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미사일 사거리 800km 제한 풀려..북한 전역 넘어 베이징·도쿄 '사정권'

정충신 기자 2021. 6. 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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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가 지난 2017년 9월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동해에서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2를 발사하고 있다. 뉴시스

■ ‘미사일지침 폐지’의 의미

- 韓전력 키워 북핵대응 + 印·太전략에 도움… 韓·美‘상호 안보이익 부합’

ICBM도 가능…‘현무-3 순항미사일의 개량형 개발’ 전망 나와

드론·무인폭격기 개발 길 열려… 이동식 발사체로 위성 쏠수도

美일각에선 ‘한국내 核보유 목소리 선제적 제어’ 분석

北“미국이 한반도 긴장 고조의 배후 명백해졌다” 비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그동안 우리 군의 미사일, 무인항공기(UAV·드론), 우주발사체(군사위성 로켓) 개발을 제약해온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종료)에 합의했다. 한·미가 1979년 합의한 후 2001·2012·2017·2020년 4차례 개정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늘린 결과 북한을 사정권에 두는 데 충분한 탑재 중량의 미사일 개발 권한을 확보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42년 만에 미사일 지침 폐지에 합의함으로써 우리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군사위성 발사용 로켓 개발, 탑재 중량 무제한의 무인항공기 개발이 가능해져 군사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미사일 지침 폐지로 미사일 주권이 회복됐다”고 정치·군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1. 미사일 지침, 조약 아닌 한국의 “자율 정책 선언”

미사일 지침은 ‘한·미 양국 간 체결된 탄도미사일 개발 규제에 대한 지침’이다. 1979년 박정희 정부 당시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처음 합의됐다. 흔히 ‘한·미 미사일 지침’이라 표기하지만, 영문 표기대로 ‘미사일 지침(Missile Guideline)’이 정확한 표현이다. 미사일 지침 폐지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및 탄두중량 제한은 해제됐다. 양국 간 서명한 조약이나 합의 문서가 있는 게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지키겠다고 통보한 ‘미사일 개발 자율규제 서한’이기 때문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사일 지침은 우리의 일방적인 자율규제 선언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했다.

2. 4차례 개정으로 이미 북한 사정권

1979년 미사일 지침 수용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 미사일 기술 협력을 받아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증가할 때마다 역대 정부는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북핵 대비 국방태세를 강화해 왔다. 1979년 탄두중량 500㎏·사거리 180㎞ 제한 조건으로 미사일 개발을 개시했다. 2001년 미사일 사거리를 300㎞로 상향 조정하는 1차 개정이 이뤄졌다. 당시 탄두중량은 500㎏ 그대로 유지됐으나, 대신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조항이 적용됐다. 2012년 10월 2차 개정을 통해 최대 사거리가 800㎞로 늘었다. 2017년 11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3차 개정에 합의해 북한 전역이 사정권인 사거리 800㎞ 미사일에 1t이 넘는 탄두 탑재가 가능해졌다. 2020년 7월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4차 개정이 이뤄졌다. 우주로켓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되면서 우주산업 확대의 길이 열렸다. 이번 미사일 지침 폐지로 최대 사거리 및 탄두중량 제한 등이 완전히 해제됐다.

3. 미국, 백곰사업 NH 유도탄 기술 제공

1975년 한·미 간에 체결된 미사일 양해각서(MOU)는 “한국군이 보유한 나이키 허큘리스(NH) 유도탄의 사거리 180㎞와 탄두중량 1000파운드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해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와 계약을 체결해 연구원의 연수를 보냈다. 한국 최초의 국산 지대지 미사일 ‘백곰’은 미국 기술의 도움을 받아 미국 NH 미사일을 개량한 것이다. 나이키 미사일 수준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쪽으로 MOU를 체결하면서 기술 지원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미 육군 유도탄연구소와 화이트샌드 시험장, 콰절레인 유도탄 시험장을 우리 연구진이 직접 볼 수 있었다. 유도탄 관련 각 시험장 건물도면까지 얻어 왔다. 1978년 9월 26일 미사일 공개 시험 발사에 성공, 한국은 세계 7번째 미사일 개발국이 됐다.

