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회사에서 터지는 사고 20

졸림

그렇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날이 따뜻해지고 출근 후 최소 2시간 반은 나른한 정신으로 떨어지는 벚꽃잎을 떠올릴 시즌이죠. 귓속을 끝없이 맴도는 장범준 연금 테마송과 도시의 뿌연 먼지가 서울에도 봄이 왔단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이렇게 졸리고 나른한 시즌에는 춘곤증을 날려줄 무언가 절실하죠. 보통은 카페인 또는 봄맞이 꽃놀이 등이겠지만 종종 극단적인 방법으로 졸음을 이겨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죠. 사고를 치는 겁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손이 떨리며 옥상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며 뛰는 심장을 느낍니다. 살아 있음을 느낄 좋은 방법이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잘 분비되는지 자가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면서 다양한 감정과 지금까지 살아왔던 수많은 세월, 인간관계, 주량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할 수도 있죠.


오늘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사고부터, 격렬한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사고까지 다양한 업무상 사고와 그 예방책 등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경험담입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넘기지만 당시엔 굉장했던 것들을 되새겨보며 저도 잠을 이겨낼 것 같습니다. 벌써 소름 돋는 게 곤지암 슈비슈비 귀신보다 더 공포스러운 기억이군요.

대부분의 사고는 5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5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1. 보고 누락으로 인한 사고
  2. 뭔갈 잘못 써서 터지는 기재형 사고
  3.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인한 외부 업체와의 사고
  4. 결과물과 관련된 제작 사고
  5. 말 잘못 해서 터지는 주둥아리형 사고

사옥이 무너지거나 대규모 해킹을 당했다거나, 횡령/배임 등 쇠고랑 급 사고가 아닌 이상 대다수 사고는 손과 입에서 시작됩니다.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선이지만, 일이란 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만큼 실수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대처하는 방법이죠.


간단히 대처하는 방법도 써보았는데 사실 이 대처라는 것은 자기 선에서 어찌어찌 마무리해선 안 되는 겁니다. 회사는 그런 곳이 아니죠. 뭐든 보고와 지시에 의해 진행되기에 ‘대처=어떻게 보고하느냐’ 개념이기도 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작할게요. 다들 3D 안경과 팝콘을 들고 구경해봅시다. 



1. 일어나보니 9시 반 

아침 침대에서의 5분은 지구상의 1시간과 같다.

이건 사고라고 하기도 참 그렇지만 신입 입장에선 대형사고입니다. 일단 아침부터 강렬하게 일어날 수 있죠. 내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는가 고찰해볼 시간입니다. 대처법… 잠이 들기 전 베개 멱살을 잡고 “7시 반! 7시 반이라고! 알았어?”라며 거칠게 외치고 잠을 청해봅시다. 베게요정이 7시 반이 되면 깨워줄 겁니다. 네, 그만큼 예방책이 없단 얘기죠. 


괜히 어디가 아프네, 할아버지가 꿈에 나왔네, 누가 돌아가셨네, 사고가 났네… 하면 너무 뻔합니다. 그냥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지각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가끔 몰래… 스윽 들어와서… 스윽 앉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래 봤자 다 압니다. 상사에게 가서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얘기하고 업무 시작합시다.



2. CC 안 걸고 그냥 보냈을 때


그럼 다시 보내면 됩니다.



3. 전날 퇴근하면서 보일러/에어컨 안 끄고 그냥 가기


욕을 먹을 일입니다. 이건 사무실이 아니라 집이었어도 맘스터치 각입니다. 심지어 자취하는 분이라면 일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멀쩡히 켜진 채로 집을 태워 먹을 듯한 보일러를 보고 느끼는 소름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돈이 타는 소리가 들리죠. 대표님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겝니다.


대처법: 이래서 IoT 기술의 발전은 좋은 겁니다. 빨리 발전해서 앱으로 켜고 끄고 합시다.



4. 영수증 버리기

안녕? 난 니 고생이라고 해.

영수증이 없어. 대부분 회계·업무지원팀은 냉정합니다. 영수증이 없으면 처리가 안 됩니다. 대천사 미카엘 같은 분이 담당자라면 어찌어찌 대강 맞춰주기도 하겠지만 결과적으론 그분이 꽤 피곤하게 일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회사 다니는 이상 껌을 하나 사도 영수증을 챙겨야 합니다. 안 줘도 내놓으라고 해야 합니다. 버려진 영수증이라도 주워와야 합니다. 


