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 사이트에 멍 드는 K웹툰..외국어 번역 작품까지 횡행
[경향신문]
웹툰 작가 A씨가 연재 중인 유료 웹툰의 누적 조회수는 지난 21일~22일 공식 플랫폼에서 채 500회도 늘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한 해외 불법 사이트에서는 2만회가량 조회수가 증가했다. A씨는 지난 20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불법 사이트를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이대로라면 이 일을 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웹툰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8년 5월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이 검거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웹툰을 외국어로 번역해 올리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웹툰 작가들은 정부가 불법 사이트 폐쇄나 운영자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천문학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한 불법 사이트에는 네이버웹툰, 다음웹툰, 레진코믹스 등 공식 플랫폼에 연재 중인 웹툰들이 불법 복제돼 올라와 있었다. 이들은 본래 한 회당 100~300원씩 대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유료 웹툰들이다. 불법 사이트 상단에는 광고 수익 목적의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보는 사람은 그래봐야 100~300원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불법 사이트에서 웹툰을 보지만, 웹툰 작가의 수익에는 타격이 크다. 작가 ‘오늘만 사는 형제’가 유료로 연재하는 웹툰도 국·내외 불법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오늘만 사는 형제’ 작가는 “정식 플랫폼에 웹툰을 업로드하면 빠르면 30분 내에 불법사이트에 작품이 노출된다”며 “작품을 하면 할수록 인기는 높아지는데, 수입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했다. 제작사와 함께 수시로 불법 사이트를 신고하고 있지만, 해외 사이트의 경우 수사가 쉽지 않다.
김동훈 문화예술연대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피해 내용을 수사기관이 요구하는 형식대로 일일이 캡쳐를 해서 신고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그 문턱을 넘더라도 수사기관에서는 ‘해외에 서버가 있어서 잡기 어렵다’고 말하니 포기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본인도 자신의 웹툰을 올린 불법 사이트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잡기 힘들 것”이라는 말만 전해들었다. 그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불법 사이트를 잡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벌써 옛말”이라며 “최근에는 외국인을 운영자로 세워둔 곳도 있다”고 했다.
경찰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폴과 공조수사 업무협약을 맺고 합동 단속에 나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내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는 거의 없어졌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곳들이 문제”라며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B국가에 사는 운영자가 C국가에 서버를 두고 D국가의 보안서버를 거쳐 한국 웹툰을 올리는 식이라 수사에 3~4개 국가의 공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를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하고 있지만 우후죽순격으로 또다른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일쑤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한 사이트가 차단되면 새로운 사이트 링크를 올리는 식으로 기존 이용자에게 홍보한다. ‘밤토끼’ 사이트를 차단하면 ‘뉴토끼’나 ‘밤토끼 시즌2’를 만들어 SNS에 홍보하는 식이다. 그나마 단속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심위원회는 방심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된 지난 1월 이후 5개월째 구성되지 않고 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은 “모니터링과 체증은 저작권보호원에서, 차단은 방심위에서, 수사는 문체부 저작권특별사법경찰과 경찰이 하는데, 일선 수사기관에서는 작가들에게 ‘잡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며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담 기구를 만들고, 정부가 의지를 갖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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