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분량 3000자 이내로 대폭 축소
인성·적성 검사 첫 분리
돌발 질문 충분히 대비해야 승산
서울대를 졸업한 김신정(26·가명) 씨는 작년에 신한은행 입사 지원을 했다가 서류 통과조차 실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좋은 학력으로 서류 통과 쯤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오판이었다.
원인은 진정성 없는 자기소개서(자소서)에 있었다. 김 씨는 자소서를 요식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자소서를 대충 써도 학벌이 좋은 사람은 무조건 서류 전형에 붙여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각종 기업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 미리 만들어둔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다.
살아온 인생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 김씨의 자소서에선 은행원이 되고 싶다는 열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결국 이런 내용이 문제가 돼 서류 통과에 실패하고 말았다.
입사 15년이면 연봉 1억원, 상반기 250명 선발
신한은행은 자타공인 국내 1등 은행으로 금융계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통한다. 남자를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으로, 대졸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15년차를 전후해 세전연봉 1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상반기와 하반기로 신입직원을 선발하고 있다. 하반기엔 일반직 및 경력직 200여명, RS직 40여명을 선발하며, 9월 26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크게 4단계 채용 절차
신한은행의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실무자 면접→인적성검사→최종 면접의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서류 20%, 실무면접 30% 등 전형별 배점 방식이 아니라, 각 단계를 통과하는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심사한다. 허들을 하나 하나 넘는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선호 스펙 : 학력 별로 안봐, 작년 입사자 중 sky 출신 10%
신한은행에 지원하면서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2014년 신한은행 입사자의 대학 분포를 보면 이른바 스카이(서울대·연대·고대) 출신이 10%, 기타 수도권대 60%, 지방대 30%다. 외국 대학 출신은 채용 때마다 2~4명 수준으로 비중이 미미하다.
전공도 상경·법정 일색이 아니다. 입사자의 평균 전공 분포는 상경·법정 30~40%, 기타 인문계열 40~55%, 이공계열 15~20%이다. 신한은행 인사부 한세일 차장은 “스펙은 참고일 뿐 입사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류 심사 : 콤팩트하면서 스토리 있는 자소서 필요
첫번째 단계인 서류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100:1에 이른다. 100명을 뽑으면 1만명이 지원한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자소서)’다. 접수 서류에 자격증, 어학성적 등의 스펙을 적는 난이 아예 없을 만큼 자소서 위주로 평가한다. 다만 출신 학교, 학점, 공모전 수상 경력 등은 기입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이번 채용부터 희망직무 항목을 신설했다. 본인이 입사 후 일하고 싶은 분야를 서류에 표기하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무 위주 채용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자소서를 쓸 때도 희망 직무에 연결시켜 써주는 게 좋다.
자소서는 4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①본인의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단, 힘들었던 상황이나 극복과정, 인생 중 최고의 순간 등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나 인물 등을 포함하여 작성해 주세요.
②신한은행을 지원한 이유와 입행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기술해 주세요.
③ 지원한 희망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 2가지를 기술하고, 해당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어떤 준비와 경험을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해주세요. (공학계열 또는 IT지원자의 경우 전공과 관련된 수학내용을 기재하시오)
④ 남들과 다른 특이한 경력, 경험, 재능, 지식 등을 소개해 주세요. (없을 경우 기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가운데 4번째는 필수 작성 문항이 아니라, 반드시 작성할 필요는 없다.
신한은행 인사팀은 에피소드 위주 자소서를 추천했다. 한세일 차장은 “자수를 채우기 위해 ‘화목한 가정’ 같은 상투적인 말을 늘어 놓거나 같은 말을 중언부언 반복하면 감점 대상이 된다”고 했다.
신한은행이 요구하는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간결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신의 어떤 역량이 이 기업에 필요한지, 내가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중점적으로 알려야 한다.
추가로 반드시 자신만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준비된 은행원임을 알릴 수 있는 사소하지만 가치 있는 경험을 적어주면 좋다. 한세일 차장은 “각 문항의 답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의 흐름을 갖는 게 최고의 자소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한은행 합격자들의 자소서는 대부분 컴팩트한 내용과 글자수로 이뤄져 있고, 분량을 절반만 채우고도 합격한 사례가 있다.
신한은행은 서류 심사를 외주 주지 않고 인사부 직원들이 모두 일일이 읽어 본다. 수년 간 수천장 씩 자소서를 읽어 본 베테랑들이라 베낀 자소서는 금방 걸러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면접 : 자신감, 미소, 예의, 회사 이해도 중요
자소서를 통해 지원자의 95%가 탈락하고 최종 선발 인원의 5배수가 면접의 기회를 갖는다.