영수증은 생명입니다. 해당 매장에 가서 그 날짜 그 시간에 영수증을 다시 떼어 달라고 합시다. 좀 시간이 지난 경우라면 꽤 귀찮아질 수 있으므로 잘 사정사정해야 합니다. 카드로 긁은 경우라면 전표를 카드사 측에 요청합시다. 대신 이 경우엔 언제 얼마를 썼는지 알아야 합니다.



5. 견적서 같은 숫자 써진 문서 세절 안 하고 그냥 이면지로 쓰기


음… 안 되죠. 안 돼요. 누가 내 주민등록등본 뒤에 메모하면 좋겠습니까… 비슷한 이치입니다. 뭐가 되었든 숫자가 1글자라도 있다면 일단 찢든 불을 태우든 반입자충돌을 시키든 해서 잘게 쪼개도록 합시다.



6. 세절기를 고장 냈다

세절기는 막 SF영화에 나오는 그런 기계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20장씩 세절기에 종이를 꾸겨 넣으면 고장 납니다. 세절기가 체한 듯 꾸륵꾸륵 대다가 결국 멈춰버리는데 “어?…”하면서 손가락을 넣으면 내 살갗이 미립자가 되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대처법: 개인적으론 플라스틱자가 진짜 좋더군요. 쇠자면 더 좋습니다. 자로 긁어내면서 정방향-역방향으로 몇 번 그륵그륵 해주면 풀어집니다. 대신 막힌 상태에서 계속 켜놓으면 어디선가 탄 냄새가 나면서 세절기가 루비콘강을 건널 수도 있습니다.



7. 입찰 PT를 갔는데 폰트가 깨졌다

응. 입찰 망했어

음… PPT의 글꼴 포함 저장을 너무 믿으면 저렇게 됩니다. 글꼴 저장을 믿지 마세요. 주로 TTF가 저장 가능하고 OTF는 일부 글꼴에 한해서만 저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TTF라도 상용 제한이 걸린 폰트라면 저장이 되지 않습니다. 가장 속 편하고 깔끔한 건 사용 폰트까지 한꺼번에 압축 파일로 가져가는 방법입니다. 


혹자는 xml로 분리한 다음 소스 코드를 바꾸는 방법도 쓰지만 입찰 비딩이 5분 전인데 그럴 시간은 없죠. 일단 나눔고딕이라도 깔아서 적어도 맑은고딕이나 굴림은 안 나오게 해줍니다. 폰트는 마스터 적용해서 일괄적으로 바꿀 수 있으니 이상한 줄 바꿈 같은 걸 예방하려면 나눔고딕 등으로 변환 후 폰트 사이즈를 하나씩 줄여줍시다.



8. 미팅 갔는데 파일 안 열림, USB 잃어버림, 인터넷 안 됨


외부 출장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항상 에그를 지참하거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테더링을 각오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USB는 원래 이성을 지니고 자유 의지가 있는 물체라서 자주 사라집니다. 일 끝날 때쯤 다시 책상에 돌아오곤 하죠. 녀석의 습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모든 파일은 메일에 꼭 복사본으로 하나 보내놓거나 드롭박스 및 구글 드라이브에 공유해놓도록 합시다. 보통 미팅을 갈 땐 반드시 뭔가 하나씩 빼먹기 마련입니다. 이건 거의 불변이죠. 뭘 빼먹을지 모르겠다면 모든 걸 하나씩 예비로 가지고 다니시는 게 좋습니다. 하다못해 펜까지도.



9. 메일 잘못 보냄


클라이언트에게 우리 내부문서를 보냈습니다. 음? 네, 큰일 났습니다. 어떤 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견적서 같은 거였나 봅니다. 이건… 흠, 큰일입니다. 메일을 보낼 때는 반드시 다시 한번 주소를 확인하세요. 지난 메일을 꼭 확인하고 그 메일에 답장하도록 합시다. 새로 쓰기 이런 거 하지 말고.


이런 큰 이슈가 터지면… 하아… 일단 흡연을 한 번 한 뒤 팀장님 기분을 봅시다. 사실 기분을 볼 필욘 없습니다. 30분 전에 로또를 맞았거나 3년째 묶여있던 부동산이 500% 가격에 매매되지 않은 이상 당신 목숨은 경각에 달렸으니까요. 메일은 당신이 보냈으나 이런 이슈는 당신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윗선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향후 1달간 당신의 모습

10. 견적서에 0하나 더 붙임


이건 혼나야 할 일입니다. 숫자를 쓸 때는 0을 잘 봐야 합니다. 그래서 3자리마다 콤마도 찍는 거고요. 하지만 비교적 이 사고는 원만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 체크가 되거든요. 받는 사람도 제대로 확인 못 했고, 주는 사람도 그냥 줬다면 추후에 계산서가 좀 복잡해지겠지만 그냥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나 계약 당시의 금액에 문제가 있었다면 추후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계약법 상 일방착오에 의한 계약 해제는 불가합니다. 물론 그 금액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거나 알 여지가 있었다면 (굉장히 모호하지만) 일방착오라고 해도 해제를 요구할 순 있습니다.


