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잠시 고독하고 오겠습니다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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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온 신간 중에서 주목할 만한 책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소개할 만한 신간 추천도 받습니다. journey.jeon@gmail.com으로 알려주세요.
초연결 시대 자발적 고독을 통해 나를 되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 마이클 해리스(Michaela Harris)는 캐나다의 논픽션 작가입니다. <밴쿠버 매거진>의 편집자로 활동하다 2014년 첫 저작 《부재의 종말The End of Absence》이 캐나다 총독 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가져온 고독의 부재(不在)’를 다룬 첫 책에 이어, 이번에는 디지털로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가능한지 자기 실험과 반성을 통해 모색합니다.
저자는 바깥의 소음을 차단하고 적극적으로 홀로 됨을 경험하려는 노력은 자신에 대한 신뢰 회복인 동시에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홀로 있을 때 얻는 이익을 세 가지로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입니다. 두 번째는 ‘자아에 대한 재인식과 자가 치유’ 효과.
마지막으로는 ‘타인과의 연대’입니다. 역설적으로, 늘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반추를 통해 진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원제 Solitude: In Pursuit of a Singular Life in a Crowded World. 2017년 4월 출간.
홀로 있음은 기운을 북돋아준다. 기억을 강화하며 인식을 날카롭게 다듬어주고 창조성을 북돋운다. 우리를 더 차분하게 만들며 주의력을 더 깊게 해주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순응하라는 압박감을 덜어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점이다.
홀로 있음은 우리 삶에서 열정, 향유, 성취감의 가장 깊은 연원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우리에게 준다. 또 우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어 자기 자신이 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모여 군중이 되었을 때 더 나은 동료가 되게 해준다.
근대 이후 개인주의가 쇠퇴하고 새로운 '부족'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일찍 예견한 책입니다.
저자 미셸 마페졸리(Michel Maffesoli, 1944년생)는 '일상생활의 사회학'으로 유명한 프랑스 학자입니다. 198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포스트모던 시대 사회의 성격과 대중의 속성을 일찍 통찰한 저서로 널리 읽혔습니다.
저자는 근대 이전이 공동체 사회였다면 근대는 개인의 시대이며, 이어 등장한 포스트모던 대중사회의 키워드는 ‘부족’이라고 진단합니다. 씨족, 혈족 중심이 아니라 문화, 스포츠,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소집단들로 재편되면서 다시 부족화하고 있다는 거지요.
이런 부족은 언론계, 학계, 법조계에도 존재하며 학연과 지연에 따른 편 가르기 문화로도 나타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특정 유명인에 대한 팬덤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족주의는 긍정적인 활력뿐 아니라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도 발산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원주의, 수평적 네트워크, 감성적 연대, 촉각적 관계에 기반한 신부족주의에서 파괴하고 생성하는 창조적 힘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럽 문화권이 전통적으로 신의 나라 혹은 이상사회를 지향한 반면 포스트모던 사회의 신부족주의는 ‘지금 여기’의 삶 자체에서 체화된 관용의 태도가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원제 Le temps des tribus. 2000년 10월 출간.
시원주의와 생기의 결합, 여기에 이 책의 핵심 열쇠가 있다. 이는 또한 포스트모더니티의 핵심 역설이기도 하다. 비록 암시적으로밖에 언급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여기서 '영원한 아이'의 신화를 발견한다...
젊은이처럼 말하기, 젊게 차려입기, 몸단장, 사회적 히스테리는 폭넓게 공유되어 있다. 누구나 저마다 나이, 계급, 신분에 상관없이 '영원한 아이'의 형상에 어느 정도 감염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구조가 수평적이고 우애로운 구조로 대체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음식 문화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해온 저자의 새 책입니다. 이번에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우리 음식 문화를 인류학적으로 연구하면서 《음식인문학》, 《식탁 위의 한국사》 등의 책을 써왔습니다.
이번 책은 한국인의 몸에 밴 식사 방식과 습관에 대한 궁금증을 다양한 사료를 토대로 풀어 보입니다.
식전에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앉는 것부터 후식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식사 과정을 13가지 주제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왜 신발을 벗고 방에서 식사를 할까? 왜 양반다리로 앉을까? 왜 낮은 상에서 식사를 할까? 왜 집집마다 교자상이 있을까? 왜 회식 자리에 명당이 따로 있을까? 왜 그 많던 도자기 식기가 사라졌을까? 왜 밥을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에 담을까?
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할까? 왜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먹을까? 왜 밥·국·반찬을 한꺼번에 먹을까? 왜 식사 후에 꼭 커피를 마실까? 왜 술잔을 돌릴까? 왜 반주를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의 실기, 문집 같은 자료의 작은 단서들을 잇고, 중국과 일본, 유럽 여러 나라의 사료를 비교하고, 근현대 신문과 잡지에 실린 사회경제적 변화와 일상의 면면을 살펴가며 답을 제시합니다.
상차림과 좌석 배치, 식기와 식탁 등을 보여주는 그림과 사진으로 이해를 돕습니다.
