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국영화가 아니다! 보는 순간 숨이 막힌 240억원 한국영화 근황

조회수 2021. 2. 5. 17:00 수정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후기

2092년, 지구는 병들고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구를 비롯한 주변 우주에 넘치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UTS는 우주선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임무를 일부 지구인들에게 맡긴다.

그리고 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더 고급의, 더 많은 쓰레기를 탈취하려는 쓰레기 청소부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승리호'는 이들 중 악독하기로 소문난 우주 청소선의 선원들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들의 이력과 면면이 심상치 않은데…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이들이 바로 우주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매번 사고를 치고 싸우고 단합심은 '제로'에 파산 직전까지 몰린 이들은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하게 되고, 그곳에서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는데…

<승리호>는 시작부터 숨이 턱 막히게 만든다. 분명 송중기, 김태리 등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영화인데… 영어 자막 오프닝과 의외로 긴 영어 대사 그리고…

오 내눈을 뜨게한 시각효과시여!

극장에서 봐야 했던 광활한 우주를 표현한 시각효과 때문이었다. 한국영화 중 이렇게 광활한 우주를 스펙터클 하게 표현하려 한 작품이 있었던가?

이것만 보더라도 <승리호>는 애초부터 한국영화라는 범위를 넘어서려 한 야심 가득한 작품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40억 원 제작비 그 이상을 쓴 것 같은 기술력, 다국적 배우들의 비중 있는 출연은 역대 한국영화가 보여준 차원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래서 <승리호>는 자신 있게 SF 스페이스 오페라라 불린 할리우드와 해외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이미 영화를 본 몇몇 해외언론에서는 그 유명한 <카우보이 비밥>, 미드 <파이어 플라이>,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비교하며 <승리호>의 수준 높은 우주선 추격전과 액션 장면을 호평했다. 그도 그럴 것인 몇몇 설정에서는 <스타워즈>에 대한 오마주격인 장면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걸 한국영화에서 해내다니… 라는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또 하나의 강렬한 매력을 뽑자면 <승리호>를 구성하는 주인공들이다. 캐릭터들 모두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일로 만난' 존재들이며, 단합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초반부 구성원들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이중 주인공 태호의 사연이 이 작품의 드라마적 정서와 연결되어 있어 절절한 사연을 불러온다. 그 외 로봇 업동이의 욕망(?)과 그냥 사는 것 같은 장선장, 타이거 박의 과거도 나쁘지 않게 그려져 캐릭터들의 입체적 매력을 더해준다. 특히 기대했던 유해진의 업동이의 씬스틸러적인 매력이 나름 컸다.

동시에 이 부분이 영화의 단점이기도 했다.

<승리호>의 상영시간은 2시간 20분에 가깝다. 제 아무리 볼거리 많고 서사성이 뛰어난 작품이더라도 시간이 늘어나면 스토리와 긴장감도 밋밋해지게 되어있다. 영화를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승리호>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듯한 아쉬움을 전해준다.

그것은 아마도 일부 주인공의 사연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길게 다룬 부분도 있으며, 후반부에 들어서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집단을 등장시켜 서사적으로 피로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금의 아쉬움을 더 추가하자면…

너무 늦게 개봉한 탓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 SF 영화 <엘리시움>에서 활용했던 계급 관련 문제와 이를 통한 소수가 이익을 추구하는 불합리한 문제를 부각한 설정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클리셰(진부한 표현 혹은 상투적 요소)로 보일 법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SF 영화를 본 팬들에게는 뻔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전자에서도 말했듯이 취향에 따라 다르게 올 부분들이다.

해외 매체에서는 오히려 이런 계급 풍자를 언급한 것을 신선한 방식이라 칭찬했으니…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 역시 해당 주인공의 정서에 얼마나 공감하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예상외로 <승리호>는 드라마와 정서적 요소가 커서 영화에 등장하는 따뜻한 여운이 담긴 장면들이 의외로 관객에게 큰 공감을 전해줄 것이라 본다.

특히 후반부의 카타르시스 넘치는 볼거리와 주인공들이 맹활약을 펼치는 액션 장면은 극장에서 봤으면 더 흥미롭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한국영화 그리고 SF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며 감히 생각지 못한 SF적 상상력이 동원되어서 한국영화가 정말 이 정도 수준으로 발전했나 놀랄 정도였다. 그 외에도 영화는 생각지 못한 흐름과 장면에서 몇몇 놀라운 설정과 장면을 보여준다.

<승리호>는 여러모로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톱스타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그리고 유해진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잘 활용한 센스 넘치는 극적인 장면들이 영화를 더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호빗> 시리즈의 주인공 리처드 아미티지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이 작품에서 다시 느낄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승리호>는 일반관객은 물론이며 마니아 영화팬들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승리호>는 오락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잘 담긴 '잘 만든 오락영화'라 정의하고 싶다. 100% 완벽하지 않지만 아쉬움을 덜어줄 요소들도 충분히 갖췄으며, 무엇보다 시각효과에 있어서 진일보한 기술력을 보여준 점에서 한국영화사적으로도 충분히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본다.

<승리호>는 2월 5일 오늘 넷플릭스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