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투수'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이용균 기자 2021. 5. 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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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광현은 지난 6일 뉴욕 메츠전에서 4이닝 2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괴상한 일’들이 겹치면서 4회초가 조금 길어졌고, 4회말 공격 때 대타 맷 카펜터로 교체됐다. 팀이 2-1로 앞서던 중이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광현은 묘한 웃음을 짓더니 “(기자회견) 분위기가 조금 안 좋은데, 우리 팀이 이겼고, 사실 기분 완전 좋은 상태”라며 웃었다. 김광현은 “다음 경기에는 더 적은 투구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4회말 교체가 아쉬운 이유는 투수의 ‘승리’ 기록 때문이다. 야구는 단체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특정 포지션의 선수에게 ‘승리(W)’라는 기록을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종목이다. 축구에서 결승골을 넣었다고 해서 그 선수에게 ‘승리’를 주지는 않는다. 농구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넣은 승리팀 선수에게 ‘승리’가 주어졌다면 조던과 코비, 커리의 대표 기록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야구규칙 9조17항 (a)에는 ‘선발투수는 최소한 5회를 완투한 후에 물러나야 하며 교체 당시 팀이 리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리드가 경기종료까지 유지되었을 경우 선발투수를 승리 투수로 기록한다’고 돼 있다. (b)에는 선발투수가 최소한 5회의 투구가 필요하다는 규정은 6회 이상의 경기에는 전부 해당한다고 돼 있다.

선발 투수가 기본 6이닝 이상 던지던 시절에는 문제가 없었다. 야구가 바뀌었고, KBO리그에서도 오프너와 불펜 데이가 흔해졌다.

9일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LG, 한화, 키움, SSG가 모두 불펜 데이 스타일의 마운드 운영을 했다. LG 선발 배재준은 1회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승리 투수’라는 말이 갖는 힘이 상당하다. 팀이 이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상징성을 지녔다. 아무리 짜릿한 역전 만루홈런을 쳐도 타자는 ‘승’이라는 훈장을 갖지 못한다. 상징적 가치에 비해 ‘승’이 정말 투수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ESPN 야구 프로그램 진행자인 브라이언 케니는 자신의 책 <어헤드 오브 더 커브>에서 2012~2014시즌 투수들의 성적을 비교했다.

7이닝 2실점한 선발투수가 승리 투수가 될 확률은 43.3%밖에 되지 않았다. 8이닝 2실점을 했어도 승리 투수 확률이 52.3%였다. 케니는 이 챕터의 제목을 ‘Kill the Win’이라고 적었다. 투수의 ‘승’은 투수의 노력으로 따낼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수비는 물론, 타자의 득점 지원이 필수다. 그러니까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은 평균자책 0.51로도 2승2패를 기록하고 있고 LG의 케이시 켈리는 2.91에 2승1패, 한화 라이언 카펜터는 1.27에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디애슬레틱의 키스 로는 <스마트 베이스볼>에서 “100년 전의 기록법으로는 지금의 야구를 더 이상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적었다.

지금, 다시 물어야 할 때다. 과연 승리 투수란 무엇인가. 언제까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경기를 보면서 ‘승리 투수 요건’과 ‘승리 도우미’에 집착해야 할 것인가. 4이닝 1실점 호투하고도 ‘승리를 못 따’서 ‘아쉬워해야’ 할 것인가. 같은 날 양현종은 3.1이닝 8삼진의 호투에도 ‘존 킹이 승리를 가로챘다’고 해야 할 것인가. 두산 유희관은 왜 무실점 호투 속에서 5회 2사만루 때 투수코치의 방문에 긴장해야 하는 것인가. 4.2이닝에 1실점 한 선발 정수민을 강판시킨 SSG 김원형 감독은 잘못한 것인가. 승리 투수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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