 트롯 가수로서 어필을 확실히 하는 그다. 그 모습을 누가 일흔이 넘은 나이로 지레 짐작하겠는가.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세련미까지 물씬 묻어나니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한참을 너스레 가득한 말들을 주고받았더니 어느덧 스스럼은 사라지고, 회장님보단 '구수한 시골 아저씨'가 떠오를 만큼 유쾌하고 소탈함까지 묻어났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어투로 철학적인 마인드를 드러내는 그다.

'기업 회장'에서 '신인 트롯 가수'로, 분명 결심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다. 주위에서도 처음 그가 마이크를 잡자 '성공한 회장님의 가벼운 마실' 정도로만 여겼다고. 하지만 그에게 직접 듣는 이 여정은 가벼움이란 찾아볼 수 없는 열정의 연속이었다. 트롯 가수는 그가 오래전 십 대 때부터 열망해온 간절한 꿈이자 목표였던 것이다.
김 회장은 "사춘기 때 노래한다고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다. 그 당시 찢어진 청바지 입고 멋이나 낼 줄 알았지 노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그러다 18살에 나도 철이 들었는지 꿈을 접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렇게 가수 꿈은 가슴속 깊이 고이 간직한 채 수십 년이 흘렀고, 연(緣)은 일흔이 돼서야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11년 전 일기장에 쓴 자신의 글을 보고 기념 음반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가요 관계자를 찾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관계자들의 권유에 정식 데뷔까지 이룬 것.
김 회장은 "기념 음반으로 만족하려 했지만, 관계자들이 '목소리가 너무 아깝다' '프로 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하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결과는 괄목할만하다. 그의 곡은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자마자 성인가요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 28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성인가요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안았다. 김 회장은 "신인, 무명 가수가 활동하기엔 힘든 구조지만, 최선을 다해 활동한다면 대중들의 마음에 내 노래가 와닿을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뭐 하나 붙들면 끝을 내는 성격입니다. 이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반드시 가수로서 승부를 걸겠습니다. 승부를 걸기 위해 장년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며, 언젠가 내 노래가 홍보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불러주면 정말 영광스러울 겁니다."

김 회장의 호는 '무봉(楙奉)'이다. 아낌없이 나누고 힘 있게 받들어준다는 그의 '나눔 철학'을 담았다. 작은 나무를 무성하게 키우는 것처럼 나눔을 통해 세상이 한층 따뜻하고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그의 열망이 담긴 것이다.
실제로 그는 크고 굵직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실천, 업계에선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사무실 한켠에 녹음실과 연습실을 만들어 가수 지망생에게 무료로 공간을 내주는 것은 물론, 자서전과 노래로 나오는 수익금은 전국의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 자신의 호를 딴 '무봉 장학재단'에 전액 기부하고 있다. 나아가 무봉 장학재단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런 자신에 대해 '돈을 버는 가수'가 아닌, '돈을 쓰는 가수'라고 피력했다. 그는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불러주면, 그 수익으로 불우이웃 돕기에 더욱 힘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가수의 길을 걷게 되면서 무명 가수의 설움을 알게 됐다며, 그들을 돕고 싶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그는 "무명 가수들은 옷도 못해 입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요즘은 행사도 없어서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는데, 허름한 공장을 얻어서 녹화를 하더라. 그 모습을 볼 때 너무 측은하더라. 그래서 내가 은퇴를 하게 되면, 가수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 놀이터는 한강 둔치에 공연장을 크게 지어서, 녹화도 하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콘서트장이다. 그들이 마음껏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죽을 때는 나라에 기증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김 회장은 통일이 이뤄진다면, 평양에서 '통일 음악회'를 개최할 거라고. 그는 "제 노래 중에 통일의 염원을 담은 '우리는 하나'라는 곡이 있다"고 말하면서, "평양 가서 이산가족 상봉 통일 음악회를 하고 싶다. 이와 관련 공문도 들어가 있다. 만만치 않지만, 언젠가 이루고 싶은 가수로서의 마지막 꿈"이라고 두 손을 모았다.
"뛰어난 가창력도 아니고 나이도 들었지만,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보다 '후회 없이 살았다'라는 마음을 갖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이런 내 모습이 어느 누군가에게, 특히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장년층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코로나19로 가라앉은 사회에도 에너지를 불어넣길 바랍니다. 저를 통해 누군가의 삶이 행복해지면, 그 가정이 화목해지고, 나라가 건강해지고, 지구가 밝아지지 않겠어요. 그러면 그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요."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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