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르포] 새벽에 술 마셔도 OK..경품 꼼수로 얼룩진 제주 소주시장
밤 10시 영업제한 없는 제주...소주시장 경쟁 격화
제주 시장 점유율 확대 나선 하이트진로, 먹자골목 곳곳서 '두꺼비 경품'
소주 가격 10% 넘는 경품은 국세청 고시 위반 "최대 2000만원 과태료"
하이트 "구매가 기준, 고시 위반 아니다"...국세청 "판매가 기준, 고시 위반 맞다"
지난 9일 밤 9시 제주 제주시 먹자골목의 한 술집. 진로 소주를 마시면 ‘두껍상회’ 기념품을 제공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진로 1병을 마시면 호올스 사탕, 2병은 초콜릿이나 두꺼비 마우스패드, 3병을 마시면 마스크나 참이슬·테라 핸드크림, 13병 이상 마시면 두꺼비 슬리퍼를 제공했다. 이는 국세청 고시(告示)를 위반한 것이다. 경품 가격은 소주 가격의 10%를 넘어설 수 없어서다. 술집 직원은 "젊은 손님이 두꺼비 기념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진로를 주문한다"고 했다. 두꺼비 입간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제주 소주 시장에 과도한 경품 경쟁이 난무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주류 시장이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다. 현재 제주도는 수도권과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만 지키면 시간 제한 없이 밤에도 자유롭게 술집에 갈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마트(139480)가 제주소주를 인수 5년만에 청산하면서 제주 소주 시장은 한라산과 참이슬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이마트는 총 860억원을 투자해 푸른밤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소주 시장서 철수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제주도에서 10여명의 영업사원이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워 적극 업소를 관리하고 있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인기인 두꺼비 기념품을 제공하거나 테라와 진로를 마시면 진로 한방울 소주잔을 제공하는 ‘테진아’ 행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2019년 11월 개정 고시한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10항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주류 경품은 거래 가격(판매가)의 10%를 초과해선 안 된다. 병마개나 상표를 이용한 경품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경품이나 경품의 판매가를 알 수 없는 경우 제조또는 구입 가격의 25%를 더한 금액으로 규정하며, 이 역시 주류 판매가의 10%를 넘어설 수 없다.
제주도 해당 술집에서 소비자에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병당 4000원이었다. 10%인 400원이 넘는 경품을 제공하면 고시 위반인 것이다. 예컨대 진로 두 병을 마시면 주는 두꺼비 마우스패드는 두껍상회에서 3000원에 판매된다. 8000원의 10%인 800원이 넘는다. 두꺼비 슬리퍼도 1만원짜리 제품으로 5만2000원(13병)의 10%인 5200원을 초과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 고시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류 거래 문란 행위에 대한 혐의가 있으면 관할 지방 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현장 확인을 나간다"며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경품의 가격을 ‘소비자 판매가’ 기준이 아니라 ‘거래처 구입가’ 기준으로 계산한 만큼 국세청이 규정한 금액을 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품 구입 가격에 대해선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품은 부가세가 포함된 실제 구매 가액이라고 2019년 고시 당시 국세청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며 "구입가의 25%를 가산해 나온 금액을 기준으로 경품 가격이 소주 판매가의 10%를 넘지 않도록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반면 국세청 소비세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주류 경품의 경우 구입가 기준이 아니라 판매가를 기준으로 주류 가격의 10%가 넘었는지 여부를 따진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국세청 고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익 목적보다 브랜드 인지도 차원에서 기념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소상공인이 힘든 상황에서 작은 가게에서 제공하는 경품까지 점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2017~2020년 제주도 소주 판매가 연평균 11% 증가했다. 코로나로 유흥업소 영업이 주춤하던 지난해 소주 판매도 전년보다 10% 늘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전체 소주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3400억원, 153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3%, 19% 늘었다.
하이트진로의 공격에 한라산 소주는 생존 전략을 고심 중이다. 한때 제주도 소주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던 한라산 소주는 점유율이 50~60%까지 내려갔다. 50~60대 중년 소비자는 여전히 한라산을 마시지만 20~30대 젊은 소비자는 취향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한라산 소주도 제주시 한 술집에서 한라산 1병 구매 시 숙취해소제를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가 지난 16일 기준 종료했다. 숙취해소제 역시 국세청 고시를 위반한 경품이다.
한라산 소주는 제주 4·3 사건을 추모하는 ‘동백 에디션’을 출시하며 참이슬에 대응 중이다. 먹자골목에는 ‘#이겨냅시다 제주도 #함께합시다 한라산’ 등 감성에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라산 소주의 지난해 매출은 189억원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영업이익은 6900만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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