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이 봄을 위한 방탄소년단의 응원가

조회수 2021. 5. 27. 1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봄이다. 지구가 생명체들에게 응원가를 불러주는 달.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인 겨~~~~울, 봄, 여름, 매우 더운 여름 중에 우리를 가장 설레게 하는 계절. 동네 부동산 중개소 앞에 내놓은 3년 전 개업 축하 화분에서 새싹이 돋고, 괜스레 김밥을 싸고 싶어지는 계절. 

아미의 5월의 드라이브(출처 트위터 @km581304forever.jpg)

이런 때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봄에는 날씨가 좋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데, 방탄소년단 역시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니까. 억지 같지만 아무튼 맞다. 이달에 입덕 5주년을 맞은 아미가(=제가) 이 봄에 들으면 더 좋은 방탄소년단 노래 다섯 곡을 추천한다. 세상이 우리를 향해 응원가를 불러주는 봄, 햇볕을 쬐고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내봅시다!

'You never walk alone' 앨범 커버 사진.

맥주의 계절은 지금, ‘Dionysus’

‘한 잔 (one shot) 두 잔 (two shots) 꽹과리 치며 불러 옹헤야’.

사실 이 노래의 장르는 맥주가 아니다. 디오니소스는 와인의 신이고, ‘Dionysus’의 빠른 리듬과 절도 있는 랩 구성은 10초마다 건배를 부추기는 부장님의 술, 소맥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Dionysus’는 확신의 맥주 픽이다. 퇴근 후 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봄의 냄새를 맡으며 ‘혼맥’(혼자 맥주 마시기) 할 때 들으면 금상첨화다. 

세상을 천천히 느려지게 하는 낮은 알코올 도수, 내면의 공허까지 채우는 부드러운 맥주 거품이 주는 만족감에 취해 ‘Dionysus’를 들으면 인생의 챔피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4분 9초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의 훅(hook) 같은 목소리가 당신을 링 위로 데려갈 것이다. ‘Dionysus’를 들으며 힘들었던 오늘을 향해 주먹을 날리자. 승리는 분명 당신의 것이다.

'디오니소스'_map of the soul 앨범 표지_

귀로 듣는 ‘Dionysus’가 챔피언 송이라면, 눈으로 보는 ‘Dionysus’는 올림픽 폐막 공연에 비유할 수 있다. 압도적이고 웅장하다. 이 노래의 톱라이너(topliner)인 멤버 J-HOPE은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 디렉터 역할도 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Dionysus’는 작곡부터 무대 연출까지 ‘방탄소년단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고민과 도전 속에 완성됐다. 

서울숲 방탄소년단 지민 벤치(출처 트위터 @km581304forever.jpg)

‘Dionysus’ 무대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는, 숨 가쁘게 변주되는 퍼포먼스 대형과 이동하는 무대장치 속에서도 질서와 중심을 잡는 실력과 기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려 술과 광기와 황홀경의 신이라는 ‘Dionysus’라는 제목의 노래를 무대에서 구현해내는 자본력과 예술적 집념도 보여준다. 그리스 신전을 무대로 옮긴 것 같은 2019 멜론뮤직어워드(MMA) 공연을 꼭 보시길 바란다. 거기에 방탄소년단의 집대성과 K-POP의 지평이 있다. 아무튼 맥주를 마시자. ‘Dionysus’를 들으면서.

KTX 탈 때 들으면 좋은 곡 ‘Ma City’

‘자 부산의 바다여 Say la la la la la 푸른 하늘 아래 this sky line Say la la la la la 아재들은 손을 들어 아지매도 손 흔들어’.