이제는 인사말이 되어버린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말은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럿이 함께 식사하기’라는 뜻을 담은 ‘커멘셜리티(commensality)’는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인류는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실현하기 위해 식사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식사’를 함으로써 유대감을 강화하는 일이다. ‘함께 식사’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숙명과도 같은 관습이다.
하지만 21세기 초입 한국에서는 ‘혼밥’, ‘혼술’ 등의 현상으로 ‘함께 식사’의 규칙들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인간의 절대 조건이자 영원한 수수께끼인 시간에 대한 역사 속의 관념과 문화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저자 알렉산더 데만트(Alexander Demandt, 1937년생)는 독일의 고대사학자입니다. 베를린자유대학교 고대역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로마와 고대 후기 역사, 유럽 문화사 및 정신사 분야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30여 년 동안 시간이라는 문제에 대해 천착해온 결과물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3천여 년 문명사 속에서 ‘시간’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대하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항목별로 소개합니다.
주로 고대와 중세 유럽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관념과 문화가 지금까지도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지식고고학적 접근이라고 하겠습니다.
시간을 단위로 정의해 측정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고대와 중세에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낮과 밤, 과거-현재-미래를 파악하는 개념은 오늘날과 같았을까? 일주일은 왜 7일이 되었으며 요일의 이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시간과 관련해서 떠올릴 수 있는 숱한 질문들에 대해 방대한 문헌 지식과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풀이를 제시합니다. 장기 연재한 칼럼을 집대성한 것 같은 구성입니다.
원제 Zeit: Eine Kulturgeschichte. 2015년 9월 출간.
아이온이 가장 긴 시간이라면 카이로스, 즉 기회는 가장 짧은 시간이다. 이는 우리가 눈치채고 활용해야만 하는 찰나의 특별한 순간이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이었다. 올림피아에서는 카이로스 숭배 문화가 있었는데 파우사니아스가 그를 모신 제단에 대해 기록한 것이 있다.
히메리우스 다음으로 만든 것은 짧은 뒷머리에, 너무 빨리 달아나지 않도록 손으로 잡기 쉽게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발가벗은 소년의 동상이다. 소년은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한 쌍의 저울을 들고 있으며 발꿈치에는 날개를 달고 있다. 주피터조차 눈 깜짝할 사이에 달아나버리는 소년을 잡아올 수 없다고 파이드로서는 기록하고 있다.
나쁜 습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 1940년생)는 미국의 원로 가수이자 작곡가, 배우이자 사회운동가입니다. 영화 OST로 유명한 <레인보우 커넥션>, <에버그린> 등으로 아카데미 오스카상, 그래미상을 받았고 골든글러브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으며, 약물중독 치료 체험을 바탕으로 회복 운동에도 힘써 왔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뼈저린 중독과 극복의 체험과 알코올중독자협회(AA) 12단계 치유법을 토대로 나쁜 습관과 중독에서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극작가 트레이시 잭슨과 함께 썼습니다.
저자들은 AA 12단계 치유법이 중독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면서, 이를 쉽게 변형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열쇠’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현실에 중독된 채 ‘습관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합니다. 반복되는 실수, 자신의 한계에 대한 좌절, 따분한 삶 자체가 ‘현실에 중독된 것’일 수 있다는 거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주체성을 잃고 나쁜 습관에 얽매인 채 끌려갑니다. 나쁜 습관은 평온한 삶을 망가뜨리고, 목표와 성취를 좌절시키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중독’일 수 있다면서,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원제 Gratitude and Trust: Six Affirmations That Will Change Your Life. 2014년 9월 출간.
만약 당신이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는 사람, 바람둥이, 뒷담화를 일삼아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망치는 사람, 두려움을 억누르는 사람, 어떤 결핍감 때문에 사람들을 밀어내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뭔가 커다란 충격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살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대개는 자신의 행동에 의해 일상에 치명적인 격변이 일어나고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는다.
최근 영미권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호주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입니다.
2차대전 때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포로였지만 화려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외과의사 도리고의 기억과 현실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 상실과 발견의 세계를 그린 장편소설입니다.
저자는 실제로 일본군 전쟁포로로 미얀마 철도 건설 노동에 동원됐다가 살아남은 아버지의 경험담을 토대로 작품을 썼습니다.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체험이 어릴 적 트라우마였던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12년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다섯 개의 다른 판본을 썼다고 합니다.
작품 속 전후 생존자들 중에는 일본군 밑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던 조선인 인물 최상민도 있어 눈길을 끕니다. 목숨 때문에 일본군의 수족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마지막에는 전범재판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이와 대비되는 일본군 나카무라 소령과 고타 대령의 전후 행적은 또 다른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원제 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 2013년 9월 출간.
작가 자신이 ‘영혼의 역사’라고 부른 초기 3부작 중 하나인 『굴드의 물고기 책』(2001)도 이번에 함께 번역돼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영국 식민지이자 유형지였던 호주 태즈메이니아를 무대로 윌리엄 뷜로 굴드라는 유형수 화가가 겪은 잔혹한 현실과 몽환적 기억을 재구성한 역사소설이자 환상소설입니다.
원제 Gould's Book of Fish: A Novel in 12 Fish. 2002년 4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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