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귀여움에서 나온다? 65년 동안 사랑받은 '토끼 캐릭터'의 비결
시사만화 <장도리>에 등장하는 '냥도리'가 천명한 명제
"권력은 귀여움에서 나온다"
이 말에 따른다면 올해 65세를 맞은 이 토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게 아닐까? 동그란 얼굴, 쫑긋한 두 귀, 빤히 응시하는 작은 눈, 앙증맞은 X자 입...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등 캐릭터들과의 권력 투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은 이 토끼의 이름은 바로 '미피'. 1955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미피'는 단순한 귀여움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서울 알부스갤러리에서는 <미피와 친구할래요? Meet miffy. miffy by Dick Bruna since 1955>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꼬마 토끼 미피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피 그림책의 원화 및 드로잉 60여 점,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미피 책, 작가 사인이 들어간 실크스크린 35점, 미피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여러 작가들이 만든 아트 퍼레이드 등을 소개한다.
미피의 할아버지 '딕 브루너'(그는 60세가 지난 후 자신을 '미피의 할아버지'라고 불러달라고 정정했다)는 그의 아들이 한 살 때 토끼와 노는 모습을 보고 미피 캐릭터를 만들었다. 원래 미피의 이름은 네덜란드어로 작은 토끼를 의미하는 konijntje의 준말 '나인체(nijntje)'였는데 발음이 어려워 미피로 번역되었다.
미피는 어린이들의 작은 손에 맞춘 16*16cm의 정사각형 판형 그림책으로 만들어져 2011년까지 32권의 시리즈로 출간돼 전 세계 50개국에 번역됐다.
미피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단순함에 있다. 딕 브루너는 "나는 언제나 오랫동안 해답을 찾으며,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많은 것을 버린다. 줄이고 또 줄여서 본질적인 것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형태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나는 그 상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많은 공간을 남긴다. 그것은 생략의 기술, 단순함의 힘이다." 라고 말했다.
딕 브루너가 첫 책을 만들었을 때, 그러니까 50여 년 전 그의 전시에 온 부모들은 "에이, 너무 단조롭고 색이 밝잖아. 우리 집 책들이 이보다 훨씬 낫겠다. 내용도 더 알차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의 책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딕 브루너는 태어나서 여섯 살 때까지 동안에 눈으로 보는 것이 평생 여행 가방처럼 사람을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는 아이가 이때 본 걸로 행복해하고, 잘 때는 미피나 아기곰 보리스와 같은 책을 끼고 잠을 잔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고 따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층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각 층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분위기가 사방을 압도한다. 이미 오래전에 여섯 살을 지나온 어른이라도 이번 전시에서 딕 브루너가 말한 '따뜻함'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