‘Ma City’는 MZ세대 버전 ‘화개장터’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고향에 대한 노래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가는 기차와 버스 안에서, 혹은 마음으로라도 전국 팔도를 여행하고 싶을 때 이 노래를 추천한다. ‘수능 금지곡’ 명예의 전당에 올라 마땅한 마약 같은 중독성 덕분에 한 시간이 3분처럼 느껴지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다. ‘Ma City’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Ma City' 2015년 화양연화 콘서트 공연 장면

한국 힙합의 4대 갈래인 사랑과 배신, 어머니, 아버지, 돈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장르의 규칙과 선례를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 미국의 음악 잡지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유로 “스스로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만 할 수 있는 음악, 특유의 살아 숨 쉬는 가사가 어떤 어제를 거쳐 완성됐는지 궁금하다면, ‘Ma City’를 꼭 듣길 바란다. KTX 안에서든 어디에서든.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You Never Walk Alone’

‘이 길이 또 멀고 험할지라도 함께해주겠니? 넘어지고 때론 다칠지라도 함께해주겠니?’.

방탄소년단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혐오 근절을 위해 기부와 캠페인 등으로 지속적으로 연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그 ‘말하기’의 정수는 음악에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나와 당신’은 서로의 상처와 좌절을 보듬고 지지와 연대로 나아가는 관계를 맺곤 한다. ‘You Never Walk Alone’은 그 특유의 관계성이 아름답게 형상화된 곡이다. 더 많은 사랑과 용기가 필요한 5월 17일. 이 노래를 꼭 추천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5월은 어린이와 청소년단의 달 ‘Anpanman’

‘그래도 난 영웅이고파 줄 수 있는 건 단팥빵과 수고했단 말뿐이다만’.

‘Anpanman’(앙팡맨)은 일본 애니메이션 <호빵맨>의 원제다. 배고픈 사람에게 자기 머리를 떼어 주는 그 영웅 말이다. 방탄소년단은 ‘아이언맨’만큼 인기가 많지만, 가진 게 단팥빵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에 자기를 투사한다. 멤버 지민은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앙팡맨처럼) 방탄소년단이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음악과 무대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라고 곡의 취지를 설명했다.

'앙팡맨' 앨범 표지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어벤져스’가 되라고 다그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훌륭한 사람 돼라’며 본인도 이루지 못한 꿈을 주입한다. 그렇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하고 싶다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심으면 될 것 같지만. 아무튼, 그러나 성공과 훌륭함의 아이콘 방탄소년단은 세상을 구하는 것은 특별한 힘을 가진 소수가 아니라, 따뜻하고 달콤한 빵과 수고했다는 말을 건넬 줄 아는 진심을 가진 모두라고 노래한다. ‘Anpanman’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자’는 방탄소년단 음악의 메시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구현한 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서로에게 자주 건네는 격려의 말인 “괜찮아, 그럴 수 있어.”를 열 번 정도 외다 보면,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지는 기분이 든다.

'앙팡맨' 방탄소년단 공연 캡쳐(출처 엠넷)

조깅하고 싶은 날 들어야 하는 노래 ‘피 땀 눈물’

‘내 피 땀 눈물도 내 몸 마음 영혼도 너의 것인 걸 잘 알고 있어 이건 나를 벌 받게 할 주문’.

5월에는 갑자기 밖에 나가서 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이 있다. 다만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거리가 사람들의 설렘으로 반짝이고, 햇볕과 물을 머금고 매일 한 뼘씩 자라나는 바질 화분과 생명체 대 생명체로 경쟁하고 싶어진다. 이런 날엔 ‘피 땀 눈물’을 들어야 한다.

'피 땀 눈물' 콘셉트 포토(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한국인의 얼을 깨우는 라틴과 레게 리듬이 빚어내는 어떤 ‘뽕끼’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든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피 땀 눈물’의 장르가 ‘치명치명’이라는 것. 이 노래가 수록된 <Wings> 앨범의 테마는 무려 ‘악마의 유혹을 만난 소년들’이다. 귀족적인 옷을 입은 채 금단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피 땀 눈물’ 속 방탄소년단에 빙의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치명적이고 싶은 날도 있는 법. 이럴 때는 ‘피 땀 눈물’을 들으며 조깅이 아니라 방 청소를 하자. 민망함은 내 몫이면 족하니까.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5월을 위한 방탄소년단의 응원가’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면 칼럼의 추천곡과 연관 추천곡을 들을 수 있다.

글, 사진제공/ 최이삭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