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보다 하차감"..2030 첫차는 '빚끌' 수입차

문일호,서동철,박윤구,한상헌 2021. 2. 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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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車할부 1.2조 늘고
개인 구매 37%가 젊은층

◆ 수입차 30만대 시대 ◆

2030세대가 수입차 30만 시대 큰손으로 떠올랐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30만2507대로 전년 대비 9.9%(2만7373대) 급증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30만대 이상이 판매된 것이다.

팔린 수입차 6대 중 1대가 1억원 이상 럭셔리 카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고가 차에 대한 수요가 컸다. 특히 지난해 개인 구매자 3명 중 1명이 20·30대였을 정도로 젊은 층의 수입차 구매가 급속히 늘어났다. 이른바 MZ세대(1980~1990년대생)로 불리는 젊은 층은 빚을 내서라도 고가 수입차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자산 가격 상승이 수입차 열풍의 핵심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톡톡 튀는 개성도 수입차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를 통해 자신의 성공과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MZ세대의 특징이 수입차 열풍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수입차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가 구매한 수입차는 6만5526대로 전년 대비 9.9% 늘어났다. 20·30대가 구매한 수입차는 개인이 구매한 수입차의 37.1%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생애 첫 차로 수입차를 구매한 30대 유 모씨는 "평소 수입차 타는 것을 선망하기도 했고 주변에 있는 지인 절반 이상이 수입차를 타고 있다 보니 큰 고민 없이 수입차를 사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말했다.

빚을 내 수입차 구매에 나서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드사 5곳(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의 신차·중고차 등을 포함한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지난해 9월 기준 총 8조6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3분기 7조4413억원보다 16.7%(1조2452억원) 증가한 규모다.

[문일호 기자 / 서동철 기자 / 박윤구 기자]


"집 대신 수입차나 질러"…차 대출로 몰려가는 집포족


2030 수입차 구매열풍 왜

2%대 저금리에 10년 장기 상환
카드사 오토론 1년새 17% 급증
개성 중시 MZ세대 주고객으로

보유 주식 등 자산가치 오르고
남에게 보여지는 '하차감' 중시
값비싼 제네시스 돌풍도 영향
15일 지나가는 행인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 위치한 한 고급 수입차 매장의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최근 30대 김 모씨는 은행권의 10년 장기 자동차대출(오토론) 상품에 가입한 것을 발판으로 1억원짜리 수입차를 샀다. 시중은행의 오토론은 신차 기준으로 6000만원까지 나온다. 나머지 4000만원은 카드사 오토론을 받아 메꿨다. 자신의 쌈짓돈 한 푼 없이 '수입차 오너'가 된 것이다. 김씨는 고금리 카드사 대출이 부담이지만 은행 오토론 금리는 2%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신용등급 3등급으로 은행 금리 2.97%를 적용받아 은행 오토론의 월 부담액은 57만원"이라면서 "캐피털사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지만 은행 오토론은 이런 걱정이 없고 상환 기간도 넉넉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는 고정 수입을 모아 집을 살 생각이었으나 서울 집값이 작년에 다 급등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차를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처럼 20·30대 젊은 층이 금융권에 빚을 내 값비싼 고가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젊은 '집포족'(집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프리미엄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월 납입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기 할부 조건의 경우 30·40대인 젊은 층 선택 비중이 50·60대에 비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수입차 30만대 시장이 열린 배경에는 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줄어들고 개성 강한 'MZ 세대'가 수입차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수입차라는 말보다는 주로 '외제차'로 불리며 돈 많고 애국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타던 차라는 느낌을 주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수입차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BMW코리아의 경우 1995년 설립돼 지난해 창립 만 25년을 맞이하기도 했으며 볼보코리아도 1998년 설립돼 20년 이상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1년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신차 판매 비중은 7.1%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3년(10.5%) 처음으로 시장점유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더니 지난해에는 15.9%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팔리는 새 차 6대 중 1대가 수입차일 정도로 수입차 구매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가계소득 향상과 함께 다양한 가격대의 수입차들이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이 점차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MZ 세대가 수입차 구매에 중요한 고객으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만대 이상 판매된 테슬라를 필두로 소비자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슬로건으로, 국내 메이커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가격대의 차량을 선보이며 시장의 경쟁을 달구고 있다. 폭스바겐 제타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2000만원대 수입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10월 출시 직후 7세대 신형 제타는 론칭 에디션 2650대가 하루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제타의 흥행과 함께 폭스바겐은 지난달 29일 MZ 세대를 겨냥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형 티록의 국내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판매 30만대를 견인한 10곳의 상위 판매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7만6879대), BMW(5만8393대), 아우디(2만5513대), 폭스바겐 (1만7615대), 볼보 (1만2798대), 쉐보레(1만2455대), 테슬라(1만1822대), MINI(1만1245대), 렉서스 (8911대), 지프(8753대) 등이다. 테슬라는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판매 첫해인 2017년 303대가 팔린 것에 불과하던 테슬라는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 등과 맞물려 2019년에는 2425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1822대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판매 확대에는 국산 제네시스 돌풍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제네시스 판매량은 10만8384대로, 전년 대비 90.8% 성장하며 사상 첫 10만대 고지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급성장하며 영역을 확장한 것이 기존 프리미엄 수입차들에는 오히려 이득이 됐다고 보고 있다. 제네시스의 등장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제네시스로 인해 국산 프리미엄차 가격이 상승하며 수입차가 오히려 비싸지 않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는 수입차와 국산차 간 가격 차이가 커 수입차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제네시스 G80의 등장으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기존 수입차 주력 모델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제네시스 G80의 기본 가격은 5291만원(개별소비세 3.5% 적용)이지만 풀옵션의 경우 8000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서동철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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