신한은행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신감, 미소, 예의, 회사에 대한 이해다. 신한의 경영이념을 반드시 숙지한 상태에서 면접에 임해야 하며 자신의 강점 및 경험을 자신감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선호하는 지원자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화하는’ 사람이다. 애써 큰 소리 지를 필요 없고, 항상 웃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작년 면접 때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외국 명문대학 출신이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 늘어 놓다가 탈락한 사례가 있다. 면접관의 말을 경청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내놔야 하는데, “미국에선 이렇게 봅니다”같은 말을 남발하면서 면접관을 가르치려 들다가 점수를 잃은 것이다.
이 지원자는 선진 금융에 대한 자신의 깊은 이해를 어필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면접관 입장에서 사회 경험이 없는 지원자의 장광설은 어설픈 과시욕에 불과하다. 특히 해당 지원자는 금융 지식을 늘어놓으면서 정작 신한의 경영 이념에 대해서는 모르고 면접에 임했다가 보기 좋게 탈락했다.
실무 면접 : 토론, 창의성, 인터뷰로 진행
1차 면접인 실무면접은 토론 면접, 창의성 면접, 1인 인터뷰로 진행된다. 3명의 면접관과 10여명 팀을 이뤄 하루 종일 생활하다시피 하는 만큼 시종일관 긴장해야 한다. 식사 태도, 휴식 시간의 몸가짐 등 모든 생활을 살펴 본다. 다른 면접을 잘 봤지만 면접장에서 식당으로 이동 과정에서 몸가짐이 지나치게 흐트러져 탈락한 사례가 있다.
토론 면접은 ‘1대 다수 토론’으로 진행된다. 제시되는 주제가 특이하다. ‘영화관에서 편한 좌석은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중 한 명만 환생시킬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배트맨과 슈퍼맨 중 누가 더 강력한가?’ 등 주제가 제기됐다. 편안한 주제를 통해 지원자의 논리력과 아이디어의 참신성을 보겠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 지원자는 “평소 면접에서 접하지 못했던 가벼운 주제라 즐겁게 토론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주제가 편안해서 오히려 토론이 더 활발히 진행되고 논리적인 의견 대립이 심화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공격하거나, 자기 생각 없이 다른 지원자의 말을 받아서 자기 말처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올 경우 “ㅇㅇ씨 말도 충분히 일리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식으로 풀어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의 창의력과 문제 분석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정형화된 답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좀 더 창의적이고 스마트하면서 지적인 강인함을 가진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한 전형"이라고 소개했다.
'1인 인터뷰 전형’은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원자 1인 마다 실무 면접관 2인이 배정돼 신한은행 핵심가치에 대한 이해도, 인성과 조직 적응력, 창의성, 팀웍 등을 세밀하게 평가한다. 서류 상 전공, 학점, 학력, 출신지역 등 신상정보를 배제하고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하며 자소서를 기반으로 심도있는 질문을 한다. 면접 태도는 허리를 바로 세우고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는 자세가 좋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답변을 할 때는 과하지는 않도록 손 제스처를 섞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한다.
상반기 실무자 면접에서 신한은행은 면접 당일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마지막 시간에 방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나와 동료들의 하루 동안 모습을 보면서 가슴 뭉클해 하는 지원자가 많았다”며 “취업과 면접에 큰 무게감을 느끼고 있는 지원자들을 조금이나마 격려하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인적성 검사 : 큰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어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인적성 검사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험을 치르는 것은 성적이 좋은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 자격이 안되는 사람을 걸러내는 과정에 가깝다"며 "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적성검사는 아이큐 테스트와 문제 유형이 비슷하며, 인성 검사도 다른 기업과 문제 유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성과 적성 모두 자체 출제하지 않고,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문제를 제공받는다"며 "신한은행 문제 유형을 찾는 별도의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임원 면접 : 잘난 척은 무조건 피해야
실무자 면접에서 절반 가량이 걸러진 뒤 선발 인원의 2~2.5배수 가량이 최종 임원면접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때는 실무 역량보다는 태도, 인성, 가치관, 입사 의지 등을 살펴 보므로 최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신한은행 임원 면접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게 ‘잘난척’이다. 신한은행 한 임원은 “신한은 완성형 인재가 아닌 성장형 인재를 원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비범한 조직’을 지향한다”며 “무척 잘난 사람보다는 조직과 잘 융화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찾는 인재는 스티브 잡스 같은 비범하지만 성격이 이상한 천재가 아니라, 바보 온달 같은 대기만성형 인재다.
jobsN 박유연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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