4. 미군 철수에 ‘백곰’ 개발

미국은 1969년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인끼리’란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윌리엄 로저스 미 국방장관은 한국과 한마디 상의 없이 1970년 7월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2만 명 철군 계획을 통보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한국 반대를 무릅쓰고 1971년 7월 경기 동두천의 주한미군 제7사단 철수를 강행했다. 1972년부터 박정희 대통령 입에서 ‘자주국방’이란 말이 등장하고 독자 핵무기 개발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1979년 7월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은 노재현 국방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미사일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그해 9월 노 장관은 ‘(미국이 용인 가능한) 사거리 180㎞ 이내, 탄두중량 500㎏ 이내로 개발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5. 미국의 한국 독자 핵 개발 우려

박정희 대통령이 핵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은 1970년대 초였다. 1977년 5월 22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과 식사 때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핵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이 1970년대 중반 미사일개발전담기구를 만들었을 당시 미 국무부 모턴 아브라모위치 차관보가 방한해 심문택 ADD 소장을 면담하며 “미사일에 무엇을 탑재하려느냐, 다음 단계로 핵무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며 따졌다고 한다. 실제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속기록에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해 핵을 개발하라는 주장이 많이 남아 있다. 한국이 1978년 백곰 미사일 공개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 주변 강대국들은 백곰을 핵무기 운반체로 의심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옛 소련 국방부는 “남한의 핵 개발을 경고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미국도 “미사일 사거리를 서울에서 평양 타격이 가능한 180㎞로 제한하라”고 압박했다.

6. 미국의 미사일 지침 폐지 수용 배경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은 미국이 미사일 지침 폐지를 수용한 전략적 배경을 3가지로 분석했다. 미국이 새로 개발한 중거리미사일을 동북아에 배치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여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미국은 1987년 옛 소련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했다. 그런데 INF는 중국이 미국의 참여 요청을 끝내 거부하면서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 주도하에 폐지됐다.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생산해 동북아 등 전략 지역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중국의 협정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거리를 800㎞로만 제한하고 있는 미사일 지침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핵 강대국을 지향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미사일 전력 증강 소요를 들어주는 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셋째는 한국 내 핵 보유 목소리를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효과

미사일 지침 폐지는 한국이 핵 개발 등으로 동북아에서 지역 안보를 해칠 우려가 없음을 미국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이 개발·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은 탄두중량 2t에 사거리 800㎞로, 탄두중량 500㎏일 경우 사거리 2500㎞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미사일 지침 폐지로 일본 도쿄(東京)나 중국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를 위협하는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 사거리 수천 ㎞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지만 핵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ICBM을 만들 전략적 이유는 없다. 현재 미사일 사거리 제한인 800㎞를 넘어선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약 1500㎞로 알려진 현무-3 순항미사일의 개량형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군과 ADD가 미 육군이 미래 핵심 무기체계로 점찍은 LRHW(Long Range Hypersonic Weapon)와 유사한 사거리를 가진 새 탄도미사일을 만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8. 무인항공기 탑재 중량 해제

미사일 지침 폐지로 무인항공기 개발에도 큰 진전이 기대된다. 미사일 지침은 드론도 규제 대상으로 우리는 첨단 무인항공기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 개정을 통해 탑재 중량을 500㎏에서 2.5t으로 늘린 중형 무인항공기 개발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완전 폐지로 탑재 중량 2.5t 이상인 대형 무인항공기 개발의 길이 열렸다. 사거리와 탑재 중량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서 정찰기를 넘어서는 드론, 무인폭격기 개발도 가능해졌다. 특히 현재 개발 및 생산 중인 중고도무인기(MUAV)와 스텔스 정찰 무인기(KUS-X)에 더 많은 무기와 장비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장차 러시아의 차세대 무인전투 드론인 S-70 아호트니크-B(Okhotnik-B)와 같이 3t 이상 임무 장비와 무장을 장착하는 무장형 드론을 제작하면 원거리 함대 엄호 임무, 탄도탄 요격 공중 초계, 초장거리 침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 우주산업 비약적 성장 토대

국가안보실 2차장 시절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주도했던 김현종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우주산업과 4차 산업을 위한 우주 고속도로를 개척한 ‘미러클 코리아(Miracle Korea)’의 초석”이라고 했다. 민간 우주로켓 발전에도 청신호다. 이동식 발사체를 통해 위성 발사가 가능하고, 우리 기술로 해외 위성 발사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 개발에 대한 기대는 미사일 지침 폐지보다는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아르테미스 협약에 참여하게 된 것 때문”이라며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선진국과 함께 참여함으로써 우주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방부는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따른 방위역량 강화 차원에서 공중·해상 기반 우주발사체를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수단) 등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0. 중국·북한 반응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지난달 27일 “미국 매체가 ‘한국 미사일이 중국 내륙을 위협한다’며 고의적으로 선전해 한·중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다”며 “서방 관측통들이 ‘이번 미사일 지침 폐지로 한국은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까지 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해석했다”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환추스바오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의 전략적 균형을 바꿀 수 없고 중국을 위협하기도 어렵다”며 “서방 국가가 ‘한국 탄도미사일이 중국 내륙을 위협한다’는 대대적인 선전으로 도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비난함으로써 향후 첨단 미사일 및 전술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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