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계의 슈가맨 김대균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한때 토익 스타강사
나를 몰랐던 20대가
인터넷 방송 보고 팬이 돼
인터넷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유명 강사인 디바제시카(왼쪽)와 함께 방송하는 김대균씨. 김씨가 방송중인 EBS 라디오에서 제의해서 인터넷방송인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게 됐다/김대균씨 제공

"장식품이 영어로 뭘까? 데코레이션스(decorations). 데코레이션을 누가(댓글창에) 써봐. (실제 시험에) 복수형으로 나왔어요. '영도00'님이 도와주네. 고마워요." 새로운 유형 문제가 나온 지난달 29일 토익. 시험이 끝나고 한 인터넷 방송에서 토익 강의가 시작됐다. 중년 남성이 차분한 말투로 토익 강의를 한다. 직접 토익을 쳤다고 했다. 이 방송은 한 시간 반 동안 '정직하게' 토익문제만 다뤘다. 댓글도 청정지역이었다. 강의 내용에 따라 단어를 쓰거나 비법을 묻는 내용 밖에 없다. 인터넷 방송에서 흔한 욕설이나 비속어는 전혀 없었다.

전성기때 EBS 등에서 함께 활동한 주치(왼쪽), 아이작(오른쪽)씨와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세 사람은 토익 관련 간단한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다.

방송 주인공은 김대균씨. 한국 토익계에서 김대균은 전설이다. 2000년부터 토익을 가르쳤다. 2000년대 초 그가 출연한 인터넷 강의는 이틀만에 1억원 매출을 올렸다. 학원에 소속된 월급쟁이 강사였지만 연봉 10억이 넘었다. 전성기때는 세금만 1억5000만원을 냈다. 스타강사였던 그는 2014년을 전후로 갑자기 사라졌다. 그때부터 '토익=김대균'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 한때 활발히 활동하다가 사라진 사람을 요즘 '슈가맨'이라고 부른다. 토익 '슈가맨' 김대균을 만났다. 

김대균 강의를 신청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던 학생들. /본인 제공

―왜 갑자기 사라졌나?

사라진 적은 없다. 오랫동안 일했던 대형학원에서 1~2년 전 나왔다. 대신 다른 학원에 소속돼 인터넷 강의를 한다. 교육방송(EBS) 라디오에서 14년째 토익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성기에 비해 확실히 활동이 적지 않나?

일부러 일을 줄였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 가지는 학원을 키우려다가 병으로 죽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이익훈어학원을 하셨던 이익훈 원장님도 암으로 돌아가셨다. 학원 운영에 압박감을 느끼고 자살한 분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아버지다. 2011년 돌아가시면서 "너도 이제 여유를 가져라"고 하셨다.  


그가 쓴 토익책은 몇 년 전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출판됐다. 일본 내 토익책 중 베스트셀러다. 일본 토익 강사가 그를 만나러 한국에 오기도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매주 한 번씩 방송한다. 시청자수는 평균 200~300명. 명성에 비하면 미약한 숫자다.


―인터넷 방송은 왜 하는 건가?

처음에 EBS라디오 스태프들이 해보자고 했다. 20~30대 학생들을 많이 만나려고 뛰어들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가능성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정말 재밌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시청자가 20대 초반이라 대부분 "김대균이 누군지 몰랐다"고 한다. 나를 아는 소수는 "김대균 돈 떨어졌냐"는 댓글도 있었다. 다른 영어강사들은 오히려 부러워 한다.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는 것을 좋은 도전이라 보는 것이다. 방송 보고 나를 알게 됐다는 반응이 가장 기분 좋다. 고정팬도 꽤 생겼다. 여담이지만 슈가보이 백종원씨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1인 방송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별풍선 100개(1만원)를 한 번에 받은 게 가장 큰 수익이었다. 지금까지 받은 별풍선 수익은 한 70만원쯤 된다. 다 기부했다. 돈 때문에 방송을 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얼마나 벌었나? 재벌은 아니지만 그동안 번 돈으로 집과 땅도 샀다. 작년에 내 이름을 걸고 개업한 400㎡(120평)짜리 학원 사무실도 내 소유다.


―돈을 많이 벌면 탕진하기도 쉽지 않나?

갑자기 돈 번 학원 강사들이 망하는 경우가 꽤 있다. 대부분 주식, 도박, 술, 여자가 이유다. 매일 주식만 확인하느라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손실이 크면 충격을 커서 학원계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버지가 대신 투자를 해줘서 제법 돈을 모았다.


―지금은 얼마나 버나?

라디오 방송과 학원 운영, 대학 특강 등에서 수입이 나온다. 일본에 번역된 토익책 인세도 수억원이다. 금액은 말 못하지만 먹고 사는데는 지장없다. 예전처럼 몇 시간씩 학원에 매여있지 않아 마음은 더 여유롭다. 맛집도 가고, 전국 여행도 자주 다닌다.

김대균씨는 1997년부터 매달 토익을 보고 있다./본인제공

김대균은 1997년부터 매달 토익을 본다. 200번 넘게 봤다. 위기도 있었다. 2000년 초반 다른 강사가 '기출문제로 강의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토익위원회에 그를 고발했다. 2년간 응시 자격이 박탈됐다. 그 기간에는 매달 일본으로 건너가 시험을 봤다.


―토익 가르치면서 욕도 많이 먹지 않았나?

"토익은 진짜 영어실력이 아니다" "토익으로 돈 번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다 . 밥벌이니까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이해한다. 내 나름의 원칙은 있다. 학원에 오는 학생들은 토익 점수를 올리려고 온다. 나는 확실히 성적을 올려줬다. 욕 먹는 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직 토익이 좋아서 계속 가르치고 싶다.


―앞으로 꿈이 있나?

외국어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다.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한국에서 배웠어도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력 뿐 아니라 마케팅도 중요해졌다.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1인 기업에 관심이 많다. 젊은 친구들은 나를 잘 모른다. 광고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만나 나를 브랜드화하고 싶다. 또 최다 토익 응시 횟수 기록도 세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