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한 번 바꾸는데 8000억원이 든다고요?

LG그룹은 기존 LG로고를 토대로 만든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2월 8일 발표했다. 기존 LG 로고뿐 아니라 새로운 그래픽 모티브를 만든 것이다. 그래픽 모티브란 로고 외 기업 이미지를 표현하는 디자인 요소다. 컬러, 도형, 패턴만으로 해당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LG그룹은 이번 그래픽 모티브를 창사 이래 처음 시도했다. 

출처: LG그룹
디지털 환경에서 LG 그래픽 모티브를 다양하게 적용한 모습.

현재 LG로고는 기업명으로 단순하게 이뤄져 있다. 빨간색 원형 그림과 ‘LG’라는 기업명을 합쳐 놓았다. 빨간색 원형 그림은 신라 시대 유물인 얼굴무늬 수막새 기와에 담긴 신라인의 미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심볼 안에 LG라는 글자가 숨어있다.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디자인은 ‘L’과 ‘G’ 글자를 각각 화면 왼쪽 윗부분과 오른쪽 밑 부분에 떨어뜨려 놓았다. 가운데에는 제품 이미지나 영상을 넣게 했다. 빨간색과 회색 두 가지 색깔만 쓰는 LG 로고와 달리 이번에는 디자인 색상을 10가지로 늘렸다. LG 관계자는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 기업 브랜드 경험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환경에서 LG 브랜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 모티브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기아자동차
이전의 기아차 로고(좌), 새로운 기아차 로고(우)

이처럼 최근 많은 기업이 시대 변화를 맞아 ‘얼굴’을 바꾸고 있다. 지난 1년간 기아, LG, SK, BMW, 제너럴모터스(GM), 닛산, 인텔, 버거킹, 교촌, 맘스터치 등이 로고를 바꾸거나 브랜드 디자인을 보강했다. 로고는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소비자와 기업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사실 로고 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옥 간판, 제품 라벨, 국내외 지점, 명함, 배너 등 많은 걸 바꿔야 한다. 당연히 시간과 돈도 많이 든다. 대기업의 경우 새 로고 변경에 최대 8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박승배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수많은 지점이 있다. 로고를 바꾸면 간판, 포스터, 배너 등을 다 바꿔야 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조직의 크기에 따라 8000억 이상이 들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출처: 기아자동차
기아 K8(좌), 기아자동차가 2019년 2월 공개한 크로스오버 EV 콘셉트카 티저 이미지(우).

최근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얼굴 바꾸기’에 나선 회사는 자동차 업계다. 기아, GM, 닛산, BMW, 푸조 등이 회사 로고를 바꿨다. 기아자동차는 16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앞서 기아차의 로고는 타원형 안에 ‘KIA’라는 글자가 입체감 있게 담겨 있었다. 새로운 로고는 기아(KIA)’를 필기체로 부드럽게 연결해 놓은 모습이다. 기아차는 균형, 리듬, 상승의 세 가지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했다. 이는 기아차가 작년 발표한 기아의 중장기 사업전략 ‘플랜 에스(Plan S)’ 중 하나다. 전기차 시대에 맞춰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기아차의 의지가 담겼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1월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57년 만이다. 로고 바탕색을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바꿨다. 로고 알파벳은 소문자로 바꿨다. 소문자 ‘m’ 밑에 밑줄을 그은 것은 전기차의 플러그 모양을 상징한다. 글로벌 전기차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사업 계획의 뜻도 있다.

GM, 폭스바겐, 닛산 새로운 로고.
BMW, 푸조의 새 로고.

BMW, GM, 닛산, 폭스바겐, 푸조도 최근 로고를 바꿨다. 모두 3D(3차원) 로고를 썼다가 최근 들어 2D(2차원)의 평면적인 형태로 바꿨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여년 전 자동차 회사들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입체감을 강조하기 위해 3D 로고를 썼다. 지금은 온·오프라인 매체와 모바일에도 쓰기 위해 단순하고 간결한 2D 로고를 선호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실제로 면과 선으로 만들어 단순해진 2차원 로고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잇달아 로고를 변경하는 이유는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교수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중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 전기차 등 새로운 분야에 나서면서 전례 없는 변화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새로운 로고를 선보여 혁신과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자 한다. 기업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로고를 통해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버거킹
버거킹의 이전 로고(좌), 버거킹의 새로운 로고(우).

자동차 업계뿐 아니다. 최근 외식업계도 줄줄이 로고를 바꾸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 1월 20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새 로고에는 기존 로고에 있던 파란색 곡선을 뺐다. 파란색 곡선은 패스트푸드의 속도를 강조했었다. 버거킹은 방부제와 인공색소를 넣지 않는 등 개선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로고를 바꿨다고 했다. 유기농과 신선한 재료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행보로 보인다. 달라진 로고는 버거 포장지와 매장 인테리어 등에 적용한다. 그러나 단시간에 모든 매장의 로고를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 CNN 비즈니스는 “전세계 약 1만9000개에 달하는 버거킹 매장을 바꾸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교촌F&B
교촌F&B 이전 로고와 바뀐 로고.
출처: 맘스터치
맘스터치 이전 로고와 바뀐 로고.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F&B도 최근 새로운 기업 로고를 공개했다. 기업명을 흘려 쓴 듯한 글씨체를 알아보기 쉽게 바꿨다. 또 로고에 있던 닭 볏도 없앴다. 글로벌 종합 외식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도 약 9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엄마’를 상징하는 빨간색 앞치마와 ‘치킨 앤드 버거’란 문구를 없앴다. 또 글씨체를 반듯한 모양으로 바꿨다. 맘스터치 측은 브랜드 철학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가독성을 높이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업 다각화가 급해졌다. 또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행동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기존 로고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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