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저하 오가피·간수치 개선 흑삼..땅 위의 '명약' 찾는다

정혁수 기자 2021. 6. 1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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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농업생명자원을 소재로 한 기능성 식품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이대영 박사가 지난 7일 인삼특작이용팀 동료 후배 연구원들과 성분분석연구실에서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고혈압은 대표적인 성인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상태로, 이를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질환(뇌졸중·심장마비·신부전·부정맥·심근경색·혈관성 치매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만성질환 중 고혈압 유병률이 가장 높으며 환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률은 약 31.1%(2019년 남자 기준)로, 이는 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약 1.5~4배 높은 수치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혈압 유병률은 심각한 보건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상당수의 고혈압 치료제가 수입원료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아찔한 일도 벌어졌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발사르탄'(Valsartan)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불순물이 발견됐다며 이 원료를 사용한 모든 고혈압 치료제에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제조·수입도 금지했다. 하마터면 적지않은 고혈압 환자들이 암환자가 될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럴 때 흔히 떠오르는 말이 '신토불이'(身土不二) '약식 동원'(藥食同源)이다. 전자(前者)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고, 후자(後者)는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말이다. 결국 자신이 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기에 이왕이면 향토적인 먹거리나 토종의 동·식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토종 건강기능성 소재연구가 활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인삼·약초·버섯에 대한 농업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는 최근 국민들의 웰빙(well-being)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들 품목을 기반으로 한 건강·기능성 식품의 고부가 기능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수년간 진행된 흑삼과 오가피열매의 신소개 개발 연구는 질환예방과 신규시장 개척에 큰 성과를 가져왔다.

인삼특작부 /사진=정혁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이대영 박사가 성분분석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다 후배 연구원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정혁수

인삼특작부는 '오가피 열매의 대사체 프로파일링 및 원료 표준화 연구'와 '도라지 등 복합물 원료의 표준화 및 전임상 연구'를 통해 오가피열매 추출물이 혈압을 강하시키는 효과가 있고, 이를 주기적으로 복용하면 혈압이 정상적인 범위내에서 관리되도록 한다는 사실을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오가피열매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약용작물 최초로 '혈압조절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가를 받았다. 고혈압 환자 수가 653만명(유병률은 2019년 남자 31.3%, 여자 22.8%)을 웃도는 상황에서 국산 약용작물을 원료로 한 건기식 원료로 사용이 가능해져 효과적인 대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오가피 열매는 전통적으로 풍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되었으며, 본초강목에서 풍을 쫓는 사자(秋風辭, 추풍사)로 언급된 바 있다. 혈관 확장작용 및 혈압 강하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새로운 기능성 소재로서의 개발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대영 박사(40·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이용팀 농업연구사)는 "오가피가 식품공전에 등재된 식용 가능한 소재임을 고려할 때 여러 부작용이 보고된 기존 고혈압 치료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며 "특히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의 개발이 가능한 소재로 활용가치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흑삼 제조공정을 개발해 간 손상 가능성도 크게 줄였다. 기존 흑삼 등에서 발견되는 벤조피렌(Benzopyrene)은 체내 잔류기간이 길고 독성이 강해 장기간 노출시 암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또 임산부의 태아가 기형아가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삼특작부가 규명한 '기능성 흑삼의 제조 및 간 손상 억제효과' 연구결과를 보면, 3~5회 증숙법을 사용한 흑삼(0.06 ug/kg)은 구증구포(12개 업체 평균 1.03 ug/kg)보다 벤조피렌이 현저히 낮았고, 활성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k1 및 Rg5가 홍삼보다 3배이상 많았다.

또 동물을 대상으로 한 흑삼 추출물의 간독성 억제 및 SOD(초과산화물 불균등화효소) 활성 실험에서도 흑삼투여 후 간세포 등이 손상됐을 때 증가하는 수치가 약 80% 감소했다. 대조군으로 사용한 헛개추출물(100 mg/kg)보다 좋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이대영 박사가 지난 7일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이전해 개발한 제품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인삼특작부 /사진=정혁수

건강기능성식품 소재로서의 부가가치 및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계속 커지고 있다. 오가피열매는 원물 kg당 2500원 가량으로 제조과정을 거쳐 추출물을 뽑아낸 뒤 이를 기능성원료로 제품화 할 때에는 kg당 5만원 가량의 가치를 갖게 돼 약 20배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흑삼도 수삼으로만 보면 한 채(750g)당 3~4만원에 머물지만 흑삼가공(kg당 약 10만원) 과정을 거쳐 추출물을 제조하고 기능성원료로 사용되면 kg당 약 90만원 가량의 고부가가치를 갖게 됐다.

이들 토종 약용·특용 작물의 고부가 기능성 연구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인삼특작부는 이를 위해 건강기능성 식품 수요가 늘고, 제2의 홍삼 소재 발굴 등 사회변화와 국민요구에 맞춘 국가 주도형 인삼특작 분야 신규사업을 잇따라 준비하고 있다. '동의보감 재해석 프로젝트'(2024~2033년), '수출국 맞춤형 신기능성 흑삼 소재 개발'(2023~2027년) 등 다부처 사업과 중소형 과제들을 마련중에 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기능성 연구 등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업생명자원을 소재로 한 기능성 식품개발 등 현장 실용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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