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당뇨병 걸린 인공피부 첫 개발.. '고통 없는 약물실험' 길 열었다

■ 포스텍, 3D 세포 프린팅 기법 활용 ‘당뇨성 피부’ 제작
피부 표피-세포 상호작용 착안
3D 프린팅으로 진피 상처 구현
환자 없이 다양한 테스트 가능
동물 대상으로 한 실험도 대체
연구팀 “새로운 약물개발 위한
질병 모델별 응용 가능성 입증”
인체의 표면을 덮고 있는 피부는 몸에서 가장 크고 넓은 기관이다. 이로 인해 신체 장기나 생리 활동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기관이기도 하다. 특히, 당뇨병 환자가 피부질환이나 피부 감염을 앓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포도당 대사가 느려지면서 피부에 반점이 생기거나 상처가 나도 치유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이 같은 당뇨병성 피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생체 유기물질을 3D 프린팅 방식으로 적층시켜 만든 3D 인공 피부가 한국 연구진에 의해 선보였다. 당뇨 환자의 피부질환 연구용으로 실제 환자가 아닌, 당뇨병에 걸린 인공 피부를 제조해 다양한 약물과 처치 테스트를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김병수 교수, 포스텍 기계공학과 안민준 씨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의 병태(病態) 생리학적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3D 세포 프린팅 기법을 동원해 당뇨병이 있는 체외 인간 피부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생체 재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그동안 3D 세포 프린팅 기술로 인공 피부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실제 피부의 병리학적 과정을 보여주는 질병 보유 인공 피부는 아직 실현되지 못한 상태다.
연구팀은 실제 피부에서 발견되는 표피와 피부 세포 간 상호작용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정상 각질 세포가 당뇨 환자 유래 섬유아(亞)세포로 이루어진 진피층과 상호 작용할 때 당뇨성 표피로 분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일단 세웠다. 섬유아세포란 섬유성 결합조직의 중요한 성분으로 섬유세포로 자라기 직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각 세포를 사용해 3D 프린팅 기술로 피부 창상(創傷)이 구현된 당뇨성 인공 피부를 제작했다. 창상은 진피에 상처를 입은 모습을 말한다. 그 결과, 이 당뇨성 인공 피부에서 당뇨병 피부의 대표적인 특징인 느린 재상피화(再上皮化)가 관찰됐다. 재상피화란 벗겨진 살갗 표면이 다시 증식하는 일을 말한다. 또, 혈관이 포함된 당뇨 지방층을 추가했을 때 당뇨병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인슐린 저항성, 지방세포 비대증, 염증 반응, 혈관 기능 장애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3D 세포 프린팅 기법으로 인공 피부를 제작함으로써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피부질환을 환자가 직접 겪지 않아도 의료진이 체외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됐다”며 “피부질환을 관찰하기 위해 지금까지 활용했던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새로운 약물 개발을 위한 질병 모델로 응용 가능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조 교수는 3D 프린팅의 미래 응용 분야에 대해 “원하는 형상을 자유자재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결손 부위에 꼭 맞는 맞춤형 인공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이미 우리나라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의료 영상으로부터 획득한 3차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분해성 고분자를 프린팅해 환자의 결손 부위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 연구실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티앤알바이오팹은 공동으로 심장, 간, 신장 등 장기의 구조적·생리학적 기능을 모사한 장기 칩(organ-on-a-chip)과 교모세포종(Glioblastoma·뇌의 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 아테로마성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같은 병리학적 현상을 재현한 체외 질환 모델을 연구했다. 미래에는 실제 환자로부터 추출한 세포를 이용해 살아있는 조직을 프린팅한 후 환자의 결손 부위에 이식하거나, 환자의 병리학적 상태를 그대로 모사하는 인공 모델에 약물 후보군들을 평가해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 조합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적 연구 사업 및 나노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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