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에 무슨 일이? 이문환 행장 돌연사임 이유는?

박수호 입력 2021. 1. 26. 22:03 수정 2021. 1.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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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새 은행장으로 서호성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사장을 선임했다. 전임 이문환 행장은 일신상 이유라며 임기를 남겨둔 채 물러났다. 이와 관련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를 두고 금융권이 시끌시끌하다.

▶이문환 전 행장 일신상 사의?

▷재임 기간 동안 실적, 평판 나쁘지 않아

이문환 전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다. 그런데 올해 1월 초 10개월 만에 사의를 밝혔다. 서둘러 케이뱅크 임원후 보추천위원회가 꾸려졌다. 결국 서호성 부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결정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전격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애초 이 전행장은 2022년 3월까지가 임기였고 취임 후 왕성한 활동을 벌어왔던 터였다.

더불어 2대 행장으로 선임될 당시 주위 기대가 컸다. KT 출신이지만 금융권 이해도가 높았던 덕분이다. 그는 KT 부사장까지 오른 뒤 2017년 금융보안데 이터센터 오픈에 참여했다 2018년 BC카드 대표로 발탁됐다. BC카드 대표 시절 온라인 플랫폼 ‘페이북’을 만들어 가입자를 800만명으로 늘리는 등 디지털 금융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 행장은 케이뱅크 대표로 와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취임 당시 “아파트담보대출을 시작으로 비대면 금융의 영역 확장을 위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다. 주주사와의 시너지를 가속화해 지난 3년 여간 이뤄온 주요 성과를 연말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 취임 후 케이뱅크는 실제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일일 70명 한정 판매 전략을 펼쳤는데 경쟁률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재무 부담 이슈도 유상증자에도 성공하면서 넘겼다. KT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난해 자회사 BC카드가 나서 케이뱅크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후 BC카드가 유상증자를 주도하면서 34% 대주주 지위로 올라섰다. 자본금이 넉넉해진 만큼 케이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늘려 대출 잔액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런 움직임이라면 흑자전환은 물론 IPO도 노려볼 만했다. 더불어 케이뱅크는 최근 디지털 자산 (암호화폐) 시장 활황 수혜주로도 각광받는다. 국내 선두권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해 6월 실명 확인 가상계좌 파트너로 케이뱅크를 선정했다.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원하는 신규

고객은 케이뱅크를 통해 원화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고공행진하면서 신규 고객이 급속하게 늘었다. 당연히 케이뱅크라는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행장 교체 진짜 이유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논리 부각

이런 상황에서 그가 돌연 사의를 밝힌 이유가 뭘까.

업계 관계자는 “새로 바뀐 KT 경영진과의 불편해질 수 있는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2020년 3월 KT는 구현모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신임 KT 대표 선임 당시 이 행장은 구 대표와 KT그룹 수장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였다. 이번 이문환 행장 사임을 두고 “자천타천 ‘새 술은 새부대에’라는 논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행장이 ‘KT와 협업하겠다’는 청 사진을 내건 것과 달리 실행력에서는 다소 아쉬웠기에 조기 교체됐다는 소문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행장이 KT와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KT 대리점을 통해 영업하겠다는 청사진 관련해서는 인터넷 은행이라면 비대면 영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서 행장은 잘 할까

▷핀테크 전문가…경영 능력 입증해야

이러저러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쨌든 수장이 교체된 케이뱅크.

이제는 새 수장이 과연 잘 자리 잡을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신임 서호성 행장은 직전 직장이 한국타이어다. 당연히 ‘금융을 잘 알까?’라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지만, 그는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 HMC투자증권(현현대차증권) 본부장, 현대라이프생명보험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친 ‘금융맨’ 이다. 오히려 신용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해야 할 인터넷 은행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케이뱅크 임추위 측도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갖췄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마케팅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 유치와 M&A(인수합병), 글로벌 감각도 있어 추가 증자, ‘퀀텀 점프’를 모색하고 있는 케이뱅크의 차기 선장으로 적임자”라고 밝혔다. 전문성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해도 케이뱅크 경영은 또 다른 문제다. 당장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너무 커져버렸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논란, 종전 주주의 추가 유상증자 불참 등 많은 내홍을 겪었다. 그

래서 출범 초기 기대에 비해 상당히 존재감이 떨어져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서 행장 취임 이후 케이뱅크는 단순은행 업무만 하는 곳이 아니라 종합 핀테크 기업으로서 은행 그 이상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 행장 취임 후 케이뱅크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일단 신용평가 모델 재조명을 들 수 있다. 종전 금융사 신용평가 모델은 높은 신용점수를 보유한 고객을 우대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서 행장은 실은 주부, 학생,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등 금융 거래 이력은 적지만 은행 이용 니즈가 높은 층에서 기회가 있다고 봤다. 이런 잠재 고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종전 금융 거래 정보에 더해 통신요금 납부 내역 등 KT통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융, 비금융을 아우르는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해 고객에게 알맞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핀테크 기업으로서 혁신적인 사고와 IT 전문성에 기반해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재해석해 금융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 확충이 최우선 과제다. 신임 행장도 “유상증자가 올해의 최대 현안”이라고 인정한다. 올해 1월 기준 케이뱅크 자본금은 9017억원 수준.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유상증자를 추진해 곳간을 넉넉히 채워야 한다는 과제가 뒤따른다.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로 주주가 안정됐고 이번에 경영진이 교체되고 경영진도 안정화됨 에 따라 이제야 비로소 장기 비전 마련 등 경쟁력 강화에 올인할 수 있게 됐다. KT 경영진과의 껄끄러움도 모두 해소된 상황에서 KT는 물론 BC카드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IPO도 노려볼 만한 KT의 자회사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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