쌍방착오였다면 특정 조건 하에서 계약 취소가 가능하긴 합니다. 그러나 만약 엄청나게 거액의 건이었거나 꽤 복잡한 공공조달등의 과정이었다면 음… 한동안 회사를 좀 조용히 다녀야 할 듯 합니다.



11. 기한 실수

택배 왔다ㅡ앙잉ㅇ!

“14일까지 배송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업체 측에선 14일에 배송해달라는 줄 알았다고 칩시다. 근데 행사가 내일이에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택배 발송 전이라면 약간의 금액 부담을 하고 퀵으로 받으면 됩니다. 손해를 감수하고 행사는 치러야 하니 추가 구매를 해서 퀵으로 받아야겠죠. 근데 택배 발송 후라면? 그게 주문 제작 물품이었다면? 음…… 큰일 난 겁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송했을 때 택배물건을 추적해서 해당 영업소로 택시 타고 뛰어간 적이 있습니다. 울면서 전화해야 합니다. 영업소에 보관해달라고. 그리고 찾아가서 찾아와야 합니다.


이럴 땐 신속한 보고와 “바로 전화하겠습니다!”가 필요합니다. 제발 무슨 물건이 언제까지 올 예정이라면 적어도 이틀 전에 배송 예정 물품 체킹을 하도록 합시다.



12. 이게 뭐야?


파란색을 시켰는데 옥매트 같은 색깔의 묘한 아이가 내 눈앞에 있습니다. 배송 실수였을까요? 아닙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상기 색은 모니터에 보이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원래대로라면 소비자원에 고발하든 진상을 부리든 해서 반품과 재배송을 요청해야 함이 맞지만, 사실상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겁니다. 다시 사야 합니다.



13. 제작물 사고

다시 돌아가 버려!

안 그럴 것 같지만 제작물 사고는 엄청나게 자주 납니다. 100mm 시켰는데 10mm짜리 스티커가 온다거나… 이런 경우는 은근히 흔하죠. 서로 사이즈 체크가 안 된 겁니다. 양방 책임이니 양쪽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긴 합니다만 회사 입장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죠.


오더할 때 제대로 100mm로 들어간 경우라면 제작자 실수가 맞습니다. 물론 ‘오더하는 측에서 전일, 제작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옳다!’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건 이론적인 거고 어쨌든 제작을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께서 사이즈 실수를 하시면 안 되는 거죠.


업체는 당연히 반반 내지는 쌍방 과실로 하자고 할 겁니다. 오더 보낸 메일이나 과업 지시서 상에 문제가 없었다면 냉정하게 좀 질러야 합니다.


 

14. 구두계약 상 실수

네 그럼 그때 봬요!
추후 다시 연락 드릴게요.

는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전자는 ‘그래, 구두상으론 계약한 거야?!~’라는 뉘앙스고 후자는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는 뉘앙스가 있어요. 이 말 하나 때문에 사고가 터집니다.


강사 섭외를 하거나 대관 등을 요청할 때 이렇게 말 한마디를 잘못하면 상대방은 스케줄을 비워 놓거나 이미 예약을 확정지어 버리죠. 시간이 지나서 ‘어? 저희 거기서 안 할 건데요?’라고 하면 이제 난리난리가 납니다.

아니 그때 하신다고 해서 자리 다 비워놓고 거기 요청하신 분들도 다 돌려보냈는데 이러시면 안 되죠.

등등 업체쪽의 볼멘 소리가 폭발할 겁니다. 구두계약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짜 중요하므로 스크립트를 써놓고 말하도록 합시다. 특히 견적이나 예약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할 때는 녹음 필수!


 

15. 뒷담 까다가 걸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에서 까도록 합시다.

 


16. 3일 내내 작업한 파일이 깨졌다

……컴퓨터 잘못이니 어찌할 도리가 있겠습니까만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7. 인쇄 사고

인쇄… 당신은 대체…

후우… 이건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중요합니다. 인쇄 사고는 엄청나게 자주! 일어납니다.


