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겸손이 빚어낸 도자의 자유·편안함

최진숙 입력 2021. 1. 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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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댓명이 한꺼번에 앉아도 너끈할 도자 스툴이 기세 좋게 뻗어있다.

서울 용산구 박여숙화랑에서 전시중인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의 작품 37점은 저마다 개성 강한 덩어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자, 조각, 설치, 가구, 건축을 종횡무진 오갔지만 작업의 뿌리는 역시 도예다.

그의 도자예술도 이 개념에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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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의 도자..'展 한달 연장 28일까지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시 전경 박여숙화랑 제공
박여숙화랑 제공
이헌정의 작업실 도구들
네댓명이 한꺼번에 앉아도 너끈할 도자 스툴이 기세 좋게 뻗어있다. 흙으로 빚어 유약을 바른 표면은 매끌하다. 붉은 6개 펑퍼짐한 점들은 하늘에서 제각각 다른 시간에 툭 떨어진 것 같이 멋대로다. 점들을 에워싼 옅은 황금색 역시 방향감 없이 퍼져있다. 작업중 깨진 두 개의 덩어리가 이어붙으면서 생겨난 중앙선은 울퉁불퉁하다. 이 자연스러움에 그저 웃음이 난다. 억지가 빠진 편안한 예술품들이 그렇게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울 용산구 박여숙화랑에서 전시중인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의 작품 37점은 저마다 개성 강한 덩어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네모 반듯해보이는 스툴도 자세히보면 반듯하지가 않다. 기둥의 한개면이 나머지 세개면과 버젓이 형태를 달리한다. 한가지 색을 입혔건만 색이 고루 퍼지지 않아 색이 여러개인 것도 같다. 상당수 작품이 바르다 만 듯한, 또는 흘러내리는 듯한 색에서 적당히 멈춰있다. 이런 즉흥과 우연의 연속이 이헌정의 작품 조형원리다.

그는 홍익대서 도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각을 전공한 뒤 다시 국내서 건축을 공부했다. 도자, 조각, 설치, 가구, 건축을 종횡무진 오갔지만 작업의 뿌리는 역시 도예다. 대신 대칭과 비례를 근간으로 하는 전통 도예의 원심력에서 그는 매번 서슴없이 탈주를 감행하는 스타일이다. "청자의 고정된 표준비색을 찾기에 마음 조릴 필요도 없고, 티끌 하나 들어가지 않은 무흠결의 백자를 얻기 위해 안달하지 않는다"(이건수 미술비평가)는 평가는 이런 맥락이다.

작품에는 이헌정의 인생관이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여행과 방랑을 삶의 일부로 여긴다. 자신의 생각에 갇혀있는 것을 경계한다. 예술가일수록 세상을 객관적으로 봐야 작품이 생명력을 갖는다는 소신이 확고했다. 그래서 일년 중 3분의 1을 집이 아닌 곳에서 산다. "떠돈다기보다 그곳에서 머무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그러면서 정작 노리는 것은 귀환이다. 그의 도자예술도 이 개념에 닿아있다. "귀환하기까지 수많은 우연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겸허, 겸손을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먼길 돌아 양평 작업실에 도착하면 꼬박 한달동안 달항아리만 빚는다. 이전의 나와 손잡는 시간이다. 이런 과정의 소산물인 이헌정의 도자를 두고 "다이나믹한 중용"이라는 평이 나온다. 전시는 당초 예정보다 한달 연장돼 오는 28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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