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그때 그 경기] 코끼리와 랜덤 트런들, 그리고 다이브의 나진 소드

김종민 2021. 5. 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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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김종민 기자] "리 신이 안 골라져" 

LoL(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대 사건 사고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랜덤 트런들' 사건. 

2012-201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윈터 결승전 3세트, 아주부 프로스트는 나진 소드를 만나 3대0으로 패하게 된다. 마지막 세트 회심의 카드 리 신을 준비했던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였지만, 띄어쓰기를 인식하지 못했던 당시 시스템으로 인해 챔피언 픽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그대로 게임을 나진 소드에 내주게 된다.

해프닝이 있었지만, 3연속 신 짜오로 초식 정글러 클라우드 템플러를 꼬이게 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나진 소드. '다이브'로 대표되는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기복이 큰 경기력은 많은 팬들의 화제가 됐다.

2012년으로 돌아가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진출과 LCK 우승을 달성했던 '다이브 명가' 나진 소드를 만나보자.

사진=온게임넷 유튜브 캡처

■ 다이브, 다이브, 다이브를 위한 팀

나진 소드는 LoL 초창기의 유명 클랜이었던 EDG(Extreme Dive Games)에서 탄생했으며, 그 중심에는 '막눈' 윤하운이 있었다. 초창기 LoL 판에서 가장 주목받던 선수 중 하나였다.

막눈은 원조 '탑신봉자'였다. 탑에 상주하며 1대1 라인전에서 상대를 찍어 누르고, 다이브 킬을 따내며 '캐리'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슈퍼 플레이와 '던지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인 만큼, 기복도 큰 선수였다. 망하거나, 흥하거나였다. 그가 2012년 LCK 스프링 시즌에 낮은 주사위가 나와서였던지, 나진 소드는 8강에서 좌절하게 된다. 그리고 팀은 리빌딩을 거친다.

막눈, 사진=OGN 영상 캡처

"막눈이 한 명이면 '트롤'이지만, 다섯 명이면 검이다"라고 언급했던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말처럼, 새롭게 영입된 팀원들은 모두 막눈과 같이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지녔다. 최초의 주사위형 미드 라이너로 불리는 '쏭' 김상수를 비롯해 '프레이' 김종인, '카인' 장누리, '와치' 조재걸이 팀의 일원이었다.

서머 시즌에는 4강에서 CLG.EU에 패배했지만, 나진 소드는 3-4위 결정전에서 아주부 블레이즈를 제압한다. 막눈은 그 과정에서 당시 '한체탑'이라고 불렸던 '레퍼드' 복한규의 이렐리아를 탑 니달리로 솔로 킬까지 내며 압도했다. 롤드컵 진출전 플레이오프에서는 제닉스 스톰을 상대로 AP 말파이트를 골라 상대 원거리 딜러를 암살하기도 했다.

탑을 밀고 있는 막눈의 니달리, 사진=OGN 영상 캡처

바텀 라인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나진 측에서 삼고초려로 영입했다는 프레이가 돋보였다. 프레이의 대표 챔피언은 이즈리얼이었다. 한타에서의 어그로 관리와 포지셔닝, 딜링이 명품이었고 결국 프레이는 팀을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구원했다.

롤드컵 진출 최종전에서 아주부 블레이즈를 상대로 2대1로 밀리고 있던 상황, 프레이가 4세트 코르키로 쿼드라 킬을 올려 결국 경기는 5세트까지 가게 된다. 매 세트 밴됐던 이즈리얼, 밴 카드가 없는 5경기는 프레이 이즈리얼의 쇼타임이었다. 라인전에서 킬을 따내고 정조준 일격 '블루 스틸'까지 해내면서, 게임은 일방적인 나진 소드의 승리로 끝났다.

시즌2 롤드컵에 진출한 나진 소드는 조별 리그에서 막눈의 파괴적인 라인전으로 탑 중심의 스노우 볼을 굴리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8강도 수월해 보였다. 상대를 추첨할 때 막눈이 타이페이 어쌔신즈(TPA)를 고르며 웃음을 지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약체로 평가받던 TPA는 무서운 경기력으로 나진 소드, 아주부 프로스트를 제압하며 그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세계 무대에서 좌절했던 나진 소드는 곧바로 윈터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 코끼리, 트런들 그리고 3연 신 짜오

곧이어 펼쳐진 LCK 2012-2013 윈터 시즌에서 나진 소드는 기세를 이어나갔다. 조별 리그에서 막눈은 특유의 렝가 플레이로 블라디미르를 밀어붙였고, 1차 타워가 건재한 8분 50초경에 상대 억제기에서 미니언을 사냥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8강에서는 '임프' 구승빈이 있던 MVP 화이트(삼성 화이트의 전신)를 상대해 3대0으로 제압했다. 막눈은 경기에서 직접 '다이브'(잠수)를 상징하는 물안경을 쓰는 퍼포먼스와 함께 '우물 다이브'를 실현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물안경 퍼포먼스, 사진=OGN 영상 캡처

