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사 차린 20대 연 1억 번다
창업 불모지 러시아에서 여행사 차린 정소영씨
한해 2000명 안내하면서 연간 순이익 1억원
"10년 후에 반드시 한국 극장 세울 것"
모스크바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여행사를 차렸다. 에스투투어(S2 Tour) 정소영(30) 대표. 러시아에 한국 연극 극장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했다.
정 대표는 2010년 가을 모스크바 국립 셰프킨 연극 대학교에 공부하러 왔다. 1년만에 ‘러시아에 한국 연극을 알려야겠다’는 꿈을 품었다. 2014년 모스크바에 여행사를 차렸다.
러시아는 알면 알수록 매력있는 나라예요. 그냥 돈만 버는 일은 싫었어요. 러시아를 방문하는 한국 분들에게 ‘진짜 러시아’를 전해드리고, 반대로 러시아에도 한국을 알리고 싶었어요.
◇ 한 해 2000명 안내하는 여행사로 자리잡아
러시아는 춥다. IT나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뒤떨어져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유럽의 영국, 중국같은 곳과 비교하면 창업 불모지다. 정 대표는 관광업에 뛰어들었다.
에스투투어는 한국에서 대형 여행사가 모은 관광객을 받아 현지 안내를 해준다. 정 대표를 표함해 현지인 가이드, 보조 가이드 6명 등 총 8명이 일한다.
2014년 개업 초기 한 해 20여팀 (한 팀당 관광객 약 25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한 해 80여팀, 2000여명의 관광객을 안내하는 여행사로 성장했다. 한 해 1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극장 건축비 마련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대충 일을 하지는 않는다. 붉은 광장, 크렘린 등 모스크바의 주요 관광지를 안내한다. 러시아 정부가 인증한 가이드들이라 현지 역사·문화에 밝다.
정 대표는 회사 운영을 하면서 연극 석사고정을 공부하고 있다.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 가진 돈은 1700만원.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모았다. 1년 등록금만 1300만원. 남은 돈으로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돈을 거의 다 썼을 때 여행사 가이드 일을 시작했다.
이때쯤 ‘러시아에 정착해서 한국 연극을 알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스크바에 중국, 일본 극장은 있는데 한국 극장은 없더라고요. 중국과 일본 극장에선 전통극을 많이 올리는데 모스크바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한국 전통극도 보여줄게 많거든요. 처음 유학왔을 때는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러시아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긴거죠.”
마침 2013년 한국과 러시아간 무비자협약이 체결되면서 관광객이 늘었다. 그는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업에 도전했다.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손님들이 다시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저를 찾아주시기 시작했어요. 단체 관광객을 보내겠다는 한국 업체도 나타났고요. ‘여행업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사업이다. 연극을 계속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기반을 탄탄히 잡고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곧 공부만 해온 학생이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외국인 신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많은 한국 교민들이 현지인을 서류상 대표로 등록하고 이름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었다. 법인 설립에 반드시 필요한 변호사·회계사 고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회사 설립을 마음먹고 실제 법인을 세우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그 사이 함께 창업할 예정이었던 현지인 가이드와의 연락 두절이 되거나, 기존 여행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일도 생겼다.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한테 가이드 맡기고 싶다는 분들이 계속 연락이 왔어요. 기왕 러시아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창업 3요소 ‘발품’, ‘인맥’, ‘공부’
정 대표는 먼저 관광지 인근 식당들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음식도 여행의 일부이자 경험이라고 봤다. 기존 여행사들이 동선만 생각해 맛없는 식당을 데려가곤 했다. 단체 손님을 받지 않았던 음식점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정 대표는 원하는 음식점과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투어 내용으로 차별화하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러시아 역사, 철학, 문화 등을 기반으로 설명을 준비했다. 가이드로 인연 맺은 손님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개인 여행으로 왔다가 정 대표의 가이드에 감동해 단체 여행객을 모아 다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들은 가이드를 통해 그 나라를 접하고 알게 되잖아요. 순간 위기를 모면하고자 거짓말을 하면 손님들은 그 나라에 대해 정말 그렇게만 알고 돌아가게 되지요. 저는 최신 이슈도 놓치지 않기 위해 투어가 있을 때면 그날 아침 신문까지 꼼꼼히 챙겨 봐요. 그런 차이를 손님들이 알아보시더라고요.”
◇ 한국극장, 연극 전문 투어 코스 만들 것
정 대표는 연극과 여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을 세워뒀다. 우선 10년 안에 모스크바에 ‘한국 극장’을 만들 계획이다. 소극장에서 한국 전통극, 현대극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여행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연극을 주제로 문화 기행 코스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아직 러시아에서는 동양 문화에 대한 신비감이 있고, 한류도 인기 있어 가능성이 큽니다. 여행 프로그램에도 접목할 계획이에요. 연극이나 문학 등 한 가지 테마를 정해서 작품도 함께 읽고 연극도 보는 거죠. 아울러 한국 극단이나 연극학도를 대상으로 투어도 만들 수 있어요. 뭐가 됐건 10년, 20년 계속 발전시켜나갈겁니다.”
모스크바=김효인 특파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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