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선진국 미국이 '재활용'에선 맥을 못 추는 이유

한국은 재활용 우등생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분리수거 품목과 배출 방법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고. 홍보와 교육도 잘 된 편이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재활용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지켜지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이 정도면재활용 선진국이라고 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반대편 나라 미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고 한다. 오히려 지자체들이 나서 재활용포기하고 쓰레기를 땅에다 묻고 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유튜브 댓글로 “최강 선진국 미국이 ‘재활용’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가 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 대국인 만큼, 쓰레기도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인구대비 쓰레기 배출량(MSW·도시 고형 폐기물 기준)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컨설팅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60억 인구 중 미국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도시고형폐기물 배출량12%를 차지한다. 미국의 1인당 도시고형폐기물 배출량은 중국의 3배 수준이다.

출처: verisk maplecroft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지만. 미국의 도시고형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35%밖에 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서구 선진국 중 쓰레기 배출량이 재활용 능력을 능가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참고로 재활용 우등생인 한국의 도시고형폐기물 재활용률은 86.5%다.

출처: verisk maplecroft
0에 가까울수록 리스크가 높은 것

미국의 재활용률이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연방정부 차원의 재활용 규제가 없다. 주별로, 또 도시별로 재활용 규정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재활용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이런 혼선은 재활용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반대로 음식물 등에 오염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례로 이어져 재활용 비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미국 환경보호청 EPA는 미국 재활용 시스템이 당면한 위협으로 ‘ 재활용 정보 부족’이나 ‘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 등을 꼽는다.

재활용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간 미국은 재활용 쓰레기 처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왔다. 미국에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국에 보내 재활용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종이류,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한때는 각국에서 온 폐품을 재활용해 역수출했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까지 모여들면서 환경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중국이 재활용을 대신해 준 탓미국에는 관련 인프라 부족한 상황. 이는 재활용 비용은 비싸면서, 효율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그냥 새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게 저렴하다는 이야기.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재활용 비용이 많게는 4배나 치솟으면서 각 지자체들은 재활용 프로그램을 없애고 수거장을 폐쇄했다. 재활용을 포기한 것이다. 


일례로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도시 프랭클린은 한때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톤당 6달러에 판매했지만, 지금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톤당 12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프랭클린은 2010년부터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용해왔지만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재활용되지 않은 쓰레기의 상당수땅에 묻힌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나온 도시고형폐기물 50%는 매립됐고, 11.8%는 소각됐다. (출처 : 미국 환경보호청, EPA)

지난 100년 간 미국에 생긴 쓰레기 매립지다. 미국에는 넘쳐 나는 쓰레기를 묻기 위한 매립지가 수천여 곳 존재한다.

각 매립지의 규모도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크다. 미국에서 가장 큰 매립지인 ‘Puente Hills’의 면적은 약 85만평으로 여의도 크기와 비슷하다.

재활용을 포기하고, 쓰레기를 땅에 묻은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쓰레기 매립지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들이 산소가 없는 땅속에서 분해되면서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미국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배출된 메탄량은 1억 1천 6백만 미터톤으로 미국 전체 배출량의 17.4%를 차지한다. 이는 1년 동안 2060만대의 차량배출하는 온실가스동일한 양이다.

지난 2015년, 196개국의 대표들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개발 이익을 누려온 선진국들이 더 많은 감축 의무를 졌다. 감축 대상 온실가스에는 메탄가스포함돼 있다. 

미국이 재활용을 못 하는 이유만큼, 미국이 재활용을 잘해야만 하는 이유도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