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세계 최강 한정은 꿈 접고 끝내 은막 뒤로

박병헌 2021. 5. 3. 11: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때 아마추여 세계 1위에 올랐던 한정은. /KLPGA제공

[영암=스포츠서울 박병헌전문기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프로 10년차인 제주출신의 한정은(28)이 꿈을 펴지 못하고 끝내 필드를 떠났다. 아마추어시절 송암배 대회 등 메이저 18승을 포함해 무려 70회 이상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정작 프로에 와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부상과 질병에 발목이 잡혔다.

한정은은 2일 전남 영암군의 사우스링스 영암에서 끝난 2021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을 끝으로 16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프로에 데뷔한 뒤 우승이 없었기에 공식적인 은퇴식은 없었다. 한정은은 은퇴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거창하게 이뤄놓은 게 없기에 은퇴가 아닌 ‘선수 생활 마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LPGA 챔피언십 마지막 경기하던 날 순간 순간 모든게 소중했다고 했다. 한정은은 ”과거 시합때 왜 바둥바둥 칠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좀 더 즐기면서 경기를 할 걸 하며 후회도 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며 ”필드를 걷는 느낌을 가슴에 담았다. 살아가는 동안 늘 간직하려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정은은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2년만에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중학교 3학년때까지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한정은은 이후 태극마크를 3년간 달았다. 국가 대표를 1년정도 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한 마디로 아마추어 최강이었다. 대표시절에는 한연희(60)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제주 중문상고 3학년이던 2010년 10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10 세계아마추어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개인전을 우승한데 이어 광저우 아시안경기 대회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마추어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던 한정은이 프로에 데뷔할 당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에 들어온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1년 LIG 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준우승 두번이 전부였다. 우승은 한번도 없었다. 2011년 KLPGA 투어 진출한 한정은은 2012년 드림투어 2승 후 2013년 KLPGA투어에 복귀했지만 기대 이하 성적으로 시드를 잃었다. 2012년 찾아온 천식 때문에 호흡을 못할 정도여서 두 차례나 병원에 입원했다. 목 디스크까지 겹쳐 연습량이 부족했다. 게다가 왼쪽 어깨 회전근계 파열까지 겹쳐 연습장은 커녕 클럽을 잡을 수 조차 없었다.

2016년 드림투어에서 우승하며 재기를 노렸고, 2017년 KLPGA투어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도 부상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정은은 연습 도중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쳤고,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내고 투어를 쉬어야했다. ‘비운의 스타’로 불릴 만한 한정은은 ”왜 이리 운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잦은 부상과 질병도 실력이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의 책임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2018년 정규 투어에 복귀해 18차례나 컷 탈락을 경험하고 다시 드림 투어로 내몰렸다. 드림 투어에서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해 서서히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 그는 “부모님이나 지인들은 계속 도전하기를 바라고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래서 떠나려는 거다.” 고 강조했다.

한정은은 경기도 용인 수원CC 인근에 ‘다이아 골프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스튜디오에서도 렛슨을 한다. 그는 ”이름을 내걸 만큼 유명한 선수가 아니라 별도의 이름을 지었다. 원석을 잘 다듬어서 명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라고 제2 인생에 대한 포부와 각오를 밝혔다.

한정은은 ”골프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고, 최악의 경험도 해봤다. 레슨 이론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유리한 면이 많다. 그래서인지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 선수들도 찾아온다”고 귀띰한다. KLPGA에서 활약중인 조아연, 백규정, 심현화, 장수연 프로 등이 지도를 받았고, 지금도 문의가 넘쳐나고 있다.”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고, 최근에는 골프렛슨을 위해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다는 그는 프로에서 못 다 이룬 꿈을 반드시 지도자로서 이루겠다는 각오다. 한정은은 ”매년 뽑는 골프 10대 지도자에 여자가 든 경우는 아직 단 한번도 없었다. 톱10이 아니라 톱5에 들겠다”고 말했다.
bhpark@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