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수소차는 미래가 없다? 그럼 현대차랑 토요타는?

29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개최한 고투제로(go To zero)라는 전시회에서 '수소차는 끝났다'는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뭐, 미래 자동차가 전기차냐 수소차냐는 꽤 오래된 논란이지만, 이렇게 '수소차의 미래는 없다, 전기차가 대세다'는 내용의 공식 발언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합니다.

참고로 이번 전시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그로 인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행사인데요. 전기차라고는 작년에 고작 e-트론 601대 판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소차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하나, 전기차보다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시설은 걸림돌입니다. 최근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주행거리도 길고, 충전 속도도 빠른 전기차가 나와 수소차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차종 및 판매량도 압도적으로 많고요. 하지만 전기차는 진짜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불신에 수소화 사회라는 정책 방향성까지 강조되면서 수소차가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기차냐 수소차냐는 이런 것들로 결정되는게 아니었습니다. 결국은 에너지 관점에서의 효율성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전기와 수소, 둘 중에 누가 더 값싸게 쓸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냐는 것이죠.

이번 고투제로 행사에서 그린피스 김지석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이 수소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일단 전기차의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 가솔린 모델과 비교를 해보죠. 현대차 투싼 AWD의 연비는 복합 23MPG, 약 9.8km/l 수준입니다. 그런데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AWD의 연비는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무려 125MPG, 53.1km/l나 됩니다.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네요.

그럼 수소차는 어느 정도일까요? 현대 넥쏘의 연비를 가솔린으로 환산하면 57MPG, 즉 24.2km/l입니다. 수소차의 효율도 가솔린 모델보다 훨씬 좋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이 비교는 절대 전기차에 유리한게 아닙니다. 오히려 불리한 비교죠. 왜냐! 모델Y의 무게는 2000kg에 달합니다. 투싼(약 1600kg)과 넥쏘(약 1850kg)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더 무거운 차의 연비가 이렇게 더 좋게 나오는걸 보면 전기차의 효율이 수소차보다 좋은건 사실인 듯합니다.

게다가 수소는 만들고 운반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김지석 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소차는 나프타라는 석유화학제품을 분해해 얻어지는 부생수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압축해서 실어 나르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현재 수소 충전비가 1kg에 8800원 수준인데, 이것도 보조금을 많이 줘서 그정도라고 하네요.

이렇게 힘들게 얻은 수소를, 전기차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수소차에 사용한다는 것은 미래 친환경 자동차의 솔루션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었습니다. 현대차, 그리고 넥쏘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나 유독 수소차가 많이 팔리는 것이지, 해외에서는 수소차가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요. 각 정부에서도 전기차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수소차를 지원해줄 명분이 없다 보니 투자도 줄어들고 있고요. 그래서 수소의 역할은 수송 분야에서는 없다고 정리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자동차가 아니라 철강 등 수소를 대체할 수 없는 필수 공정에 사용하는 방향으로 말이에요.

일부에서는 상용차의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그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조금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이미 SUV 시장까지 평정한 전기차가 머지않아 상용차까지 점령할 것이라고 하네요. 전체 운영비용에서 수소차의 효율이 전기차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상용차에서도 배터리 전기차가 주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소사회를 표방하는 정부에서는 어떤 입장일까요?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정부가 전기차와 수소차를 모두 지원한 것은 미래 자동차의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포트폴리오를 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반응,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라고요. 한마디로 지금처럼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시대라면 수소차를 지원할 명분이 점점 희미해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수소차에 대한 지원 및 장려를 하는 것일까요. 이항구 위원은 "우리나라는 자동차 후발국으로, 우리 기술을 확보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수소차 분야에서 우리가 선도적인 그룹에 들어가 있으니 지원 및 장려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국이기도 해 수소차뿐 아니라 수소차를 통한 수소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려는 장기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미래 자동차는 전기차가 될 것을 확신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전세계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약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게 약 4000만대 수준입니다. 반면, 10년 뒤인 2040년 전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고작 300만대 수준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우선순위에서 수소차가 전기차에 크게 밀린다는 것이죠. 당연히 운송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도 배터리 전기차의 보급과 인프라를 늘리는 방향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수소를 활용한 기술 개발 및 에너지 개발 부문에서는 여전히 수소사회로 가는 방향이 계속되겠지만요.

이분들의 말이 100% 맞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분위기를 살펴보면 꽤 설득력 있어 보이네요. 저만해도 2~3년 전쯤 수소차의 가능성을 꽤 높게 보는 기사와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네요. 전기차는 제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수소차의 발전은 더디게 보이고요.

전기차 시대의 골칫거리는 기존에 팔린 수많은 내연기관차를 처리하는 일일겁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겠죠. 지금처럼 전기차가 많이 팔린다면 나중에 수소차 시대가 오더라도 참 골치가 아플것 같습니다. 아예 수소차 시대가 아예 안 올 수도 있겠고요. 현재 현대차와 도요타가 수소차를 판매하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대세가 되고 있는 전기차 시대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물론, 현대차는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더 많은 돈을 쓰고 더 많은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건너 뛸 것이라던 토요타도 지금은 열심히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