4강에서는 KT 롤스터 B(불릿츠) 팀을 상대했는데, 당시 최고의 KDA를 자랑하던 생존왕 원거리 딜러 '스코어' 고동빈과의 대결이었다. 프레이는 공격적인 라인전으로, 스코어는 수비적인 태세로 일관했다. 막눈의 카직스가 활약하며 경기는 나진 소드의 승리로 끝났고, 프레이는 결승 상대인 아주부 프로스트의 '웅(건웅)' 장건웅과 스코어를 겨냥해 "원딜은 탱템 따위 가지 않는다"라고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드러내며 도발을 던졌다.

프레이, 사진=OGN 영상 캡처

마침내 아주부 프로스트와 결승에서 만나게 된 나진 소드. 이 당시 사전 인터뷰의 내용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나진의 와치는 "클템은 초식 동물, 나는 육식 동물"이라며 잡아먹겠다는 의도를 암시했으나, 클라우드 템플러는 역으로 "자신은 초식 동물 중 최강자인 코끼리이고, 당신은 하이에나라서 급이 다르다"라며 받아 친다. 이때 막눈이 "하이에나는 변을 조금만 배출하지만, 코끼리는 어마어마하게 배출한다"라며 클라우드 템플러로 인해 팀 게임이 꼬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결국 결승은 이 비유대로 흘러가고 말았다.

결승전, 사진=OGN 영상 캡처

첫 세트 이블린-신 짜오-트위치-레넥톤을 뽑은 나진 소드는 클라우드 템플러의 아무무를 말리는 데 성공한다. 아무무는 1레벨 Q 스킬 붕대 던지기를 찍어 트위치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정글 캠프 사냥 속도가 밀린 아무무는 신 짜오에게 존재감을 내주며 10분만에 3데스로 그대로 게임이 기운다. 

2세트도 신 짜오였다. '샤이' 박상면의 이렐리아를 막눈의 럼블이 밀어 붙이는 상황에서 신 짜오가 난입해 탑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프로스트의 반격은 쏭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존야의 모래시계'로 흘렸다. '한타의 프로스트'도 저력을 보여줬지만, 끝내 마지막에 오더가 갈리면서 넥서스가 역으로 밀린다.

라이즈의 이니시에이팅을 받아치는 쏭의 존야의 모래시계, 사진=OGN 영상 캡처

3세트는 '그 사건'이다. 챔피언 선택 과정에서 '리 신'을 '리신'으로 띄어쓰기 없이 입력하다가 무작위로 트런들이 나오게 되면서, 아주부 프로스트 팀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차가워진다. 나진 소드는 그 와중에도 트런들이 준비된 챔피언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결국 나진 소드는 자신의 팀 색깔처럼 '우물 다이브'로 경기를 장식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그렇지만 그들의 정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진=OGN 영상 캡처

■ 2013년, 롤드컵은 진출했지만...

2012-2013 LCK 윈터 시즌 직후, 스프링 시즌에서는 귀신처럼 막눈의 폼이 저하되며 팀은 8강에서 탈락하게 된다. 서머 시즌 나진 소드는 탑에 '엑스페션' 구본택을 영입해 팀에 안정감을 추가했지만 팀은 16강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다.

나진 소드는 윈터 시즌 LCK 우승자 자격과 NLB 우승을 통해 얻은 써킷 포인트로 롤드컵 진출에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4강에서 SKT T1에 역전패를 당해 탈락하고, 이후 2014 시즌의 부진으로 팀은 전면 리빌딩 절차를 밟게 된다. 프레이는 당시를 회상하며 "롤드컵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라고 평했다.

2012년 LCK 우승 멤버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와치는 2015년 이후 단일팀 나진 e엠파이어로, 프레이는 후야(쿠) 타이거즈로 소속을 옮긴다. 다른 선수들은 2015년을 전후로 은퇴했다. 현재 막눈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쏭과 카인은 지도자 커리어를 밟아 각각 DRX의 코치, 아프리카 프릭스의 감독을 맡고 있다.

사진=아프리카 프릭스 SNS 캡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초창기, 형제팀 프로스트-블레이즈, 스타테일, MVP 화이트 등과 자웅을 겨뤘던 나진 소드. 단일 시즌 최강자로 화끈한 경기력과 다이브를 보여줬던 나진 소드는 그렇게 떠나갔다.

화려했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3, 4인 다이브와 공격적인 플레이가 나오는 경기를 볼 때면, 올드팬들은 나진 소드의 이름을 희미하게 떠올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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