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20주기, 꿈과 도전의 현장을 찾다>하면된다.. 불굴의 뚝심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김성훈 기자 2021. 3.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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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건설한 ‘서산간척지’에 들어서 있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로 현대서산농장 전경. 김호웅 기자
서산농장 내 아산기념관에 정 명예회장이 서산간척지 공사 시절 입었던 옷이 전시돼 있다. 김호웅 기자
서산농장은 정 명예회장이 1998년 ‘소 떼 방북’ 때 판문점을 넘어 이끌고 간 소들을 키운 곳으로, 지금도 한우 목장에서 약 3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김호웅 기자

99만㎡에 태양광발전… 국토확장·자급자족 넘어 ‘미래먹거리’ 창출

- 농업발전·평화통일 염원의 땅 ‘현대서산농장’

“농업 경쟁력 간과 안돼”역설

집무실엔 당시 서류·작업복

기념관 곳곳엔 친필 붓글씨

14만㎡ 목장서 한우 3000두

무항생제·HACCP 인증 획득

축사앞엔 ‘소떼방북’ 표지판도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의 서문을 서산농장 이야기로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은 서산농장에 대해 “손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돌밭을 일궈 한 뼘 한 뼘 농토를 만들어가며 고생하셨던 아버님 인생에 꼭 바치고 싶었던, 아들의 뒤늦은 선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정 명예회장이 이토록 애착을 가졌던 장소답게, 지난달 방문한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로 현대서산농장에는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정 명예회장이 만든 서산간척지 B지구 내에 자리한 서산농장에는 농업에 대한 애정, 식량 안보에 대한 의지, 서산간척지 사업에서 보여준 도전 정신,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 출신으로 1998년 ‘소 떼 방북’을 통해 보여줬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까지 그의 모든 것이 녹아 있었다.

제일 먼저 농장 내에 자리한 아산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 입구에는 정 명예회장이 탔다는 갤로퍼가 전시돼 있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 정면에 정 명예회장의 영정이 보였다. 아산기념관에는 유품 500여 점이 전시돼 있었는데, 영정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정 명예회장이 쓰던 침실과 욕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실제로 이 기념관은 정 명예회장이 1982년 서산간척지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숙소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당시 그가 입었던 작업복이 걸려있고, ‘골드스타’ 상표가 붙은 TV 옆 책상에는 정 명예회장이 사용한 먹과 붓도 전시돼 있었다. 기념관 곳곳에 ‘천의무봉’ ‘진인사대천명’ 등 정 명예회장이 직접 쓴 붓글씨가 남아있다. 책상 위에 놓인 각종 영농서적과 ‘기업혁명의 시대’라는 책도 눈에 띄었다. 침대 옆 작은 책상엔 그가 쓰던 안경과 1998년도 전화번호부가 올려져 있었다. 영정 기준 오른쪽 방은 정 명예회장의 집무실이었던 공간인데, 벽에는 간척지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금강산 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정 명예회장이 직접 결재한 서류도 놓여 있었고, 그가 즐겨봤다는 ‘동물의 왕국’ 비디오테이프도 여러 개 전시돼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식당과 주방이 나왔다. 간척지 물막이 공사 때 입었던 외투도 걸려 있었다.

아산기념관 바로 앞에는 정 명예회장 흉상이 세워져 있다.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계동사옥에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직원 성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기념관 옆에는 ‘아산연수원’이 있다. 아산연수원은 ‘서산간척지 사업을 통해 구현된 도전정신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핵심가치 전파의 장’을 표방하고 있다. 서산농장은 1979년 매립면허 취득, 1984년 A지구 물막이 공사 완료, 1986년 시험 영농 시작을 거쳐 1995년에야 모두 준공된 대역사의 현장으로, 정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85년도에 지어진 영빈관 건물은 직원생활관(숙소)으로 용도가 바뀌었고, 2007년에 신축한 아산연수원은 현대건설 신입사원 교육 및 그룹 임직원 교육장으로 쓰이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농업과 인연이 깊다. 그는 우선 농민의 아들이다. 정 명예회장은 1933년 ‘4번째 가출’에 성공했는데 인천부두, 보성전문 교사 신축현장 등에서 막노동을 하다 쌀가게에 취업했고, 그곳을 인수해 1938년 ‘경일상회’ 간판을 내건 게 그의 첫 번째 사업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서산간척지 사업을 할 때도 국토 확장 외에 식량 자급자족에 공헌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는 자서전에서도 “모든 분야의 경쟁력이 필수겠지만, 농업의 경쟁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

허강회 현대서산농장 경영관리팀장은 “현재 농장의 경작면적은 1785만1240㎡(약 540만 평), 쌀 생산량은 9만 가마(1가마는 80㎏)”라며 “범현대 계열사 구내식당에 기본적으로 공급되고, 일반인도 쇼핑몰에서 살 수 있는데 앞으로 일반 소비자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농장 안에는 벼를 건조해 저장하는 커다란 콘크리트 사일로와 도장공장 시설이 갖춰져 있다. 큰 사일로 6개와 작은 사일로 3개가 있는데, 합쳐서 2만2000t을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소 떼 방북으로 유명해진 한우 목장 부지는 14만918㎡(약 4만2628평), 축사 건물은 4만9587㎡(약 1만5000평) 규모다. 이곳에서 한우 약 3000마리를 기른다. 축사 입구에는 ‘정주영 명예회장 소 떼 방북 기념 터’라는 큰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허 팀장은 “1993년에 정 명예회장께서 ‘소가 멍멍이보다 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원을 시켜 농민들을 도울 수 있게 소를 사도록 지시했다고 한다”며 “아마 그때부터 ‘통일 소’에 대한 꿈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산농장은 현재 송아지 번식사업 외에 비육(肥育) 사업으로 ‘화식한우’(여물을 끓여 먹여 기른 소)를 키우는데,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고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HACCP)을 통과했다. 현대백화점 한우세트가 서산농장 화식한우 제품이다.

서산농장은 방대한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에코에너지가 농장 안 99만1736㎡(약 30만 평) 부지에서 발전사업을 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유산이 미래 먹거리 창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발전소는 65㎿ 규모로, 국내 3위 수준이다. 생산된 전기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한국전력 안면변전소에 판매한다.

원만근 팀장은 “지난해 4월까지는 국내 최대였고, 지금도 대전 이북으로는 최대 규모”라며 “하루 매출이 9500만∼1억 원”이라고 말했다.

서산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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