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도 휴대폰 요금도.. 우리 '공구'할까요
서울 성북구의 백모(28)씨는 최근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타인과 함께 곱창구이 세트를 하나씩 주문했다. 실시간으로 물건을 함께 살 짝을 배정해주고, 2인 이상이 모여 사면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주는 카카오톡 ‘톡딜’ 서비스를 통한 것이다. 백씨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계정도 3명과 공유 중이다. 한 계정으로 동시 접속할 수 있는 프리미엄 계정을 4명이 나눠 쓰면 한 달 4000원가량만 내면 되지만, 혼자 쓰는 계정은 그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모이면 싸진다.’ 2010년 초 소셜 커머스 이후 한물간 줄 알았던 공동 할인 구매(공구) 방식이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19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톡딜은 1년여 만에 거래액이 28배 늘었고, CJ오쇼핑의 ‘나눔 배송’처럼 공구 제품을 참여자들에게 나눠 배송해주는 전용 서비스도 등장했다.
◇통신 요금, 경매도 ‘공구’
공구 종류도 다양해졌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2~5인이 함께 가입만 하면 최고 2만원씩 통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U+투게더’ 서비스를 내놨다. 생판 모르는 타인들끼리도 묶어 신청하기만 하면 되는 ‘통신 서비스 공구’다. 지금까지 통신 요금 할인은 가족이나 커플 단위로만 가능했다. 서울 옥션은 지난해 11월 유명 브랜드의 스니커스나 미술품 소유권을 공동 구매한 뒤 제품이 팔리면 수익을 나눠 갖는 ‘소투(SOTWO)’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국에선 아파트 단지별로 진행하는 ‘마을 공구’가 성행하고 있다. ‘핀둬둬(拼多多)’ ‘둬둬마이차이(多多買菜)’ ‘메이퇀(美團)’ 등의 업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각 아파트 주민 중 이웃을 모아 공구를 관리할 ‘공구 단장’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월급(수수료 수익)까지 준다.
◇'맞춤형 유통' 트렌드 반영
전문가들은 공구의 ‘금의환향’이 10여 년 전 쿠팡과 위메프가 주도한 소셜 커머스 유행과는 다르다고 본다. 과거 업체들은 불특정 다수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는 공구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지역’ ‘같은 취향’ 등 공통된 주제로 소비자들을 묶는 ‘단위별 맞춤형 공구’가 대세라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신뢰도 하락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에서도 불특정 다수보단 ‘우리 동네 주민’ ‘같은 미술 애호가’ 등이 쓴 상품평을 더 믿게 됐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기업으로서도 개인 정보 문제로 까다로워진 개별 소비자 동향 조사를 취향에 따른 공구 단위로 분류하면 더 쉬워지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맞춤형 유통 기술 비용도 AI(인공지능) 발전으로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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