첫째, 집 프린터나 회사 프린터로 뽑아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인쇄소 프린터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둘째, 반드시 ai/PSD 원본 파일을 보낼 땐 png와 PDF 파일도 함께 보내서 비교해달라고 요청하셔야 해요. 이렇게 잘 나오는지 꼭 확인 후 인쇄해달라고. 셋째, 인쇄 직전에 인쇄용으로 다시 만들어놓은 PDF 파일을 보내달라고 하셔야 합니다. 그걸 보고 문제없는지 체크 후에 제작 오더를 내리시는 거예요. 


그럼에도 뒷종이에 잉크 묻어남, 도무송 실수, 컬러 오차, 후가공 실수, 종이 재질이 다르다든지… 온갖 실수가 넘쳐납니다. 웬만하면 중요한 인쇄 건이라면 반드시 실 인쇄 전에 감리를 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감리 갈 여건이 안 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판 뽑고 샘플을 보내달라고 하세요. 퀵으로 쏴달라고.


만약 이 난리를 쳤는데도 사고가 났다면… 그건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암흑의 영역에 존재하는 일입니다. 분명 인쇄소 측의 과실이라도 프로젝트 담당자면 혼나는 걸 결국 당신이 될 겁니다. 인쇄소가 어쨌다고 징징대봤자 ‘결과물이 이렇게 나왔는데 그럼 어떻게 할 거냐?’라는 반문만 돌아올 뿐이죠.


지난 오더 메일 히스토리와 발주서, 결과물의 오류 부분 등을 기재해서 인쇄소 측에 정식으로 재인쇄를 요청하시는 게 맞습니다. 물론 그 비용은 업체 측에서 부담해야죠. 당연히.


인쇄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종종 실수하는데 대다수 실무자는 인쇄소 직원이 아니니 크고 작은 실수가 있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실 인쇄 들어가기 전 샘플 받기, 감리하기, PDF 받기 등은 체크하셨으면 합니다.



18. 뭘 엎었다


보통 책상 위 오른쪽쯤에 커피 같은 걸 놔두면 항상 마우스든 뭐든 선에 걸려서 자빠집니다. 오른쪽엔 뭘 놔두지 마세요. 그리고 엎었으면 빨리 치우세요. 어머 어쩌지?!…… 하고 멀뚱하니 보고 서 있지 말고.



19. 백업 데이터 하드를 날려 먹었다

이쯤 되면 집에 가야 됨…

뭔가 백업을 하면서 헤헤헤 백업이 알아서 되겠지 하고 원본 파일을 지워버렸는데 백업이 제대로 안 되고 다 날아가 버렸고… 


……와우. (복구해야지 뭐)



20. 법인 차량으로 사고를 냈다


안 다쳤으면 다행입니다. 사람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보험 처리하도록 합시다. 설마 아무리 법인 차량이라지만 사고 냈다고 “이런 배추김치꼬다리 같은 자식아, 넌 돌아오면 시말서 깜지다!”라고 윽박지른다면 그냥 그만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마치며


큰 실수 작은 실수… 잘 정리해서 적어보려 했건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 순서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리디큘러스하고 판타스틱한 일들을 많이 저질렀네요.


사실 사고는 반드시 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사고는 대부분 ‘설마’ 하는 부분에서 터지죠. 반드시 터집니다. 재고 수량을 확인 안 하면 반드시 수량이 빕니다. 강사님이 전날 오시는지 확인 안 하면 다음 날 반드시 늦습니다. “파일 잘 갔겠지~” 하고 확인 안 하면 항상 안 갔습니다. “백업이 되었겠지~~” 하고 파일 지우면 백업 안 되었다고요.


설마란 없습니다. 세상엔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심지어 은행명이 다르고 계좌번호가 같은 곳도 있습니다. 실화였어요. 실제로 다른 은행에 쌩뚱 맞은 사람에게 돈이 들어가 버린 사태도 있었답니다. 우연의 일치와 살면서 한 번이나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여러분들 손에서 이루어지는 기적을 경험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에요.


이렇듯 사고가 터지면 누구나 눈앞이 아득해지고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게 되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막 “모든 걸 책임지고 제가 떠나겠습니다…”라고 자책할 일은 아닙니다. 떠난다고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요. 책임은 그 자리에서 지는 거죠. 모든 실수의 대처법은 머리론 기억하되 마음엔 담지 말고 다음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입니다.


욕이야 당연히 한두 번 먹으면 되고, 나 때문에 고생한 누군가에게 정중하게 감사와 죄송죄송을 표하면 될 일입니다. 따뜻한 봄 나른나른한 요즘인지라 자꾸 0이 00으로 보이고 메일주소도 헷갈리고 스케줄도 오락가락하실 텐데 모두 실수 없이 아름다운 회사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

어우, 이걸 그냥…에효…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