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 모녀 사건' 청원 16만 돌파..경찰 "인터넷 스토킹 범죄 가능성도 염두"
[경향신문]
최근 ‘노원구 세 모녀 사건’으로 커뮤니티, SNS 등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당초 언론들은 ‘헤어진 남자친구의 범행’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보도했지만, 용의자와 피해자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지인일 가능성 등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면서입니다. 특히 여성들은 만약 해당 가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인 간이 아닌 인터넷 친분 관계에서도 스토킹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현실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피의자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명확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사건에 대한 추측성 발언은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직접 확인한 결과 경찰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원구 세 모녀 사건이 인터넷 스토킹 사건일 가능성과 관련된 의혹을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3명과 함께 발견된 20대 남성 용의자
지난 26일 서울 노원경찰서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25일 오후 9시쯤 모녀 관계인 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A씨(60)와 A씨의 딸 2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25일 오후 8시 30분쯤 큰 딸의 지인으로부터 “지난 23일부터 친구와 연락이 안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사건 용의자인 20대 남성 B씨는 25일 숨진 피해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발견됐습니다. B씨는 당시 자해를 시도해 중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곧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자신이 지난 23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후 수술 경과를 보고 영장을 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26일 피해자가 살던 아파트의 옆집 주민 C씨는 기자에게 “어젯밤 (옆집에서) 큰 소리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용의자 B씨의 말과는 다른 상황인데요.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사망한 시점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공개 촉구 바랍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폭발적으로 청원자가 늘면서 불과 하루 만인 30일 오후 5시 현재 16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 숨진 채 발견…현장서 20대 남성 체포
▶관련 기사: 노원구 아파트서 피살 세 모녀 발견…자해한 20대 남성 용의자 범행 자백
■사건 며칠 뒤...‘전남친 범행’ 아닌 ‘스토킹 범죄’ 의혹 와글와글
3명을 살해된 잔혹 범죄 사건이긴 하지만, 이 사건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사건이 최초보도된 지난 26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처럼 ‘한발 늦게’ 인터넷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건 발생 직후 대부분의 언론에선 이웃주민 등의 전언에 따라 ‘헤어진 남자친구에 의한 범죄’라는 식의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SBS와의 인터뷰에서 큰 딸의 친구는 “(이전에) 누군가가 연락을 해서 ‘연락하지 말라’고도 얘기를 했는데 계속 연락을 해서 다시 ‘너 연락하지 마’하고 난 다음에 (전화번호를) 바꾼 걸로 (알고있다)”며 예전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못박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도 용의자가 ‘전남친’이라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파트 같은 층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어떻게 같은 이웃주민들이 용의자가 딸의 ‘전남친’이라고 인지하고 이런 발언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지난 28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게시판)에는 이런 의문에 기름을 붓는 ‘초록색 포스트잇’에 관련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노원구에 거주 중이라는 글 작성자는 지난 1월 단기 아르바이트로 배달일을 하면서 노원구 자택 인근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발견한 포스트잇의 사진과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 초록색 포스트잇에는 손글씨로 “오늘만 붙일게요 제발 떼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 아래에 “내가 다 잘못했어. 마지막으로 한번만 용서해줘. 너와 나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 보게 되면 제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전화 줘. 기다릴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작성자 이름 대신 별명이 적혔습니다.
작성자는 당시 이 포스트잇을 보고 특이하다고 생각해 사진을 찍어 지인들의 단톡방에 공유하고 잊었다가 최근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소식을 듣고 포스트잇 속 닉네임을 게임사이트에서 검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유명 국내 온라인 게임의 고렙(‘고 레벨’의 준말로, 게임 상에서 높은 레벨을 달성) 아이디로 검색이 되었고, 최종 접속 기록은 지난 3월14일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사건과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해당 글은 30일 현재 5만3000여 조회수에 추천수 850건을 넘겼고, 이 글을 인용해 “(용의자가) 여자(피해자가) 어디 사는지 몰라서 sns로 노원구 중계동까지만 특정해서 4개월 동안 아파트마다 벽보 붙이고 피해자한테 연락 오는 아파트를 찾은 것이냐”는 의문을 제시한 트윗도 하루 만에 4만1000여회 리트윗됐습니다.

30일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선 해당 포스트잇을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진을 통해 보이는 엘리베이터, 배경 등을 통해 유추한 결과)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단지와는 다른 아파트 단지라는 것이 확인이 됐다”며 “같은 단지의 다른 동이 아니라, 아예 단지 자체가 다른 아파트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포스트잇을 적은 사람이) 용의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냐”는 질문엔 “본건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다만 향후 피의자 조사시 포스트잇을 붙인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범죄 사안이다보니 사실관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이날 한 게임 관련 사이트에서 자신을 피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한 유저는 “저 글(지난 28일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은 세 모녀 살인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용의자는) 피해자분 즉 첫째 딸과 게임에서 만난 사이가 아닌 초등학교 동창이며, 결정적으로 피해자분은 해당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한 직장인 박모씨(31·여)는 “사건의 심각성이나 충격에 비해 지나치게 공론화가 안되고 있는 것 같아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만약 인터넷에서 도는 의혹들(용의자와 피해자가 온라인을 통해 만난 사람일 가능성)이 사실이라면, 잘 아는 사람이 아닌 사람을 통해서도 스토킹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니 젊은 여성들이 더 크게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26일 아파트 폐쇄회로(CC)TV 등의 증거를 확보하고, 피해자들의 시신 부검도 실시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회복하는 대로 피해자들과의 관계, 범행 동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용의자의 핸드폰 포렌식을 마쳤으며 분석이 끝나는대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지원·오경민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김정은 남한 답방 ‘북한산 작전’, 삼성전자 방문 등 일정 짜놨다 발표 하루 전 무산
- [단독]김정은, 남측에 “비인간적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비핵화 의심에 “입이 닳도록
- 올겨울 가장 길고 강력한 추위 온다···체감 온도 영하 20도까지 ‘뚝’
- 이준석, ‘쌍특검’ 논의 위해 조기 귀국 결정···장동혁 동조 단식은 ‘미정’
- 인간 띠 만들고 ‘윤석열 체포 방해’ 가담했지만…국민의힘 “입장 없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로브스터 산 채로 굽고 찌기’···호주·영국에선 불법?
- [단독]“40㎞ 이상 비행 정찰용 제작에 200만원 안 들어”…무인기 의혹 업체 관계자 등 경찰 조사
- 이혜훈 청문회, 국민의힘 보이콧에 ‘19일 정상 진행’ 불투명
- 81세에도 “죽지 않는 한 이대로 간다” 40년째 집권한 우간다 대통령 7연임 확정
- “국회의원 하나 때문에 구의회가 완전히 개판 됐다”…‘동작 스캔들’ 그는 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