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전원주택】 데드 스페이스 없애 공간을 넓게 꾸민 주택
전남 화순군 화순읍 신기리의 공동주택단지와 녹지 사이에 있는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선 모던하고 심플한 복층 경량 목조주택이다. 도로가 있는 서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모두 주택이 들어선 대지에 접하는데, 그중 남향인 전면에는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화순 주택은 이러한 대지의 불리한 조건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자연광과 마당, 프라이버시 등을 확보했을까.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강창대 기자
취재협조 서울건축협동조합
DATA
위치 전남 화순군 화순읍 신기리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소로2류(접합), 가축사육제한구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60.60㎡(80.65평)
건축면적 68.76㎡(20.80평)
건폐율 26.39%
연면적 137.52㎡(41.59평)
1층 68.76㎡(20.80평)
2층 68.76㎡(20.80평)
기타 11.22㎡(3.39평)
용적률 52.77%
주차장 40.00㎡(12.10평)
설계기간 3개월
공사기간 3개월
건축비용 1억 8,60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포스코 컬러강판 리얼징크
외벽 - 스타코 플렉스
데크 - 케이폴리텍 합성목재
내부마감 천장 - LG 실크벽지
내벽 - LG 한지
바닥 - 구정마루 프리미엄강마루
욕실 - 도기질 타일
단열재 지붕 - 에코바트 R32 글라스울
외단열 - EPS 50T
내단열 - 에코바트 R23 글라스울
계단실 디딤판 - 멀바우
난간 - 평철
창호 피닉스 미국식 시스템창호
현관 성우 스타게이트
조명 대광시스템 LED
주방기구 한샘 유로 6000 아일랜드
위생기구 계림요업
난방기구 경동 LNG 상향식 보일러
설계 최영집 010-7576-7799
시공 ㈜우리하임, 서울건축협동조합 02-2054-3854 wrh.kr
건축주 한정연 씨는 “현재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열린 교육을 받으면서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대안학교를 찾아 경기도에서 화순으로 내려왔다”면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마당이 딸린 주택을 지었다”고 한다. 건축주는 각종 건축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주택 구조를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공간 구성, 정서적 안정, 유지관리 등 유익이 많은 경량 목구조로 정한다. 건축주는 설계 및 시공을 서울건축협동조합에 맡겼는데, 그 이유를 “시공비를 떠나서 건축 공사 종류별로 전문가들이 뭉친 그룹이기에 원스톱 건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순 주택의 대지는 남북으로 긴 장방형이며, 도로가 있는 서쪽 면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이 주택이 들어선 대지에 접한다. 이러한 대지 여건상 남쪽으로 좌향을 잡고 법적 이격거리만 띄운 채 주택을 북쪽에 바짝 붙여 배치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듯하다. 이 경우 전면에 있는 3층짜리 다가구주택으로 인해 채광과 프라이버시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화순 주택은 이 문제를 도로의 레벨에 맞추어 주차장을 배치하고 1.2m 정도 석축을 쌓아 집터만 높임으로써 해결했다. 그 결과 채광과 프라이버시, 앞마당 등을 확보하면서 서쪽에 대문에서 주차장, 앞마당, 현관에 이르는 간결한 외부 동선이 생겼다.
화순 주택의 입면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집처럼 사각형 몸체에 삼각형 지붕을 얹어 놓은 듯한데, 이것은 건축주 한정연 씨가 모던하고 심플한 느낌의 주택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입면에서 무미건조함보다는 살포시 볼륨감이 느껴진다. 스타코 플렉스로 치장한 벽체와 리얼 징크를 덮은 비대칭 박공지붕, 필로티 구조의 현관 입구, 거실 전면 벽체에 물린 눈썹지붕 등이 조화를 이루며 잔잔하게 미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층간 배치는 크게 1층은 거실과 주방/식당 등 공용공간으로, 2층은 안방과 2개의 아이 방, 가족실 위주의 사적공간으로 구분한 구조다. 2층에 사적공간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이유에 대해 건축주는 “전면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지붕 너머에서 쏟아지는 풍부한 자연광을 침실로 끌어들이면서 다가구주택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건물 좌측(서쪽)의 현관과 욕실 사이에 있는 복도. 동쪽 주방과 직선상에 있어 양쪽의 작은 창을 열면 바람길 역할도 한다.
현관에서 연동형 3단 중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면 거실과 식당이 나란히 보인다.
집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현관은 화이트풍으로 디자인하여 차분하면서 명랑한 분위기가 감돈다. 현관 양옆으로 수납장을 설치하고, 창도 냈기에 자연광을 통해 조도도 확보했다. 신발장 하부에는 자주 신는 신발만을 따로 정리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현관에서 3단 슬라이딩 도어(중문)를 열고 들어와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면 거실과 주방/식당이 보인다. 거실과 주방/식당은 좌우로 병렬 배치했음에도 바닥 높이를 달리하여 공간의 성격이 명확하다. 거실의 모서리 부분을 따라 깊이를 달리한 천장에서는 입체감이, 벽면 곳곳에 설치한 선반에서는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전면 창호 안쪽에 설치한 우드 폴딩을 통해 채광을 적절히 확보하면서 외부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계단실에서 바라본 거실. 모서리 부분을 따라 깊이를 달리한 천장에서는 입체감이, 벽면 곳곳에 설치한 선반에서는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주방/식당에는 준비, 조리, 가열, 차림(배선), 식사, 설거지 등 일련의 가사 행위가 순환적으로 이뤄지도록 가구를 11자 아일랜드형으로 배치하여 편리하다.
거실에서 다락까지 이어지는 계단에는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중에 폭이 넓어지는 부분(계단 참)을 최소화했다.
주방/식당과 다용도실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좌측에 앞뒤로 배치한 구조다. 주방/식당에는 준비, 조리, 가열, 차림(배선), 식사, 설거지 등 일련의 행위가 순환적으로 이뤄지도록 가구가 11자형으로 배치돼 있다. 거실과의 경계에는 시선을 차단하지 않으면서 장식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벽체를 두어 시각적으로 공간이 넓어 보인다.
시공사는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일랜드형 가구를 배치하고 조리대와 식탁을 겸할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을 설치하여 더욱 효율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했다”면서, “고광택 컬러의 주방 가구만으로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독특한 구스토Gusto 패턴의 타일을 불규칙하게 시공하여 포인트를 줬다”고 한다.
2층 아이들의 방과 안방 사이에 배치한 가족실. 한지 벽지로 마감한 여타 공간과 달리 벽면을 목재 루버를 사용해 아담한 카페 분위기로 디자인했다.
2층 우측 안방
2층 욕실
피아노가 놓인 거실 후면에서 시작되는 계단은 ㄷ자형으로 2층의 가족실을 지나 다락으로 이어진다. 연속적인 계단에는 도중에 폭이 넓어지는 부분(계단참)이 없다. 계단과 접하는 각 실과 일체화된 공간 배치로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계단 디자인에 대해 시공사는 “계단은 멀바우 집성목의 디딤판에 화이트 톤의 챌판을 조합하여 전체적인 화이트풍에 콘셉트를 맞춰 밝고 화사하게 시공했다”면서, “굵직한 평철 난간에 계단 마감재와 동일한 멀바우 집성목 손잡이를 매치하여 안정감이 느껴지는 계단”이라고 한다.
2층에는 좌측의 드레스 룸이 부속된 안방과 우측 2개의 자녀 방 중간에서 가족실이 완충을 겸한 가족만의 모임 공간 역할을 한다. 각각의 방은 모두 은은한 파스텔 톤의 벽지를 사용하여 분위기가 화사하다. 시공사는 “파스텔 톤은 칙칙하거나 답답한 분위기를 넓고 화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좁은 방이나 천장이 낮은 공간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2층 좌측 아이 방
계단은 거실에서 다락까지 원을 그리며 이어진다.
건축주는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공간인 다락이 잘 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박스 형태의 모던하고 심플한 주택을 원했는데, 아이들이 다락을 원해서 박공지붕이 만들어진 거예요. 처음에는 아이들의 방 위에만 다락을 만들려다가 좁으면 나중에 창고로만 쓸 것 같아 가족실 위까지 면적을 넓혔고요. 다락 하면 대개 어둡고 습한 공간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우리 집의 다락은 남쪽으로 천창을 내서 밝고 환한 데다 뽀송뽀송하기까지 해요. 아이들은 여기에서 책을 읽고 친구들을 데려와서 놀기도 하고, 방을 놔둔 채 잠도 더 많이 자요.”
화순 주택은 바닥에서 벽면, 천장에 이르기까지 화이트풍이다. 시공사는 “화이트풍의 인테리어는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거실과 주방 사이에 선반형 가벽, 주방 입구에 단 차이 등 중간중간 다양한 소재의 포인트를 활용하여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더 아늑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가사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쪽으로 천창을 낸 다락은 겨울철 집 안에서 가장 따듯한 공간이다.
경량 목조주택을 짓고 사계절을 난 건축주의 만족도는 어떠할까. 건축주는 “입주해서는 새로 지은 주택인데도 새 집 냄새가 나지 않았고, 지난겨울에는 난방기를 별로 가동하지 않았는데도 집 안이 따듯했으며, 올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서 바깥은 습하고 무더웠는데 집 안은 뽀송뽀송하고 시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집은 가스가 아닌 전기로 취사하는데도 전기료가 아파트에 살 때보다 적게 나왔다”면서, “내년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그마저도 확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주택에 대한 건축주의 만족도가 높아서일까. 건축주는 “집을 짓는 과정을 줄곧 지켜봤는데 재밌었다”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면 아빠의 근무지에서 가까운 서울 근교에다 집을 한 번 더 짓고 싶다”고 한다. 집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성격과 인상을 바꿔놓기도 한다. 명랑하고 쾌적한 집일수록 건축주의 마음이 여유롭고 얼굴이 온화해 보이는데 화순 주택의 건축주가 그러하다.
집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현관은 화이트 톤으로 디자인하여 차분하면서 밝고 넓은 분위기가 감돈다.
모던하고 단순한 입면이지만 스타코 플렉스로 치장한 벽체와 리얼 징크를 덮은 비대칭 박공지붕, 필로티 구조의 현관 입구, 거실 전면 벽체에 물린 눈썹지붕 등이 조화를 이루며 미감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